<그레텔과 헨젤>이 희망을 바라보는 방식
그림 형제의 동화가 영화로 재탄생했다. 그것도 공포와 미스터리 요소가 가득한 장르물로 말이다. 영화 <그레텔과 헨젤>은 우리가 알고 있는 '헨젤과 그레텔'을 모티브로 특유의 상상력을 발휘한 작품으로 오는 7월 8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시종일관 영화는 묘하고 신비한 분위기로 진행된다. 마녀와 마법, 온갖 미신이 성행한 중세의 어느 산골 마을로 추측할 수 있는 곳을 배경으로 그레텔(소피아 릴리스)과 헨젤(사무엘 리키)이 새로 머물 곳을 찾아 헤매다가 어떤 마녀를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
원작에선 헨젤이 오빠 그레텔이 여동생으로로 묘사되는데 영화에선 그레텔이 누나, 헨젤이 남동생인 남매가 됐다. 마녀의 축복을 받은 아이가 온 마을 사람들에게 불행을 안겨다 준 전설을 들으며 자란 이 남매는 남편을 일찍 여의고 홀로 남은 엄마마저 정신이 나가게 되면서 여정을 시작하게 된다.
여정을 떠나며 위협받기도 하고 도움을 받기도 한다. 원래 목적지가 아닌 마녀의 집을 발견하고 그곳에서 먹고 자게 되면서 이 남매에게도 본격적인 사건과 위협이 다가오게 된다. 세상에 공짜는 없고, 선물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말을 마치 좌우명처럼 품고 있는 그레텔과 헨젤은 서서히 마녀에게 영혼을 뺏기는데 이 과정이 꽤 흥미진진하게 제시된다.
연약하고 유약한 남매, 특히 자신도 모르게 마녀의 능력이 있음을 깨닫게 된 그레텔은 자신에게 다가온 위험을 자신의 힘으로 이겨내려 한다. 자매를 오븐에 구워 먹으려던 마녀를 지혜의 힘으로 물리친 원작과 사뭇 같으면서도 다른 지점이다. 단순히 순간의 재치와 기지를 발휘하는 게 아닌 영화 속 그레텔은 점진적으로 자신의 존재와 마녀의 존재를 이해하게 되는 식이다.
▲ 영화 <그레텔과 헨젤> 관련 사진. ⓒ 조이앤시네마
유약한 소녀와 소년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강해지는 법이다. 육체의 성장과 함께 중요한 건 정신의 성장이다. 결코 길지 않은 시간에 자신의 정체성을 깨닫고 그 힘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 깨닫는 대목에서 영화는 어쩌면 어린 영혼의 성장담처럼 다가올지도 모른다. 다음 세대가 지닌 특별한 가능성을 영화는 동화의 힘을 빌려 설득력 있게 구조화했다.
마녀가 돼 기꺼이 사물을 지배해보라는 유혹에 그레텔은 끝내 굴복할 것인가. 자신 안에 충분한 힘과 능력이 있음을 안다면 충분히 흔들릴 만하다. 늙은 마녀라는 외부의 위협, 그리고 그 내면 갈등이라는 내면의 위협이 교차로 등장해 관객들에게 더욱 긴장감을 줄 법하다.
기괴하지만 짜임새 있게 구성된 영화 음악이 돋보인다. 오히려 이야기적으론 너무 추상적이고 단편적이라 영화 속 사건 사고에 깊이 공감 못 할 가능성 또한 있어 보인다. 관객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크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한줄평: 공포에서 특별한 희망을 찾다
평점: ★★★☆(3.5/5)
영화 <그레텔과 헨젤> 관련 정보
감독: 오즈 퍼킨스
출연: 소피아 릴리스, 사무엘 리키, 엘리스 크리치, 찰스 바바롤다
수입: 조이앤시네마, (주)더쿱
배급: 제이앤씨미디어그룹, TCO(주) 더 콘텐츠 온
관람등급: 15세 이상 관람가
상영시간: 87분
개봉: 2020년 7월 8일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