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는 분노의 배설창구다’
꾸준한 글쓰기로 대중에게 사랑받는 분들의 이야기를 인터뷰에 담고자 합니다. 특히 자기 전문 분야에서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요. 첫 번째 인터뷰 손님을 고민하던 중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몇 해 전 강연하는 모습으로 처음 봤는데 내용도 유익했지만, 외모에서 느껴지는 카리스마가 좀처럼 잊히지 않는 분이었습니다. 과학 지식을 세상에 소개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이자 2017년 개관한 서울시립과학관에서 초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이정모 님입니다.
날씨가 무척 화창한 5월의 어느 날, 서울시립과학관을 방문했습니다. 유쾌하고 경쾌한 답변에 1시간 남짓한 인터뷰 시간이 너무나 짧게 느껴졌습니다. 최대한 입말을 그대로 담아봤습니다.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으로 일하고 있는 동시에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어요. 과학 커뮤니케이터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한 마디로 거간꾼이에요. 복덕방이라고 하면 더 쉬울까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과학자가 생산하는 과학 지식은 국민의 세금으로 만들어져요.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과학적 성과를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건 당연한 일이겠죠. 그런데 과학자들은 바빠요. 정말 바빠요.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가 따로 있기도 하고요. 모든 과학자가 지식을 전달하는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과학자들은 자기 연구에만 몰입해 있는데 이것을 시민들이 알려면 징검다리가 필요해요.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 과학지식 사이사이도 촘촘하게 연결해 있지 않고 띄엄띄엄 놓여있어요. 그 중간에 다리를 놔줘야 시민들도 과학을 이해할 수 있어요. 과학자와 시민 사이의 징검다리를 놔주는 것이 과학 커뮤니케이터의 역할이겠죠.
과학 교사들. 이분들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고요. 기자나 작가, 강연자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과학 커뮤니케이터 역할을 많은 분이 감당하고 있어요.
◼️좋은 내용을 전달해주는 동시에 외적 모습이 주는 강력함도 커 보입니다. 지금 같은 미디어 시대에는 많은 장점이 될 것 같은데요. 특별히 관리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안 하죠. 전혀 안 합니다. 했으면 이 모습이 아니겠죠. 좀 더 날씬하고 수염도 가다듬고 염색도 하고요. 전혀 신경 쓰지 않습니다. 나중에는 좀 신경 쓰려고요. 지금은 너무 시간이 없어요.
◼️독일에서 유학하던 대학원생 시절에 연구 주제가 ‘곤충과 식물의 커뮤니케이션’ 이었습니다. 이때 하던 연구가 지금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는 데 영향을 주었나요?
그건 전혀 아니에요.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관심이 많지만 그렇지는 않아요. 독일 유학 가서 본격적으로 연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저는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왔어요.
대학생 때 야학 선생을 했는데 정말 잘 가르쳤어요. 검정고시에 맞는 교과서도 직접 만들었고요. 어려운 걸 쉽게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는 걸 알았죠. 어릴때 부터 어머니가 오늘 뭘 배웠는지 궁금해하면 내용을 알려드리기도 했고요.
그렇게 물어봐 주는 건 처음이네요. 고맙습니다.
◼️글을 정말 많이 쓰고 있어요. 무엇을 말하고 싶어 이토록 많은 글을 쓰나요?
많이 쓰죠. 매달 원고지 12~15매 분량의 칼럼 14~16편을 언론에 기고하고 있어요.
과학적으로 생각하자는 말을 하는 거예요. 좀 더 합리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죠.
합리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은 의심을 바탕에 둬요. 과학이란 의심에 대한 잠정적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거든요. 답은 계속 바뀌어 가요. 답 자체가 과학이 아니라 답을 찾는 과정이 과학인 거에요.
그 시작은 의심이고요. 의심하고 의심하다가 질문을 하게 되죠. 그것이 과학 활동으로 이어지는데 모든 사람이 과학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과학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있어요.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의심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어요.
첫 번째는 메시지가 좋으면 의심하지 못해요. 그냥 당연한 말도 의심하지 않고 지나가는 거죠. 두 번째는 메신저가 좋을 때도 그 말에 혹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존경하는 선생님이, 종교 지도자나 대통령이 말하면 믿어야 할 것 같은 거에요. 사실 이런 분들의 말도 의심해봐야 하는 건데 말이죠.
