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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루 MuRu Aug 28. 2016

남성도 가부장제의 희생자가 되는 한 이유

모두를 위해, 왜곡된 권력 구조를 성숙화 하기

여성의 권리에 대한 운동이나 주장을 할 때 "남성들도 가부장제의 희생자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글은 왜 남성 본인들도 가부장제의 희생자가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접근이다. 뇌과학의 연구 결과 하나와 성격적 접근을 기반으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가부장제란 사실 '하나의 왜곡된 권력 구조'라 할 수 있다. 핵심은, 이것이 비록 남성 일반들에게 분명 큰 이익을 주지만 두 가지 측면에서 오히려 점점 고통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첫째는 시대의 변화, 혹은 인류의 변화이다. 인류의 역사를 보면 어쨌든 계속 좀 더 열리고 좀 더 수평적인 권력 구조를 추구하는 흐름이 있다. 비록 그 저항도 만만치 않게 거세지만 마치 물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자연스레 흘러가려 하듯 권력 구조도 그렇게 변화해 온 특성이 있다. 다분히 집단의식적인 현상이다. 가부장제 혹은 그와 비슷한 구조는 이러한 흐름에 반하는 '과거형 권력 구조'이다.


둘째는 남성이라 할지라도 권력형 혹은 주도형 성격이 아닌 이들은 오히려 과도한 권력 위임으로 힘들게 된다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이 두 번째 측면을 주로 보고자 한다.




남성의 뇌, 여성의 뇌는 없다


최근의 뇌과학 연구들에 의하면, 과거에 사람들이 막연히 믿어 왔듯이 '남성의 뇌', '여성의 뇌'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고 한다. 즉 과거에는 전형적인 남성 뇌, 여성 뇌의 패턴이 있어서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면 그 남성 뇌의 패턴을, 여성이면 그 여성 뇌의 패턴을 따라 뇌의 구조나 활성화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보통 생각해 왔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아래는 관련 연구 중 하나의 내용 소개 기사이다.


"남자 뇌, 여자 뇌 정말 다른가?"


11월 30일 학술지 ‘미국립과학원회보’ 사이트에 공개된 논문에서 이스라엘 텔아비브대 다프나 조엘 교수팀은 1400명이 넘는 사람들의 뇌 MRI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사람들은 남자의 뇌 또는 여자의 뇌라고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일관성 있게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 데이터는 모두 네 개의 독립된 연구에서 나온 것이다.
(중략)
사실 이 연구결과가 아주 충격적인 건 아니다. 이미 심리학 쪽에서 비슷한 결과가 2013년 나왔기 때문이다. 심리(뇌의 기능)는 신경과학(뇌의 구조)에 기반한다고 볼 때 심리를 남녀로 범주화할 수 없다면 신경과학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2013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바비 캐러더스 박사와 미국 로체스터대 해리 라이스 교수는 남녀 고유의 심리라고 인정되는 많은 특성들(자기주장, 성적 취향 등)이 실제로는 같은 성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이를 토대로 남녀를 가르는 기존의 틀은 문제라는 논문을 발표해 화제가 됐다.
연구자들은 논문에서 “각 개인의 뇌는 고유한 모자이크 특징을 보인다”며 “뇌의 구조와 마찬가지로 남녀는 성격 특성과 태도, 관심, 행동에서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남자의 뇌 여자의 뇌 그림처럼 매사를 이분법으로 나눠 설명하는 건 명쾌하고 때로는 재미도 주지만 적어도 과학의 이름을 붙이기는 어려운 것 같다.


