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다짐, 생각보다는 행동으로
23년 새해를 맞아 바다를 찾았다. 새해 일출을 본 건 아니었지만, 한 해를 잘 보내기 위한 다짐을 하기에 바다만큼 좋은 곳은 없는 것 같다.
부산의 북쪽 끝에 위치한 임랑해수욕장은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은 바다였다. 나도 기억이 가물가물할 만큼 오랜만에 찾았는데,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평화로운 풍경에 기분이 좋아졌다.
남쪽 끝 방파제부터 찾아본다. 겨울바다는 사람이 많지 않다. 파도소리와 바람소리만이 쓸쓸한 바다의 겨울을 위로해 준다. 햇살과 파도가 만들어낸 작품 같은 윤슬은 이곳을 찾은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기에 충분했다.
모래사장을 따라 걸어본다. 폭은 그렇게 넓지 않아도 길이는 꽤 긴 편.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은 붉은부리갈매기 떼가 해변에서 여유로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광욕도 하고 깃털정리도 하면서 나름 바쁜 모습이다. 그 모습이 귀여워서 한참이나 그들의 생활을 엿보게 된다.
예쁜 해변과 갈매기들을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해수욕장의 북쪽 끝에 도달했다. 북쪽 방파제에는 물고기 모양의 귀여운 조형물이 있다. 가까이에서 보고 싶어서 방파제를 향해 걸음을 옮겨본다.
방파제를 끼고 작은 항구가 있다. 방금 전까지 보던 모래사장과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아기자기한 어촌마을의 느낌이다. 정박해 있는 작은 어선들의 모습이 정겹다.
광안리나 해운대처럼 유명한 바다가 아닌지라 해변 상권에는 주로 작은 민박집들이 들어서있다. 여름 성수기가 되면 이곳도 활기찬 장소가 되겠지만, 겨울의 임랑해수욕장은 어쩐지 고요한 느낌이었다. 바람과 파도와, 이따금 지저귀는 갈매기 소리만이 들리는, 스스로의 내면에 집중하며 생각을 정리하기 좋은 곳이랄까.
22년은 삶에 있어서 큰 변화가 있던 한 해였다. 3년 동안 이어졌던 코로나로부터 (완전히는 아니지만) 해방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는 퇴사를 하고 인생의 다음 장을 준비하는 과정에 있기도 했다. 걸음이 느린 탓에 제대로 이뤄가고 있는 건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생각을 길게 하는 것보다는 일단은 행동에 옮겨보려 노력했다.
23년의 하루하루가 또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전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하나 확실한 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에서 '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는 것에는 기나긴 고민이나 걱정은 불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