의심하지 않아서 생기는 여러 문제가 있어요. 살충제 달걀 파동이라든지 지금 우리가 겪는 미세먼지 문제도요. 사실 미세먼지는 1990년대에 비해 엄청나게 줄어들고 있거든요. 본격적으로 미세먼지를 측정한 1995년부터 수치를 비교해 보면 이게 보여요.
과학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숫자로 안 따지다 보니 마치 미세먼지가 갑자기 늘어난 것처럼 인식하는 거예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라는 발표와 함께. 공기는 당연히 좋아졌는데 우리는 과학적으로 생각하지 않다 보니 엉뚱한 곳에 돈을 쓰기도 해요.
*참고 : SBS 뉴스 [취재파일] 예전에는 미세먼지 없었다?…80~90년대는 더 심했다
잘 측정하고 있는 미세먼지 측정기 위치가 지상에서 너무 높다고 낮은 곳으로 가지고 내려오는 일도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 보세요. 이걸 가지고 내려오는 순간 지난 수십 년 간 측정한 데이터는 무용지물이 되는 거예요. 과거 데이터랑 비교할 수 없게 된 거잖아요. 추이가 중요하지 양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과학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불안하게 살아야 하고 쓸데없이 세금을 쓰게 돼요. 그런 점에서 사람들이 과학적으로, 합리적으로 생각할 수 있어야 해요. 그래야 안심하고 세금도 절약할 수 있는 거죠.
경희대 물리학과 김상욱 교수는 과학은 지식이 아니라 태도라는 말을 했어요. 이 태도란 바로 겸손이에요. 과학은 끊임없이 달라지기 때문에 겸손할 수밖에 없어요.
여기서 겸손은 첫 번째, 자신의 본능과 지식의 한계를 인정하는 거예요. 두 번째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거침없이 말할 수 있는 거고요. 마지막은 새로운 것이 발견되면 기존에 자기 의견을 쉽게 버리고 바꿀 수 있는 것. 이게 바로 겸손이에요.
모르는 것은 분명하게 모른다고 할 수 있고, 새로운 발견에 생각을 바꿀 수 있는 마음. 이것이 바로 과학적 태도인 거죠.
◼️본격적으로 대중적인 글쓰기를 한 것은 언제였나요? 계기가 있었나요?
독일 유학 시절에요. 두 가정이 모여서 ‘유럽한인 크리스챤’이란 신문을 발간했어요. 자본은 다른 분이 넣고 아르바이트로 시작했어요. 돈을 벌어야 하니까 정말 끊임없이 매일 써야 했어요. 정해진 분량만큼 시간 내에 꼭 써야 하는 거죠. 이때 경험으로 질보다 양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사람들이 글쓰기를 못 하는 이유가 있어요. 질보다 양이 아니라, 양보다 질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봐요. 불후의 명작을 쓰고 싶어하거든요. 틀린 게 없고 사람들의 감동을 주는 완벽한 문장과 완벽한 구성의 명작을 쓰고 싶다고 말하죠. 그런데 영원히 쓸 수 없을 거예요. 왜? 우리는 톨스토이나 토스키예프스키가 아니니까요.
그저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의 분량을 정하고 끊임없이 쓰면 되거든요. 사람들은 우리한테 감동을 원하지 않아요. 필요한 것만 보고 싶어 할 뿐이에요. 불후의 명작을 쓰는 사람은 따로 있거든요. 이때 배웠어요. ‘시간 안에 다 채워 낸다. 좀 모자라도 된다.’ 이런 생각으로 쓰는 것을요. 사람들은 나한테 명작을 원하는게 아니니까요.
◼️2001년, 드디어 첫 번째 책을 출간했어요. 제목이 ‘달력과 권력’인데요. 특별하게 생각하는 책이라 들었습니다. 제목부터 흥미로운데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요? 왜 쓰게 되었어요?
1999년 초였어요. GEO라는 잡지가 있는데 새천년맞이 퀴즈 10개가 나왔어요. 그중 하나가,
‘지난 1천년 동안 첫 1년 1월1일 부터 2000년 12월 31일까지 모두 며칠이었을까?’