이런 연구에서는 오히려 뇌는 남녀 간의 차이보다는 '개인적인 차이'들이 더 크고 의미 있다고 한다. 즉 생물학적 남성들과 여성들 간의 집단적 구조와 패턴 차이가 있는 게 아니라, 남성들 간에 그리고 여성들 간에 개인적인 차이들이 유의미하다는 것이다. 남녀 모두 많은 이들이 소위 말하는 남성적 특성과 여성적 특성의 혼재해 있다고 한다. 극단으로 남성 성향, 여성 성향의 뇌를 가진 이들은 고작 6% 밖에 되지 않는단다. 우리가 이제까지 어떤 '기준'으로 삼아왔던 것이 사실은 기준이 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사실 일상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지금 함께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해 보자. 직장이나 공동체에 우리가 아는 지인들에 대해, 그가 남성이고 여성이라는 부분을 의도적으로 떼내어 버리고 한번 보라. 소위 말하는 남성적 특성, 여성적 특성이 조금 선명하게 있는 경우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혼재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실제 일상에서 주위 사람들의 외모에서 남녀 차별이 없고 목소리 등도 중성적으로 나오는 채로 지금의 지인들을 본다고 가정하면 아마도 더 선명하게 그럴 것이다. 특히 그 사람의 성격, 기질, 능력 등의 측면으로 보면, 뚜렷한 남녀 차이의 모습보다는 각 개인의 유형 차이가 더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이다. 즉 위 기사의 한 내용대로 "남녀 고유의 심리라고 인정되는 많은 특성들(자기주장, 성적 취향 등)이 실제로는 같은 성별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성격 특성과 태도, 관심, 행동에서 겹치는 부분이 많”은 것이다.


우리가 평소에 자주 쓰는 표현도 이에 대한 하나의 증거이다. '남자 같은 여자, 여자 같은 남자'가 그 표현이다. 그만큼 일상에서 서로 대할 때 '전형적인 남성, 여성'의 어떤 특징들이 남녀에 걸쳐 많이 혼재되어 있다는 간접적 증거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좀 더 적절한 표현은 '남자 같은 여자'가 아니라 '어떠 특성들을 가진 여자'로, '여자 같은 남자'가 아니라 '어떤 특성들을 가진 남자'로 해야 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어떤 특성'은 남성, 여성적 특성이 아니라 그냥 여러 인간적 특성들을 말한다.


물론 남녀 간의 뇌의 차이가 완전히 없지는 않을 것이다. 예를 들어, 남자는 운동과 공간 능력에서 뛰어나며, 여자는 언어 매개의 기억과 사회적 인지 기술에서 뛰어나다는 내용 등이다. 아래는 관련 연구의 기사 링크이다.


“뇌 연결망 구조, 남녀 차이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연구 결과는 서로 상충되는 것일까? 그건 아닌 것 같다. 상충된다기 보다도, 기본적으론 '남녀 뇌의 차이'라는 것은 거의 없다고 보는 것이 타당한 바탕 위에서, 다소의 기능적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있다고 해석할 수 있겠다. 그 외는 거의 같다는 말이다. 즉 과거와 같이 본질적인 차이, 근본적인 차이, 선명하고 뚜렷한 차이가 있는 건 아님이 확실하며, 다만 그러한 가운데 어느 정도의 패턴 차이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과거에 있었던 '남녀 간 차이와 차별을 정당화시켜줄 만큼' 유의미할 정도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특히 성격, 태도, 관심사, 행동 등에서 그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성격, 태도, 관심, 행동
: 남녀 간 차이가 아니라 개인 간 차이이다



그러면 이러한 뇌과학적 사실들과 '남성도 가부장제의 희생자'라는 주장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가부장제'에 대한 위키 백과의 설명 일부는 아래와 같다.


"부권제(父權制, patriarchy 패트리아키) 또는 가부장제(家父長制)는 남성이 권력을 가진 남성중심주의 사회의 일종으로, 남성이 정치적 지도력, 도덕적 권위, 사회적 특혜, 재산의 통제권에 대하여 독점적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가족 단위에서는 아버지 또는 아버지에 해당하는 인물이 여성과 아동에 대한 권위를 가진다. 많은 부권제 사회는 동시에 부계제 사회이며, 즉 재산과 가문의 명의가 남성 혈통으로 계승된다. 이에 반대되어 여성이 정치적 지도력, 도덕적 권위, 사회적 특혜, 재산의 통제권을 독점한 사회를 모권제 사회라 한다. 역사적으로 부권제는 서로 다른 많은 문화권에 걸쳐 사회적, 법적, 정치적, 경제적 차원에서 발현했다."


