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첫 아르바이트에서 인생을 배우다.

아르바이트에서 배운 영업의 본질

by 박현진

나의 본가인 서울 혜화는 흔히 대학로라 불리며 연극으로 유명한 곳이다. 지금은 불법으로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혜화를 지나가면 50m마다 연극 호객하는 사람들이 줄지어 있었다.

아르바이트생들이 자신의 극단 연극 티켓을 판매하는 것이다. 여기서 한 가지 재밌는 점은, 정가가 없는 것이다. 같은 티켓을 만원 혹은 이만 원에도 판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호객 아르바이트생은 판매액에서 20% 내외의 커미션을 월급으로 받아가고 기본급은 없다. 사실 상 판매 수량에 따라서 어쩌면 일반 직장인 이상을 벌어갈 수도 있는 재밌는 시스템이다.

나는 20살 당시 수능이 끝나고 대학에 진학하기 전 인생 경험으로 첫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것이 이 연극표 판매 호객이다.


길가는 사람에게 판매를 해야 하는 일이니 잦은 시비나 문제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그래서 나같이 초짜들은 약 일주일 간 아르바이트생 사수를 따라다니며 티켓 호객과 판매에 대해서 배우게 된다.

당시 내 사수는 우리 극단에서 압도적인 성과를 자랑하는 판매원이었다. 정확한 액수는 기억 안 나지만 당시 월급으로 웬만한 중견기업 신입사원 이상을 벌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말해줬지만 모 명문대학의 대학원생인데 개인 사정이 어려워져 이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이었다.

바로 옆에서 며칠을 지켜보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시도 쉬지 않고 고객을 잡으려는 성실성과 고객을 대하는 자세는 최우수 판매원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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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내 또래 여성이 우리에게 연극 티켓을 살 수 있냐고 물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시골에서 혼자 서울관광을 왔다. 그리고 한 번도 연극을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혜화가 연극으로 유명하니 무턱대고 왔는데 어떤 연극이 재밌는지, 어디서 예매하는지를 몰라서 우리에게 물었다고 했다.

이런 부류의 사람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다 된 고객이다. 보통 우리 고객은 티켓 가격을 대략적으로 알고 오거나 연극 관람 경험이 있기에 최저가 인근에서 판매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대로 티켓은 상한가 내에서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이런 아무것도 모르는 고객은 경우는 대부분 상한가로 판매한다.

나의 당연스러운 예상과 달리 사수는 최저가로 티켓을 판매하려고 하였다. 나아가 여성의 취향을 들은 후 우리가 판매하는 연극이 아닌 다른 연극을 추천해주었다. 여성이 다른 연극 티켓을 구매하러 간 후 나는 사수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해 물었다.

사수는 내 질문에 세 가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첫째, 나는 호객이나 판매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다. 연극을 보러 온 고객들은 내가 아니라 내가 판매하는 연극 티켓 때문에 구매하는 것이다. 그저 나는 열심히 고객이 있는 자리를 찾아다닐 뿐이다.


둘째, 연극 관람에 목적이 있는 고객은 내 성과가 아니다. 어차피 살 고객이었다. 연극을 볼 생각이 없던 고객에게 판매했을 때가 내 능력이다.


셋째, 나는 항상 최저가에서 5천 원 더 비싼 가격 내에서만 판매한다. 나는 우리 연극이 내가 자신 있게 권할 만한 연극인지 직접 봤다. 꽤나 재밌지만 그 정도 가격이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 정도면 고객들이 관람을 마치고 돈 아깝다는 생각을 안 할 것이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지금까지도 영업에 있어서 내가 마음속에 항상 새긴다.

상황이 다르기에 내가 말하기 조심스러운 이야기가 하나 있다. 가끔 인바운딩 고객과의 계약에 대해 전적으로 자신의 역량으로 따냈다는 이야기를 주변에서 접하게 된다.

물론 좋은 거래 조건으로 계약을 매끄럽게 진행시키며 고객 만족을 올리는 것은 영업 담당자의 능력이 맞다. 하지만 인바운딩으로 찾아온 고객과 계약을 성사시키는 것 자체는 회사의 성과에 가깝다. 그동안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고객들에게 인정받은 것이다. 회사의 배경과 지원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이것이 자신이 역량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영업맨은 내가 파는 것에 구매의사가 없는 고객들이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한다. 왜 그들이 구매의사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최종에는 고객이 "안 살 이유가 없게" 함으로 자사와 고객 모두 만족하는 거래를 만들어야 한다. 직무 따라 다르지만 "새로운 고객을 만들기 위해 스스로 어려움을 찾아다니는 것"이 진정한 영업맨의 자세이다.

그런 의미에서 회사의 배경과 지원이 적은 중소기업, 스타트업 영업 담당자들에게 심심한 위로와 응원을 보낸다.

영업은 '자신이 좋다고 믿는 것을 고객에게 권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막연히 팔아야 될 것을 잘 파는 것이 아니다.

"내가 파는 것이 과연 객관적으로 충분히 좋은 것일까?, 고객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합한 수단일까?"

나의 것에 믿음을 가지고 고객에게 진정성을 가지고 제안해야 한다. 그리고 고객 문제를 해결하고 만족을 선사하는 것이 영업의 본질이다.

영업은 수많은 업무 중에서도 정형화된 방법론이 적은 업무이다. 필드(Field) 영업의 경우 가변적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도 있겠지만 영업이란 기본적으로 인간관계의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고객의 성향에 따라서 다양한 방법을 유동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하지만 '진정성'이야말로 영업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본질의 방법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