였거든요. 상당히 쉬운 문제에요. 2가지만 알면 되요. 첫 번째는 윤년 규칙. 두 번째는, 지금 달력이 16세기인 1582년에 율리우스 달력에서 그레고리 달력으로 바뀌었는데 이걸 알아야 해요.
그런데 윤년 기준이 사실 간단하지는 않아요. 4로 나눠진다고 다 윤년인 게 아니거든요. 4로 나뉘면 윤년이지만, 100으로 나뉘면 윤년이 아니에요. 근데 또 400으로 나뉘면 윤년이에요. 1700년, 1800년, 1900년은 윤년이 아니고 2000년은 윤년이 돼요. 지난 2000년이 4로 나뉘니까 윤년으로 알고 지나갔는데, 사실 400년에 한 번 나오는 윤년이었던 거에요. 전 세계 어느 뉴스에서도 이 내용을 안 알려주더라고요.
이런 윤년 규칙들이 율리우스 달력이 그레고리우스 달력으로 바뀐 1582년에 생긴 거에요. 그전에는 4년에 한 번씩 윤년이 있던 거고요. 이 규칙만 알면 지난 천년에 며칠이 있는지 알 수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가 틀렸어요. 열흘이나 틀렸어요. 도대체 열흘이 왜 틀렸는지 추적해본 거에요.
역사적으로 달력의 흐름을 찾아보니까 이유를 알게 됐어요. 다양한 나라의 달력을 알게 됐어요. 달력이 완성되는 과정을 보니까 권력이 오히려 과학보다도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하더라고요. 옛날 농사짓던 시절에는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추수해야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역할이었는데요. 이걸 알면 권력을 가질 수 있었던 거에요. 달력은 권력과 아주 밀접했던 거에요.
그렇게 1년 동안 공부하며 쓴 저의 첫 책이에요. 지금 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기획 부터 집필 까지 모든 것을 혼자 다해서 온전하게 내 책이란 애정이 커요. 유학생 때 냈던 책인데 이후에 저의 진로가 새롭게 열리기도 했고, 이 책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 모습도 없었을 것 같은 생각이드네요.
◼️사람들은 퀴즈 하나 틀렸다고 1년씩이나 혼자 공부해서 글로 쓰진 않잖아요. 원래 호기심 많고 하나에 빠지면 끝을 보는 성격인가요?
그렇진 않아요. 그냥 그 문제에 꽂혔던 것 같아요. 운이라고 봐요. 평상시에는 잘 안 꽂혀요. 그런 경우가 몇 번 있긴 해요. ‘공생 멸종 진화’라는 책을 쓸 때도 그랬어요. ‘멸종’이란 문제에 꽂혀서 신문에 몇 년간 연재했거든요. 그 글들이 묶여 '공생 멸종 진화' 와 '250만분의 1' 2권의 시리즈로 나왔어요.
‘같이 살자’는 메시지를 책에 담았어요. 우리 인류도 언젠가는 멸종할 텐데 멸종하는 종들의 숫자가 너무 빨리 늘어나는 거예요. 인류가 좀 더 지속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생각하다가 ‘같이 살자’는 메시지를 얻었던 거죠.
◼️최근작인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1, 2권도 신문연재를 통해 출간되었는데요. 읽어보니 정치, 사회,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이야기를 다양한 과학 소재를 활용해서 말하고 있더라고요.
특히 우리 일상과 세상에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몇십 편의 글 중에 같은 소재로 쓰인 이야기가 없는 것도 신기했고요. 어떻게 이렇게 다양한 주제의 글을 끊임없이 쓸 수 있는 건가요?
뭘 쓸까는 많이 고민하지 않아요. 마감 직전 떠오르는 단어로 써요. 어떤 키워드든 과학 이야기와 일상 얘기를 아직은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세상에 관심이 많아요. 신문, 트위터, 페이스북 좋아해요. 온갖 이야기들이 다 있잖아요. 그날 본 것, 그날 읽은 과학 저널들.. 그게 이어지더라고요. 약간 억지스러울 때가 있긴 한데 그래도 연결해요. 사람들은 그런 걸 좋아하더라고요. 전혀 상관없는 것들을요.
과학 얘기하다가 양육 얘길 한다든지 그런 거에요. 사실 저는 배워본 적은 없지만, 대학에서 학생들 가르칠 때 글쓰기 수업을 했었어요. 그때 해준 얘기가 있어요.