사실 과거와 현재의 가부장제는 분명 남성들에겐 크나 큰 이익을 준다. 개인적으로도 그렇고 집단적으로도 그렇다. 그 이익이 얼마나 컸으면 남성들이 고대로부터 지금까지 이 확보된 권력을 놓지 않으려 했겠는가. 만약 반대로 모권제 사회가 되어 여성들이 권력을 잡게 된다고 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만약 미래 어느 시기에 현재의 부권제 문명이 모권제 문명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시기가 온다면 여성들도 그 이후로 수 천년 동안 그 권력을 놓치지 않으려 하지 않을까? (물론 하나의 추론이자 농담이며, 여성들은 남성들과는 다른 문명을 만들지 않을까 하고 희망적인 상상을 해 본다.)


그런데 핵심은 남성과 여성 중 누가 권력을 잡느냐에 있지 않다. 누가 권력을 잡든 인간인 한에는 동일한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어떤 문제인가? 이제부터 이것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가부장제, 남성이 아닌 '미성숙한 주도형적 행태'의 문제
: 왜곡된 권력 구조의 문제


우리가 가부장제의 문제, 남성의 문제라고 여겨왔던 것의 실체는 '미성숙한 주도형적 행태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게 무슨 말일까?


남녀를 불문하고 사람은 나름의 고유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기질이나 특성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보통 우리가 타인을 떠올릴 때면 뚜렷하든 아니든 '아, 걔는 성격이 이렇지'라는 감이 있게 된다. 자신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사전적 의미로 성격(性格)은 "환경에 대하여 특정한 행동 형태를 나타내고, 그것을 유지하고 발전시킨 개인의 독특한 심리적 체계"라고 한다. 물론 혼자일 때와 관계를 맺을 때도 드러난다.


성격에 대해서는 정해진 하나의 이론이나 분석론이 있는 게 아니다. 정말 다양한 이론과 접근법이 존재한다. 하지만 성격이란 것이 어느 정도는 일정한 유형으로 인식될 수 있기에 대부분의 성격 이론이 무난하게 맞아 들어가는 것이다. 가장 적게는 '내향적, 외향적' 식의 두 가지 유형론에서부터 많게는 십 수가지의 유형을 나누는 이론도 가능하다. 그 이론이 옳다 틀리다, 맞다 아니다를 떠나 그게 유용하고 효용성이 있으므로 사용하는 것으로 보면 좋다. 또한 어느 이론이든 절대시 할 필요는 없다.


그중에 하나로 '4가지 성격 유형론'이 있다. 대표적인 예가 디스크(DiSC)이다. 디스크 이론이 정확하다거나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냥 하나의 예로 들어 보는 것이다. DiSC는 각각 '주도형(Dominance), 사교형(Influence), 안정형(Steadiness), 신중형(Conscientiousness)'의 머릿글자의 모음이다.


사실 한 사람에게는 여러 유형의 성격 요소가 다 들어 있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특정된 하나의 유형만이 아니라 몇 가지가 주되게 혼재되어 나타날 수도 있다. 또 어떤 영역에서는 이런 성격으로 임하지만 또 다른 영역에서는 저런 성격으로 임할 수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환경이 변하면서, 상대가 변하면서 드러나는 성격도 얼마든지 변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성격이론은 이러한 다양한 가능성을 기본으로 깔고 보는 것이 좋다.




이제 이 글의 주제와 관련하여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남성도 가부장제의 희생자가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모든 남성들에게 '미성숙한 주도형적 행태'를 강요하기 때문이다.


사실 가부장제라고 하면 다 무엇인가? 가정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이, 일터와 공동체에서는 남성 구성원들이 독점적 권력을 잡는 것이다. 뭔가를 하려고 할 때 가부장에 해당되는 남성의 감정, 생각, 행동이 기준이 되고 주된 것이 된다. 그의 의사나 생각엔 다른 토를 달 수가 없다. 그가 하자는 대로 두 말없이 해야 한다. 상명하복이다. 강제이다. 소통과 논의는 없다. 무조건 위에서부터 아래로 이다. 당연히 폭력도 동반된다. 정신적, 물리적 폭력 모두 해당된다. 스트레스와 긴장이 일상화된다.(그런데 가부장제의 흔적이 남아 있는 문명에서는 여성이 어떤 조직의 보스가 되었을 때, 당사자는 여성이지만 역시 가부장적 권력 양태를 보이게 되는 한계가 있기도 하다)


