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로소픽 May 13. 2019

(프롤로그) 특별한 매력의 천재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출간 후 연재] #01. 《비트겐슈타인 평전》리커버 개정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은 매우 특별한 매력을 발산하는 인물이다. 


그가 현대 철학의 발달에 끼친 지대한 영향만으로는 그 매력의 실체를 완전히 설명할 수 없다. 분석철학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그가 아주 흥미로운 사람임을 알게 된다. 그에 관해 쓰여진 시들이 있고, 그에게서 영감을 받은 그림들이 있으며, 그의 작품이 음악으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또 어떤 성공적인 소설의 주인공으로 그려지기도 했는데, 그 작품은 소설로 만들어진 전기라고도 할 수 있다. (브루스 더피Bruce Duffy, ≪내가 발견한 대로의 세계The World as I Found It≫)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적어도 다섯 개는 있었다. 또한 셀 수 없이 많은 회상록이 쓰여졌는데 대부분이 그를 겨우 아는 정도의 사람들이 쓴 것이다. (예를 들면 그를 단지 네다섯 번 정도 만났던 리비스F.R.Leavis는 <비트겐슈타인에 대한 회상Memories of Wittgenstein>을 주제로 16쪽짜리 글을 한 편 썼다.) 


비트겐슈타인에 관한 회고록들은 그에게 러시아어를 가르쳤던 여성, 아일랜드에 있는 그의 오두막집에 토탄을 배달했던 사람, 비트겐슈타인을 잘 알지 못하지만 우연히 그의 마지막 사진을 찍었던 사람 등에 의해 쓰여지기도 했다. 이러한 것들은 모두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는 비트겐슈타인 철학에 관한 주석서와는 꽤 동떨어진 것이다.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관한 주석서들을 모아놓은 최근의 한 참고문헌 목록은 5868개나 되는 논문 및 단행본 들을 나열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학계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하는 것이고(또한 난해하며) 앞서 언급된 작품들에 영감을 불어넣어주었던 비트겐슈타인의 생애와 사람 됨됨이와는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관심은 많지만 그의 생애를 모른 채 그의 철학만을 연구하는 사람들과 그의 삶에 매력을 느끼지만 그의 철학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양극단으로 나누어진 것은 불행한 일처럼 보인다. 


가령 노먼 맬컴Norman Malcolm이 쓴 ≪비트겐슈타인의 추억A Memoir≫을 읽고 책에서 묘사된 인물에 매혹된 후 스스로 비트겐슈타인의 저서를 직접 읽을 마음이 생겨나 읽어보았지만 한 글자도 이해할 수 없음을 깨달았다는 경험은 흔히 있는 일이다. 비트겐슈타인이 탐구한 철학적 주제가 무엇이며 그것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잘 설명해주는 입문서들이 많이 있다고는 하지만, 비트겐슈타인이라는 사람과 그의 철학과의 관계(그의 삶을 지배했던 정신적, 윤리적 관심사와, 그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것 같지만 그의 저술에 나타나는 철학적 문제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해서는 빠뜨리고 있다. 


이 책의 목적은 이러한 틈을 메우는 것이다. 그의 생애와 철학을 한 이야기 안에서 서술함으로써, 그의 철학이 어떻게 그와 같은 사람에게서 나왔는지를 밝히고 싶다. 그리하여 비트겐슈타인을 읽는 사람이면 본능적으로 느끼게 되는 그의 철학적 관심과 정서적, 영적 삶의 합일을 보여주고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시대에 태어난 "악마와 천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