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동일가치 동일임금의 원칙 주장했던《결혼불능세대》
청와대는 오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개헌안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개헌안이 국회에서 채택된다면, 오는 6·13 지방선거에서 국민투표를 통해 개헌 여부가 최종 결정될 예정입니다.
개헌안이 통과된다면 헌법은 1987년 이후 무려 31년 만에 바뀌게 되는 셈인데요, 전문과 기본권 조항의 수정 뿐만 아니라 정부 형태의 변화까지도 담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대통령 임기를 한 번 더 수행할 수 있는 '대통령 연임제'와 관습헌법으로만 존재해왔던 수도를 명문화하는 '수도 조항 신설'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져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개헌안에 노동권 강화 조항 포함돼
이외에도 비정규직 노동자 등을 위한 노동권 강화 조항도 눈에 띕니다. 바로 '동일가치 동일임금 원칙'을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건데요, 이는 같은 가치를 지닌 노동에 대해서는 성별·연령·신분 등에 따라 차별하지 말고 같은 임금을 지급해야함을 의미합니다.
얼핏 들으면 당연한 말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은 환경미화원이어도 대기업에 다니는 환경미화원과 중소기업에 다니는 환경미화원의 급여가 다르고 같은 직장에 있어도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에 따라 임금 차별이 존재하는 게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동일가치 동일임금 주장했던 《결혼불능세대》
"비정규직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역시 일찍이 저서인 《결혼불능세대》에서 동일가치 동일임금의 원칙이 실현되어야 한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부당한 격차를 없애야 할 거 아닙니까? 다시 말해 부당한 격차가 없어진다는 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서 임금을 주게 된다는 거지요. 예를 들어 변호사가 있고 의사가 있고 공장에서 조립하는 사람도 있고 청소부도 있고 그들 모두 나름의 노동의 양과 질이 있잖아요. 그 양과 질에 따라서 근로 조건이 정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 p.96
물론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 어느 정도 격차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진단합니다. 각자 수행하는 노동의 가치와 강도가 다를진대, 모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김 소장이 말하는 동일가치란 같은 업무를 수행하되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 혹은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에 따라 임금 차별이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뜻입니다.
다시 한 번 김 소장의 말을 들어볼까요?
"예를 들어 청소부라고 한다면 공기업이나 대기업의 청소부와 중소기업의 청소부가 비슷해야 한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런데 실제로 안 그렇잖아요? 그런데 잘 보면 교사들은 그렇습니다. 교사들 보면 큰 학교 교사하고 작은 학교 교사하고 임금 차이가 나나요? 안 나잖아요.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는 이겁니다. 임금이 노동의 양과 질에 따라서 격차가 나는 것이 아니고 기업의 규모에 따라 난다는 것이죠." - p.97
《결혼불능세대》가 출간된 것은 2012년. 그로부터 6년이란 시간이 흘렀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동일가치 동일임금의 원칙을 헌법에 명문화하기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 듯 합니다. 이제야말로 이 땅의 모든 결혼불능세대들이 주머니 걱정 없이 자유롭게 연애하고 결혼하는 세상이 올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