짧은 칼럼을 쓸 땐 3가지 글감을 준비하면 좋아. 3가지 글감이 전혀 상관없을 때 가장 좋고. 이걸 엮어서 한 가지 이야기로 전달할 때 사람들이 좋아해.
그리고 저도 뭘 썼는지 잘 기억이 안 나니까 표를 만들어서 기록해놔요. 올해가 주기율표 탄생 150주년이에요. 역사에 관해서도 썼고 지금은 게르마늄에 대해 쓰고 있어요. 제일 많은 사람이 아는 화학 원소거든요.. 왜 유명할까요? 목걸이가 수십 만원 씩 하면서 효도 상품으로도 잘 알려졌고요. 면역력도 좋고, 암도 예방되고, 피도 잘 통하고 정신도 맑아진대요. 고혈압에도 좋고.
이렇게 좋으면 나라에서 해줘야죠 무상급식처럼. 의료보험 적용도 해주고요. 그런데 과학자들이 해보니 효과가 없어요. 그냥 우리나라에서만 통하는 사이비 과학인 거에요. 이런 얘기들을 주기율표와 원소를 통해 말하는 거에요.
◼️이런 방식으로 계속 쓰려면 공부가 많이 필요할 것 같아요. 어떻게 글감을 얻는지 좀 더 자세하게 들을 수 있을까요?
예전에 공부한 것들이 많죠. 옛날에는 공부한 것들 보관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요즘에는 안 해요. 저는 암기를 중요하게 여기는데 사람이지만 지금은 어디에 뭐를 찾으면 된다 정도만 알고 있으면 돼요. 얼마든지 찾을 수 있잖아요. 구글 검색에 웬만한 건 다 나오고 아마존에 가면 원서 자료도 1분이면 다 찾을 수 있고요.
그래서 글 쓸 때 지식 문제는 크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쓰는 글은 깊은 지식을 요구하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깊은 지식을 글에 담으려고 해서 힘들었어요.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깊은 지식을 요구하지 않더라고요. 자기와 관련된 것만 알고 싶어 해요. 학자들은 촘촘한 고리가 있어야 하는데 대중을 위한 글쓰기는 논리와 논리를 ‘감성’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거더라고요.
내가 세상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데 안 읽고 싶으면 소용없는 거잖아요. 그래서 읽고 싶은 글의 틀 안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거에요. 틀은 세상 사람들에게 맞춰 놓고, 메시지만 내 것으로 가져가는 거죠. 틀도 내것으로 맞춰 놓으면 세상 사람들은 읽지 않겠죠.
SNS 활용도 정말 많이해요. 도움이 될만한 분들을 다 친구맺기 해놔요. 동료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소설가 김탁
환 같은 문인들에게도 많이 영향받고요.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면 저한테 다들 그래요. ‘너 이거 며칠 뒤에 신문에 나오는 거지?’ 라고요. 당연하죠.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를 우리만 하고 있을 순 없잖아요. 모든 일상에서 글감을 계속 얻고 있어요.
◼️글을 쓸 때 나만의 습관이나 방식이 있나요?
일단 새벽에 씁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쓰고, 미리 고민하지 않고요. 하지만 설계도는 그려요. 아까 말한 세 덩어리로요. 글감을 넣어서 어떻게 가겠다 정도만 생각하고 써요. 하다 보면 바뀌어 나가긴 해요. 도입과 전개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아니면 전혀 다른 이야기 3개를 엮는 것.
그리고 시간을 정해놓고 빨리 써요. 칼럼 하나에 90분 안에 쓴다는 걸 정해놔요. 12~15매. 아니면 일이 바빠서 쓸 수 없어요. 더 많은 시간에 고치면서 쓰면 더 좋겠죠. 퇴고를 빨리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건 아무나 하면 안 돼요. 옛날에는 당연히 그렇게 했는데 오랜 시간 글을 쓰면서 훈련된 부분이 있어서 지금은 그 시간을 짧게 하는 거라고 봐요. 나중에 책 나올 때 보면 좀 후회가 되지만 저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그리 높지 않은 걸 알아요.
