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째 장기 연애, 8년째 동거 중인 커플의 이야기
마라탕, 엽기떡볶이 마라맛, 탕후루, 크로플 등등.
대유행일 땐 거들떠보지도 없다가, 사람들이 “이제 너무 질려”라고 말할 즈음에서야 슬며시 관심을 보인다.
“이거 전에 유행했는데, 왜 유행했는지 먹어볼까?”
결국 우리는 유행이 지나고 한산해진 가게에서 뒤늦은 첫 시식을 한다.
재밌는 건, 둘 다 트렌드를 읽고 반영해야 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업무에선 누구보다 빠르게 트렌드를 캐치하지만, 유독 음식 유행만큼은 천천히 따라간다.
일하면서 트렌드를 쫓는 게 지쳐서일까?
아니면 본능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걸까?
나는 음식 유행을 쫓는 편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거 요즘 유행이래, 같이 먹어보자!" 하면 “그래 너네들이 좋아하니까~” 하며 따라가는 편인데, 남자친구 또한 그런 부류의 사람이라 우리는 자연스럽게 유행을 타지 않는 커플이 됐다.
뒤늦게 시도한 음식은 우리를 감탄하게 만든다.
“와 이거 진짜 맛있다! 사람들이 왜 좋아했는지 알겠어! 왜 이제야 먹었지?” 매번 이런 느낌이다.
최근에는 마라탕에 빠졌다.
“왜 이걸 이제야 먹었지?” 하면서 주에 한 번씩은 꼭 시켜 먹는다.
많이 먹으면 건강에 안 좋다고 해서 최대한 절제하려 하지만, 그만큼 더 애틋하게 즐긴다.
최대한 맛있게, 꿔바로우까지 꼭! 시켜서.
유행에 뒤처지는 속도지만
그렇게 우리는 남들과는 다른 속도로 유행을 따라가고, 우리만의 방식으로 유행을 다시 만든다.
세상의 유행은 빠르게 흘러간다.
사람들이 한 번쯤 경험해야 한다고 떠들던 것들이 어느새 사라지고, 인스타그램을 가득 채웠던 트렌드는 금세 잊힌다.
하지만 우리는 늘 조금 늦게 따라가고, 그 속도 안에서 우리만의 즐거움을 찾는다.
음식뿐만이 아니다.
한때 유행했던 음악을 이제야 찾아 듣고, 유행이 지난 스타일의 옷을 이제야 사 입고, 사람들이 다녀온 여행지를 이제야 가본다.
우리는 유행을 따라가기보다, 우리만의 속도로 그것들을 추억으로 만든다.
유행뿐만 아니라, 우리의 관계도 그렇다.
빠르게 불타오르다 식어버리는 관계가 아니라,
천천히 익숙해지고, 천천히 맞춰 가는 관계.
그러다 보니 어느덧 9년을 함께했고, 8년을 같이 살아왔다.
유행이든 삶이든 사랑이든.
우리는 우리만의 속도로,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을, 우리가 좋아하는 방식으로 즐긴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속도가 나는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