말하자면 남성들을 억압하는 '남성다움'들에 의한 강제와 폭력이라 할 수 있다. 사실 과학적으로 보면 일종의 판타지인데 실제 그런 게 있는 것처럼 오해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자면, '남자는 울지 않는다, 남성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남자는 쫄지 않는다, 남자는 모든 것을 지배하고 통제한다, 남자는 약한 것들을 보호한다, 남자는 여자처럼 굴지 않는다, 남자는 여자를 소유한다,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 등등이다. 일종의 강요된 남성다움이라 할 수 있다. 여성성은 또 그 반대의 고정적 모습들(역시 판타지인)이 있다. 그런데 앞서에서도 봤지만 극단으로 남성 성향, 여성 성향의 뇌를 가진 이들은 고작 6% 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러한 강요는 그렇지 않을 수 있는 94%에게 6%의 특성을 강요하는 셈이라 할 수도 있다. 극소수의 특성을 전체에 요구하는 것이다. 당연히 모두가 괴롭게 된다.


가만히 보면 이러한 특성은 모두 성격 유형상 '주도형적 특성'들이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말이 주도형 성격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남녀 누구이든, 어떤 성격 유형이든 주의하지 않으면 빠져들게 되는 '미성숙한 주도형 기질의 발동'을 말하는 것이다. 인간이면 누구든 권력을 가지게 되면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하는 심리에 빠지게 된다.


가부장제의 문제는 근본적으론 권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 어디든, 그 누구든 지배 권력은 존재하기 마련이며, 그 권력을 쥔 사람과 집단은 이제 '주도자'가 된다. 주도 자체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냥 필요한 기능이자 역할이다. 문제는 미성숙한 주도이다. 가부장적 특성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적 조직이든 개인 간 관계이든 일방향적이고, 일방적이고, 수직적이고, 불공평한 권력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 동물들의 권력 구조는 당연히 일방향적이다. 왜냐하면 동물들은 다른 수단을 고안해 낼 지혜도, 실행할 힘도 없기 때문이다. 동물들에게는 그나마 그게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언어 기능을 필두로 해서 여러 영역에서의 진화와 발전으로 조직과 관계에서 다른 형식을 고안해 내고 실행할 힘을 얻었다. 그래서 인류의 역사는 꾸준히 그러한 '좀 더 지혜롭고, 좀 더 양방향, 수평적, 공평하고 합리적인' 조직과 관계 양식을 발전시켜온 역사이기도 하다. 경험적으로 그게 더 효율적이고 집단에 더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역사 이래로 수많은 불공평한, 동물적인 권력 구조와 형식들이 계속 타파되고 깨쳐져 왔다. 물론 공짜로 그냥 된 것이 아니라 엄청난 충돌, 투쟁, 싸움과 희생 그리고 협력과 합동을 통해 얻은 결과들이다. 어떻게 보면 가부장제를 넘어서는 것은 인류가 해온 이 '부당한 권력 구조에 대한 투쟁'의 최후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남녀 간의 싸움이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를 발전시키기 위해 벌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목적은 물론 집단 전체의 이익이다.


무엇보다도 남성이라 해서 모두가 '주도형적, 일방향적 권력의 행사'를 원하는 게 아니다. 사실은 그게 맞지 않은 성격 유형이 더 많다. 더 성숙하고 더 수평적이면서 효율적인 방법들이 있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부장적 권력의 행사를 강요받는 건 사실 고통이다.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입어야 하는 겪이기 때문이다.




가부장제의 유지는 혹은 그러한 경향성은 분명 남성들 개인과 집단에 큰 이익을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닐 수 있다. 물론 본래도 아니었다. 다만 그렇게 알고 왔다고나 할까. 인류는, 시간이 지날수록 원형적 동물성에서 점점 자유로워지는 과정 중에 있는 것이라 할 수도 있다.


