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LP 바 카페는 젊은 청춘의 방문으로 북적인다. 고가의 스피커 두대가 마치 라이브 공연을 연주하는 듯, 주변 사람들은 서서 눈을 감고 소리에 감탄했다. 한껏 꾸미고 나온 청춘들은 그 소리와 자신을 카메라에 함께 담아본다.
스피커 옆에는 큼지막한 LP판을 수납해 놓은 나무 벽장이 있다. 픽사에 나올 것 같은 전등이 여기저기 감각적으로 붙어서 빈 벽의 여백을 채운다. 점원은 불편하다. 블루투스로 들어도 되는 노래를 매 30분마다 나와서 갈아줘야 하기 때문이다. 카페의 공간도 효율적이지 못하다. 혼자서 밖에 못쓰는 큰 책상, 세 명만 앉을 수 있는 큰 소파. 겨우 자리 하나를 맡은 사람들은 끈덕지게 앉아 있다. 사람들은 직접 점원에게 가서 선곡을 해달라고 부탁하는 과정에서 평소의 바쁜 일상과 달리 느려지는 시간들을 경험한다. 불편함으로 가득 찬 이곳에서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여유를 즐긴다.
몸을 움직이니 불필요한 시간을 더 쓰게 됐고, 그와 동시에 마음의 시계도 함께 흘러간다. 한 주간 회사업무, 대학과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시간을 누린다. 우리는 이를 마음의 여유라 부른다. 의도적으로 기다리는 삶을 누리지 못했던 사람들은 이 LP 바에서 어색해진 느긋함을 되찾는다.
노출 빈도가 많을수록 친근함을 느낀다는 마케팅 연구 결과가 있다. 책과 음악이 스마트폰으로 쏙 들어가서, 이 둘을 찾는 대신 자연스럽게 스마트폰만이 대중속 눈길을 이끈다. 종이책, LP에 소비하는 사람이 귀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을 되찾는 사람을 우리는 힙하다고 부르기 시작했다. 이른바 텍스트 힙이다. 20대의 이상형 카테고리에 '지하철에서 책 읽는 사람'이 추가된 것도 문득 이 즈음이다. 종이책과 LP와 같은 아날로그 매체에 대한 새로운 관심을 유도하는 요소를 카페에 넣어놓으니, 그제서야 젊은 청춘들은 약속이라도 한것 처럼 책을 펼쳐놓고 읽기 시작한다.
장 보드리야르는 <소비의 사회>에서 "소비는 이미지다"라고 말한다. 텍스트 힙이 최근 탄력을 받기 시작한 건 한강이 길을 열면서다. 전례 없는 판매행렬이 이어졌다. 출판업계에서는 당분간 한강 효과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 '책 읽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위해 소비하는 유행이 꺾여도, 다시 연간 종합 독서량은 3.9권 시대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LP바가 여유를 전하듯, 불편함이 아이러니하게도 힙해지면서 젊은 사회에 나아갈 수만 있다면 그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