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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Mar 20. 2022

신을 믿는 것과 안 믿는 것은 같은 행위이다

믿음의 대상과 내용이 아니라 '믿음 행위' 그 자체의 정체를 보기

'신을 믿는 것'과 

'신을 믿지 않는 것'은

같은 행위이다.


엄연히 그 대상과 내용이 다른데 

둘이 같은 행위라니 무슨 말인가.


/


'신을 믿는 것'은 

'신이 있다는 것을 믿는 행위'이다.


'신을 믿지 않는 것'은

'신이 없다는 것을 믿는 행위'이다.


그 대상과 내용이 다를 뿐

둘 다 '믿는 행위'로서는 같다.


/


'믿음 행위'가 문제가 아니라

그 믿는 '대상과 내용'이 중요한 것이 아닌가.

대상과 내용에 따라 모든 것이 달라지는데

어찌 그 '믿는 행위'가 같다는 것으로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는가.


그 '차이'는 경우에 따르는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믿는 대상과 내용이 실제로 효용성과 의미가 있을 때는

그 대상과 내용에 따른 '차이'를 잘 파악하고 잘 이용한다.


그러나 그 믿는 대상과 내용이 믿는 행위 자체로만 의미가 있거나

단지 믿는 이(들)의 감정, 정서, 지극한 개체적 이득, 믿음을 위한 믿음

등의 경우일 때는 그 '차이'를 무시하고, 그 믿음을 어느 정도 이상으로

실체시, 절대시 하지 않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 믿음과 그 믿음의 대상과 내용이

다른 사람이나 세상에 고통, 피해 등을 주거나

심지어 믿는 본인에게도 부정적 영향과 결과를 줄 때조차도

이미 중독된 스스로의 믿음을 저버리지 못해

불필요한 고통을 당하는 것이 

인간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


'믿음 행위'는 인간의 모든 행위의 근간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믿음 행위'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좋은 도구이다.


그 믿음을 바탕으로 '없던 무엇을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고

그를 바탕으로 무수한 것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인간의 진화 과정 중에

'있음'과 그에 대한 믿음이 발생한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럼 지금과 같이 계속해 나가면 되지 무엇이 문제인가.


'믿음 행위'엔 문제가 없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습성에 문제가 있다.


헌재 인간이 '믿음 행위'와 '믿음'을 사용하는 것은

마치 허공 중에 본래는 없던 가상의 원을 그린 다음

이제 스스로 그 원 안에 들어가서 

"이 원은 실재, 실체다. 

이제 나는 이 원안에서 결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타인들도 이 원의 존재를 실체로 받아 들어야 하고,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라고 하는 것과 같다.


/


앞서 말했듯이 

'믿음 행위' 자체는 효율적인 도구이다.

그러므로 허공 중의 원이라도 그려서 잘 이용하면 된다.

마치 수학의 여러 '공리'들처럼. 

(실제 수학의 공리들도 이 허공의 원들이다)


문제는 무엇인가.


이 만들어진 허공의 원들을 

이제 만든이가 스스로 자신의 만듦을 망각하고

그 원들이 실제로 있고, 자신과 타인들은 그 원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믿는 것이다.


/


그래서 스스로 만든 일상의 작은 고집과 강박적 생각들에 대해

스스로 빠져나오지 못하고 또 타인에게도 강요한다.


스스로 만든 신념과 사상, 윤리와 도덕, 종교와 원칙 등에 대해

어느 선까지 그것을 잘 사용하다가도 

더 이상 그것이 필요 없거나, 유용하지 않거나

오히려 반대로 부정적인 영향과 결과를 만들어 낼 때에도

여전히 그것을 '주장, 고집, 집착, 강요'하게 된다.

자신과 타인 모두에게.


/


인간 개개인은

자신의 '믿음 행위'에 대해

그것을 잘 이용하되

그것이 애초에 만들어진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그래서

쓸 때는 최대한 잘 쓰되

더 이상 그것이 유용하지 않거나

굳이 계속 그것을 믿음, 고집, 주장, 집착, 강박, 강요할

필요가 없을 때는

사용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생각과 믿음을

본래 있던 허공의 자리로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


/


특정한 믿음들만이 아니라

모든 믿음, 모든 생각을.


'나'라는 믿음과 생각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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