어차피 인류의 구성은 남녀(성정체성을 따지지 않은 생물학적 관점)로 반반씩 구성되는데, 그중에 절반인 여성이 계속 힘들고 고통스럽다면 당연히 전체도 그렇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부장제의 주체인 남성들 본인도 사실은 그렇게 이익이 크거나 행복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은 시대가 흘러 갈수록, 열린 의식을 가지게 될수록 더 그럴 것이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미성숙한 주도형적 행태를 하도록 혹은 당하도록 강요당하는 것은 좋지 않다. 각 자는 자신의 성격과 능력의 유형대로 조직에서의 역할과 기능, 개인 간의 관계에서 자신이 편하게 임하는 흐름이 있다. 예를 들어, 주도형이 아니라 안정형(우호형), 사교형(표현형), 신중형(분석형)들은 그 나름의 성격에 맞추어 사람과 환경과 관계를 맺고 또 그게 자연스럽고 편한 것이다.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자리에 가더라도 꼭 주도형 리더십만이 있는 게 아니다. 여러 유형의 리더십이 있을 수 있으면 각자의 유형에 맞는 리더십을 개발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사회와 개인 간 관계에서 누구든 권력을 쥐면 어느 정도는 주도적이 되거나 주도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경우조차도 '일방적인 권력 구조와 권력 행사'는 맞지 않다. 시대가 흘러갈수록 그런 구도는 효율성이 떨어지며 미성숙한 것임이 드러나고 있다. 인류가 발전할수록 좀 더 수평적, 합리적, 다면적, 평등적인 권력 구조로 바뀌는 것이다.


본래 주도형이 아니더라도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뇌가 점점 주도형(관계에 있어서) 뇌로 바뀌어 간다는 연구도 있다. 타인의 말을 잘 듣지 않고, 타인을 잘 고려하지 않으며 자기 생각과 자기 입장, 자기 관점만 점점 타인들에게 강요하게 되는 변화이다. 타당하진 않지만 이해는 된다. 하지만 이 역시 미성숙한 권력 구조를 가진 사회에서의 일이며, 권력을 가진다고 해서 뇌가 그렇게 바뀌어 가는 것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문제는, 가부장제는 어떻게 해도 비효율적이고 미성숙한 '과거형 권력 구조'라는 것이다. 남성들이 권력을 점유해서 문제라기보다는 그러한 유형의 권력 구조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위에서 모권제 사회가 되어도 만약 같은 권력 구조를 추구한다면 마찬가지라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어느 경우든 그러한 미성숙한 권력 구조와 흐름, 일방향적, 수직적, 강제적 권력 구조는 대부분의 사람들 즉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과 그것에 당하는 사람들 모두를 힘들고 고통스럽게 한다. 남자든 여자든, 어떤 성격 유형이든 상관없이.




남성에 의한 가부장제 혹은 그 잔존이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여하 간의 것이든 자신이 얻은 이득을 쉽게 포기하려 하지 않는 인간의 동물적 본능 때문이다. 한번 잡은 기득권을 포기하려 하지 않는 집요한 마음 때문이다. 인지상정이다.


추측컨대 남성에 의한 가부장체의 유지는 아마도 권력을 잡은 전체 남성들 내에서 '주도형 성격'들이 좀 더 주도하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다른 유형의 남성들은, 어차피 자신에게 이익이 되는 시스템이니 무언의 방조 혹은 협력을 하는 것이리라. 이러한 행태는, 타당하진 않지만 이해는 된다. 아마도 미성숙한 사회일수록 주도형들이 주로 권력을 잡게 되고, 성숙한 사회일수록 다양한 성격 유형의 사람들이 골고루 권력을 잡게 되는 것이라 보여진다.


가부장제 혹은 그러한 경향의 사회 권력 구조는 남성 집단(성격 유형과 관계없이)에게는 분명 놓칠 수 없는 '꿀단지'이다. 어떻게 얻은 권력인데! 하지만 시간은 점점 흘러간다. 시대는 점점 변한다. 인류는 점점 진화한다. 그 흐름의 방향이 있다. 각 시대에 변화와 그에 대한 저항의 상호 대립은 항상 있게 마련이지만 그 마저도 본래 흐름의 한 요소일 뿐이다.


남성과 여성이 따로 있어 그 두 주체가 대립하는 게 아니라, 인류라는 거대한 하나의 집단 안에서의 자가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왕 일어날 변화라면 좀 더 자발적으로, 자각적으로, 인식적으로, 능동적으로 맞이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물론 그 성숙의 과정 중에 필요한 투쟁과 협력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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