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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포이베 May 13. 2016

조금씩 책으로 돌아오다

엄마는 이제 언제든 책을 읽어 줄 준비가 되어있다.

책과 다시 친해지도록 해야겠다고 결심한 후 난 TV를 끊었고 우리 딸은 동영상을 끊었다. 어쩌다 가끔 핸드폰이 보이면 아직도 감탄사 연발하며 달려가지만 슬쩍 내 얼굴을 보고 동의를 구하는데 이제는 아무 말 안 하고 눈을 마주치면서 고개만 좌우로 저어도 더 이상 조르지 않는다. 이럴 때면 내 딸이지만 정말 진심 착하다는 생각이 든다. 딸에게 한없이 감사하다.


책을 보는 것이 장난감 돌려가며 놀 듯 놀이 중 하나처럼 놀다가 잠시 집중하고 책을 잔뜩 꺼내서 후루룩 읽고

조용해서 보면 혼자 책 보고 있고 밥 먹다 말고 책을 가지고 벌렁 드러눕질 않나 가끔은 책으로 탑도 쌓고 논다.





물론 아직은 그 책 보는 시간이 짧다. 소위 독서 영재들은 책 읽어 달라며 밤도 새우고 혼자서 몇 시간씩 불러도 모른 채 책에 빠져든다는데 그러려면 아직 멀었지만 이렇게 책과 점점 가까워지는 것만으로도 이미 시작은 반이라 생각한다. 하루 종일 책을 읽어주는 것이 얼마나 에너지 소모가 많은 일인지 요 몇 주 사이에 뼈저리게 실감하고 매일 밤 떡실신하고 있지만 중간중간 혼자서 책을 꺼내 몇 권이라도 읽고 있는 뒷모습을 보면 그 빠진 에너지는 순식간에 차고도 넘친다.



그 힘으로 또 열심히 읽고 또 읽고 같은 책도 내가 조금만 말투를 다르게 읽어 주거나 액션을 다르게 넣어서 읽어 주면 그 책은 또 새로운 책이 되어서 그 페이지에서 열심히 따라 하느라 보고 또 보고 책에서 머무는 시간이 길어진다. 


엄마는 힘들어서 떡실신해도 좋으니 밤새 책 읽어 달라 하면 졸린 눈을 비비며 읽어줄 준비가 되어 있어! 언제든 책만 가져와 엄마가 다 읽어 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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