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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하늘 Dec 25. 2022

모든 일에는 실무가 필요하다

Work needs to learn about actual things

모든 일에는 실무가 중요하다.

연애를 글로만 배우던 이에게, 실제로 연애해보는 경험과

결혼을 소설로만 읽던 이에게, 실제로 결혼해보는 경험은

천지차이다.


얼마 전, 한 동료교사였던 선생님과 만나 앞으로의 교육과정 운영방법에 대해 구상해보았다.

나는 그야말로 이상주의자였고, 동료교사이신 선생님은 그야말로 학년부장을 맡고 있는 실무자 중의 실무자였다. 우리의 열띤 토론 끝에 선생님은 현장을 모르는 교육학자들에 대한 비판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남겨주셨고 그것은 마치 나의 마음에도 콕콕 박히는 말들이었다. 스스로 찔렸던 탓인가. 나 또한 현장에 발을 딛고 있어보았음에도, 내가 주장하는 몇몇개의 이론들이 얼마나 실천가능성이 떨어지는 일들인지 선생님과의 토론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어떤 꽂히는 주제가 생기면 그에 대해 최대한 많은 사람들과 토의해보고 싶어한다.

사람들은 그에 대해 관심 없을지라도, 내가 아주 자연스러운 듯 하면서도 집요하게 의문을 제시한다.

그러고보니 나와 함께 사는 남편을 포함해, 내 주변 사람들이 아주 고생이 많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기회를 빌어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_^)


항상 주변의 사물이든 주변의 이야기를 통해 생각할 지점을 찾는 나는, 가까운 사람들이 보기에 꽤나 피곤한 삶을 사는 사람처럼 보일 것이다.  근데 이미 뇌 회로가 그렇게 생겨먹은 것을 어찌한단 말인가. 선천적으로 생겨먹은 것을 탓할 수는 없으니. 내가 살아가는 이유는 아마도 이런 생각을 토해내고 사람들과 논의하기 위해서 인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어떤 바라는 해결점에 도달하기 위함인지 모르겠으나, 산다는 게 그렇게 단순한 일이던가. 과연 종착점이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 끝없는 바다를 항해하는 배처럼 나아가야 하는 일은 아닌가 싶다.


결혼 전에는 주변의 여러 친구들을 통해 결혼에 대한 실무를 배웠다.

적어도 어떤 사람과 결혼을 해야하며, 어떤 시댁을 만나야 하며, 등등 여러가지의 조언들을 들었던 것 같다. 나는 실제로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니 새겨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해 노트필기를 머릿 속에 해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실제로 남편과 삶을 살다보니, 친구들이 말했던 이론들이 현실화 되어 다가오는 순간들이 한번씩 있었다.


'아, 그래서 수정이가 그런 말을 했나?' (여기서 수정은 가명이다.)


라는 생각들이 드는 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이론은 아무리 배워도 이론일 뿐, 실무에 필요한 적재적소의 지식을 알려주지 만은 않는다. 그저 그 순간 순간마다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에 대한 지혜가 늘어가는 과정일 뿐, A라는 상황에 대한 A'의 답을 제시해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친구들을 통해 쌓은 이론적 지식이 먹히지 않는 순간들이 더 많을 때를 보면 그렇다. 남편과 나의 관계도 그러하다. 우리는 각자의 일 외에, 결혼이라는 실무에 부딪히며,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서로에 대한 지혜가 늘어가고 있다. 감정을 소모하며 다투는 과정은 고통스럽지만, 그만큼 우리가 이룬 실무에 대한 노하우가 생겨져 가고 있다. 이런 거 보니, 참 재밌다. 롤러코스터 같은 기혼자의 삶이란.


끝없이 마음이 추락할 때는, 도대체 내가 이 롤러코스터를 왜 탄 것인지 질끔 눈을 감아버리게 되지만, 또 잔잔한 코스에 들어온 순간은 즐거움과 재미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인생 최대의 롤러코스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어쩌면 잔잔하기만 한 삶은 재미가 없으니, 인위적으로라도 싸움을 만들어야 하는 건가 싶은 순간도 있다. 남편과 아무리 그렇게 싸운 뒤에라도, 돌아서면 오빠의 존재가 내 곁에 있음이 감사하고 소중한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냥 뭐라해야하나,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냥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이라는 말이 여기에서 비롯되는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이런게 바로 결혼의 안정성일까 싶긴하다.


결혼에 대한 실무를 남편이라는 사람과 살아감의 과정을 통해 배워나가듯, 교육에 대한 고민 또한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교육현장에 발을 딛지 않고 있으면서, 교육에 대한 고민을 이어간다는 것은 참 이상적인 생각에 그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교육현장에 발을 딛을 수 있는 고민을 지속적으로 하되, 그 현장 실무를 토대로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끊임없이 찾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란 생각이 든다. 현장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현장을 이론화하려 한다? 참 어불성설이다.


이렇게 삶 속에서 내가 느끼는 다양한 실무적 지식들을 쌓아가는 건 꽤나 흥미로운 일이다. 더 많은 실무적 지식들이 쌓일수록, 내가 그려나갈 수 있는 이론들도 무궁무진해질테니, 한동안은 여러 실무적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일들에 발을 담가보며 고민을 이어나가야겠다. 삶이란, 실무를 통해 이론을 만들어가고, 이론을 통해 실무를 만들어나가는 필요충분적인 관계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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