사람들이 글 못 쓰는 이유가 자기 기대치가 높아서라고 봐요. 100점짜리 1개보다 70점짜리 4개가 더 좋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필요한 게 뭘까 고민해봤는데 절대량으로 봐도 100점보다 280점이 나은 거고요. 또 100점짜리 쓸 사람은 따로 있으니 역할 분담을 하면 되는 거라고 봤어요.
◼️작정하고 공부해서 써보고 싶은 책이 있을까요?
‘다윈 사상사’에요. 다윈 사상사를 쓰기 위해 영국, 갈라파고스, 남미도 갔다 왔어요. 어려운 글은 아니고 대중들을 위한 글이에요. 다윈의 사상을 다윈이 살았던 풍경과 함께 풀어내는 책을 올해 제대로 쓸 거고요.
사실 저는 SF 작가가 되고 싶었거든요. 아내에게 옛날에 이 말을 꺼냈었는데 3년 치 먹고살 것을 마련하고 쓰라 하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 했어요. 그런데 3년 치가 절대로 안 쌓여요. 그래서 아직까지 한 줄도 못 쓰고 있는데..
조금 길게 봐서 ‘우주선 살인 사건’ 같은 걸 쓰고 싶어요. 커다란 우주 정거장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며 펼쳐지는 이야기죠. 여기에는 우주물리학과 생물학이 결합된 이야기가 펼쳐질거에요.
◼️글쓰기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일단 많이 읽어야 해요. 읽지 않으면 못 써요. 많이 읽는 건 당연한 거고요. 그리고 짧은 글을 매일 쓰는 것. 이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생각해요.
블로그도 좋고 SNS도 좋고요. 즉시 피드백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있어서 좋아요. 예전과 가장 다른 부분인데 큰 도움이 돼요. 특히 연재를 하면 피드백이랑 팩트체크도 받을 수 있고요.
무엇보다 칭찬만큼 큰 힘이 되는 건 없어요. 그래서 칭찬해줄 수 있는 사람들한테 자꾸 글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해요. 예의를 차릴 수 있는 사람들한테요. 익명게시판에 가면은 욕밖에 안 해요. 이건 마음이 힘들어져요. 칭찬해 줄 사람들한테 피드백을 받고 모여진 글들을 다시 읽으면서 성장하는 과정들을 스스로 느껴보는 것이고요.
글을 쓸 때 목적, 마감 시간, 분량도 정해놔야 해요. 이 글로 무엇을 하고 싶은지가 명확해야 하고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분량을 정해놓고 쓰는 연습도 하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제일 좋은 글은 자기 입말을 옮긴 거라고 생각해요. 말하는 것처럼 쓰는 글이 좋거든요. 얘기는 그렇게 재밌는데 글을 못 쓰는 사람들도 많아요. 말이 가장 자연스러운 거거든요. 글쓰기가 어렵다면 말을 글로 그대로 옮기고 어법상 안 맞는 부분만 수정해 가는 것을 추천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글쓰기는 내 삶에 어떤 의미인가요?
'배설창구’입니다. 저에게 가장 심한 욕은 인마와 짜식 이에요. 저한테 이런 소리를 들으면 진짜 심한 욕을 들은 거거든요. 근데 이 말을 해도 사람들이 못 알아 들어요. 나의 이 분노를 풀어내는 것이 글쓰기인 것 같아요. 글을 쓰면서 말을 하면서 그 분노가 풀리고 에너지도 많이 얻고요. 그래서 이렇게 말하고 싶네요.
나의 글쓰기는 분노의 배설물이자 에너지의 원천이다.
연세대학교와 독일 본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했지만, 박사는 아니다.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을 거쳐 현재는 서울시립과학관장으로 일하면서 대중의 과학화를 위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 <달력과 권력> <공생 멸종 진화> <해리포터 사이언스> 등을 썼으며 몇 권의 독일어와 영어 과학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9년 연애 후 결혼한 아내와 30년을 함께 사는 동안 두 딸을 얻은 게 최고로 잘한 일이다. 착하다.
*출처 : 체인지온
위 인터뷰는 '온라인 글쓰기 커뮤니티 - Meeji'에서 진행했습니다. Meeji는 ' '글쓰기로 지적 성장과 만남, 변화를 만들자'를 모토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Meeji '온라인 연습 모임 안내'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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