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론은 '신이 있다'를 믿는 경우다.
무신론은 '신이 없다'를 믿는 경우다.
이 둘이 어떻게 같다는 말인가.
둘이 반대인 것 같지만,
그것은 겉보기로써 그런 것이다.
실은 둘 다 같은 것을 믿고 있다.
바로 '신이란 설정이 실재한다'는 믿음.
(* 주의하라. '신'의 존재를 실재로 믿는다, 안 믿는다는 말이 아니라
두 경우 모두 '신이라는 설정(앎, 분별, 개념, 언어)'을 믿는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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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가 '있다'라고 하든,
그 무언가가 '없다'라고 하든,
애초에 그 '무언가'의 실재성을 믿는 것은 동일하다.
이미 인식의 전제가 깔려버린 것이다.
'있다, 없다'는 부차적인 설정일 뿐.
('았다, 없다'도 본래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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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유신론자와 무신론자는
얼핏 반대되는 것을 믿는 것 같지만
결국 같은 것을 믿고 있는 것이다.
이 현황을 돌이켜지지 않게 눈치채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아주.
# 나아가 이것은 '신'이라는 설정에 대해서만이 아니라
모든 앎, 앎 자체에 대해서 그러함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