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hilosophers needlework Jul 11. 2024

스웨그(swag)

- 싸이 흠뻑쇼 SUMMER SWAG 2024 원주를 다녀와서


 2024 싸이의 첫 공연이 6월 29일 토요일 원주에서 열렸다. 나와 딸은 공연을 위해 전전날부터 일정을 줄여 푹 쉬었다.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찾아보고 조언에 따라 핸드폰 넣을 방수팩을 사고 물에 젖어도 미끄럽지 않을 신발도 샀다. 당 충전을 위한 에너지바와 젤리도 샀다. 안에는 수영복을 입는 것이 좋다 하여 갖고 있던 수영복을 몽땅 꺼내 입어 보았다. 낡고 작아지고 오래된 수영복을 버릴 수 있어 그 또한 좋았다. 물벼락에도 무너지지 않을 캡을 고르고 나중에 갈아입을 옷과 수건을 챙겼다. 저체온에 대비한 두툼한 옷도 잊지 않았다.     

 토요일 점심에는 오후 6시 공연을 위해 고기를 많이 먹었다. 저녁으로 패티가 두 개 들어간 버거를 샀다. 공연장에 도착해 보니 주차장은 이미 다 찼다. 놀라서 근처 주차장을 찾아 돌아다니다 사파이어 블루 티셔츠(올해의 드레스코드)를 입은 사람들이 보이면 차 어디다 대야 하느냐고 물었다. 걸어왔다는 사람이 많았다. 어떤 친절한 젊은이가 저쪽으로 가면 차 댈 만한 곳이 있을 거라고 말해줘서 겨우 주차했다. 같은 공연을 보는 사람들끼리는 내밀한 동지애가 있다.

 여유 있게 온다고 했지만 공연장 입구에는 이미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구역별 대기 장소에 대기 지연 장소까지 공간이 모자랐다.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모여 있으면 겁이 난다. 긴장하며 입장 순서를 기다리느라 버거 먹을 시간이 없었다. 배고프면 물에 젖은 빵이라도 먹어 보자 하며 우리의 자리에 들어갔다. 스탠드석이어서 자유롭게 서 있으면 되었다. 본 공연에 앞서 대형 LED 패널에 안내 사항이 나왔다. 펜스 쪽은 공연 분위기를 띄울 관객이 자리했으면 하는 부탁이 쓰여 있어서 나는 못 가겠구나 생각했다.

 첫 번째 곡 ‘새’의 첫 소절이 시작되기도 전에 큰 함성이 터졌다. 물줄기가 쏟아지자 소리는 더욱 커졌고 정신이 없어졌다. 옆에서는 외국 여자아이 여럿이 아주 흥겹게 뛰었다. 젖은 긴 머리채를 휘둘러서 공연 내내 채찍을 맞아야 했다. 불쾌하기보다는 그런 열정이 부러웠다. 역시 콘서트는 소리 지르고 방방 뛰는 맛이다.

 내가 아는 노래도 몇 곡 있었지만 신나게 뛸 수가 없었다. 귀에 돌이 빠질까 봐서다. 잠시 이석증을 경험한 뒤로 다시는 반고리관에서 탄산칼슘 덩어리가 이탈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딸은 이쪽저쪽 바꿔 가며 팔로 리듬을 타고 뛴다. 다음날 친구 결혼식에 참석해야 하는데 골고루 살이 빠지라고 그런다 하였다. 그 와중에도 '엄마, 괜찮아? 집에 갈까?'를 추임새처럼 넣었다. 나도 흔들고 싶었지만 팔이 안 올라갔다. 제자리에서 살살 뛰는 둥 마는 둥 하다 어깨를 주무르는 어떤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그 마음 알아요’하는 눈빛이 오고 갔다. 우리는 그저 웃었다. 티켓팅에 실패하여 낙담하던 친구가 생각났다.

 공연에서 스탠드석은 운동장에 있는 자리다. 원래 운동장에서 스탠드는 관중이 앉는 자리를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지정석이라 불러서 잠시 헷갈렸다. 공연 도중 잠깐 뒤를 돌아보았는데 어마어마했다. 온통 푸른 물결이었다. 아, 이 대단한 곳에 내가 있구나 하는 벅참이 있었다. 싸이는 참 행복하겠다, 또 어깨가 무겁겠다.      

 원래 공연만큼이나 오래 이어진 앙코르 공연을 거의 끝까지 보았다. 관객과 가수가 누가 먼저 나가떨어지나 내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비가 거세게 오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었다. 젖은 몸이 체온을 못 지키는 것 같아서 아쉽지만 퇴장을 결정했다. 레퍼토리가 다시 돌기도 하고 아티스트에 대한 배려 차원이기도 했다. 후문에 싸이는 이 공연 후 이틀이나 앓아누웠다고 한다.    

 내가 싸이의 흠뻑쇼에 가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얼떨결에 갔으되 공연 내내 충분히 즐겼고 다시 가고 싶은 의욕도, 용기도, 자신도 생겼다. 공연 도중 ‘손들고 소리 질러 보세요’하는 순서가 있었다. 10대 20대, 30대 이렇게 순서대로 가다가 70대가 나왔는데 소리가 엄청 컸다. 어르신들 무시하면 안 된다. 나도 더 튼튼하게 자라서 싸이 공연에 또 와야겠다. 열심히 티켓 값을 모으고 티켓팅 요령도 공부하고 운동하고 노래도 연습하고 그럴 거다. 친구야! 내년에는 나랑 같이 가자.


공연 준비


*먹을 것: 물에 젖어도 먹을 수 있는 것이면 더 좋음. 해 본 바에 따르면 과일 젤리가 괜찮았음. 아니면 물벼락 맞으면서라도 먹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함. 틈틈이 먹어두어야 갑자기 방전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음.  

*입을 것: 물벼락에도 꾸준히 튼튼한 캡. 물줄기가 자주 많이 세게 뿌려짐. 안에는 수영복 겉에는 방수와 방풍이 되는 옷. 어차피 나중에 다 젖게 되지만 버티는 데 도움이 됨. 주최 측에서 제공한 우비는 공연 후반에 보온용으로 입는 것이 좋음. 또는 대중교통 이용할 때 젖은 옷이 다른 사람에게 폐가 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음.

*방수팩: 다 있다는 곳에서 산 가성비 좋은 방수팩이면 충분함. 주로 핸드폰과 현금, 신용카드를 넣는 용도지만 사진이 뿌옇고 초점이 흔들려서 건질 것이 많지 않음. 열심히 노는 게 남는 것임.

*체력: 평소에 쌓으면 좋지만 준비가 어려울 경우 마음가짐으로 보완 가능함.

*마음가짐: 다음 날 아침에 어제 더 놀 걸 하는 후회가 안 되도록 최선을 다해 논다는 자세가 필수임.


작가의 이전글 밥 먹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