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불필요한 고민들
여행 목적지를 정하면서 그곳이 성수기인지 정치적으로나 기후적으로 위험성은 없는지 살피게 된다. 그렇다면 대체적으로 여러 관광 명소를 광범위하게 배로 여행하는 크루즈 여행은 어떨까? '나는 이곳을 둘러 보고 싶은데 나의 휴가가 비수기인 것은 아닐까?', '조금 위험한 곳이라는데 안전하게 마칠 수 있을까?' '비자가 필요한 곳이 있는데 그곳은 구경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등등의 우려를 먼저 해결 하고 싶어 진다. 그러나 그러한 고민은 꼭꼭 접어 휴지통에 버리시라.
여행 전 제일 먼저 우리의 목적지를 정하는 데에 따른 고민은 성수기와 비수기 일 것이다. 날씨가 좋다면 그만큼 성수기일 것이고 비나 눈이 많이 오는 기후에 들어선 지역이라면 당연히 비수기 임이 분명하다. 바다를 끼고 있는 항구 도시들을 경유지로 해서 여행 스케줄이 잡히는 크루즈는 배의 안전 운항과 연계되는 관계로 일반 도보 여행과 조금 다르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크루즈 여행은 비수기가 없다. 아니 비수기인 지역은 운항 스케줄이 없으므로 가고 싶어도 못 간다는 이야기가 더 정확하겠다.
여행 사이트에서 참조한 지역별 크루즈의 피크 시즌과 최적 시즌을 우선 살펴보자. 피크 시즌은 여행자들이 많이 몰리는 시즌으로 피크 시즌을 전후로 최적 시즌이 살짝 연장되어 연결되는 것을 알 수 있다. 여행객이 많이 몰리는 관계로 피크 시즌은 크루즈의 가격이 올라간다. 대신 최적기에는 일반적인 휴가 기간이 아니지만 여행하기 좋은 조건에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기 때문에 가격도 적당하고 쾌적한 여행을 마칠 수도 있다는 장점도 있다.
캐러비안, 바하마
피크 시즌 - 늦은 3월~7월, 최적기 - 12월~이른 4월
남미
피크 시즌 - 1월~이른 4월, 최적기 - 늦은 3월~4월; 11월 ~12월
남극
피크 시즌 - 12월~2월
동남 아시아
피크 시즌 - 1월~5월, 최적기 - 늦은 3월~5월 ; 11월~12월
버뮤다
피크 시즌 - 늦은 5월~이른 9월, 최적기 - 4월~이른 6월 ; 늦은 8월~10월
대서양 횡단
피크 시즌 - 4월~이른 6월; 늦은 8월~10월
알래스카
피크 시즌 - 늦은 5월~이른 9월, 최적기- 5월~이른 7월 ; 늦은 8월~9월
캐나다, 뉴 잉글랜드
피크 시즌 - 늦은 5월~이른 10월, 최적기- 5월~ 이른 6월 ; 늦은 9월~10월
지중해, 그리스, 서아시아
피크 시즌 - 늦은 5월~이른 10월, 최적기 - 5월~이른 6월 ; 늦은 9월~10월
발트해
피크 시즌 - 늦은 5월~이른 9월, 최적기 - 5월~이른 6월 ; 늦은 8월~9월
우리 부부의 첫 번째 웨스턴 캐리비안 크루즈는 12월 초에 시작되었으므로 최적기가 시작되자 마자였고, 두 번째 이스트 캐리비안 크루즈 역시 최적기인 12월 중반에 시작하였었다. 세 번째 서 지중해 크루즈 역시 최적기인 10월에 떠났고 이번 알래스카 크루즈 역시 최적기인 9월 말에 여행을 마쳤으므로 네 번 모두 경제적으로 적당하고 기후도 적당한 쾌적한 여행이었다 할 수 있다.
크루즈 상품은 크루즈 라인 회사마다 일 년치 스케줄을 세심하게 계획하고 짜 맞추어 내놓는다. 위의 기간 이외에 지역적으로 우기에 접어들어 여행이 불쾌하거나 알래스카나 남극처럼 기온이 낮아져 배운 운항이 위험한 기간은 크루즈 운항 스케줄에 잡혀있지 않으므로 시즌에 따른 고민은 접고 계획하셔도 좋겠다.
여행 목적지를 선택할 때 역시 고려되는 것이 지역에 따라 분쟁이나 전쟁으로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을 피하고 싶어 진다. 일반적으로 크루즈 배들은 위험 지역에 정박하는 스케줄을 잡지 않는다. 일례로 우리 부부가 다녀온 서 캐러비안 크루즈 일정에 있었던 과테말라의 산토 토마스가 다녀온 직후 과테말라의 정치적 혼란으로 불안해지자 다른 곳으로 바뀌어있는 것을 확인했으며, 역시 같은 크루즈로 다녀왔던 벨리즈가 경제 문제가 생기자 벨리즈 운항이 잠시 없어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적어도 2천 여명이 훌쩍 넘는 대형 크루즈선 여행객을 위험지역에 풀어놓을 간 큰 회사는 없을 것이다.
여러 나라의 여행지를 경유하는 여행에서 고려하는 것이 경유하는 나라마다의 비자 문제이다. 크루즈 여행 역시 내가 가진 여권으로 입국이 가능한지 비자 신청을 따로 해야 하는지 알아봐야 하는 것은 필수이다. 다행히 대한민국 여권 소지자라면 대부분의 나라에서 문제가 없다.
크루즈 승객은 비자가 필요한 나라라도 1일 안에 배로 돌아가게 되는 크루즈 여행객의 관광을 위해서는 무비자로 여행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예를 들어 벨리즈 같은 나라는 입국시 비자를 일정액을 주고 사야 하는 나라였지만 우리는 비자 필요 없이 즐거운 관광을 하고 배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비자가 필요한 지역이 있다면 크루즈 라인에 따로 문의하여 확인을 하는 것이 좋다. 비자 문제로 인해 관광을 하지 못해 일어난 손해는 여행 보험으로 보상받지도 못한다. 특히 많은 크루즈 선이 취항하고 도착하는 미국이나 그 외 비자를 미리 받아놓고 비행기를 타야 하는 경우는 미리미리 받아두어야 하므로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크루즈에 승선함과 동시에 발급되는 객실의 카드 키는 방 열쇠의 역할 이외에 배안에서의 신용 카드 역할도 하지만 정착지에 내리고 탈 때 승객임을 증명함과 동시에 여권 역할도 한다. 입국 카드가 필요한 지역에 정박하게 될 경우는 도착하기 전에 배에서 입국 카드를 작성하여 미리 접수를 받고 내릴 때는 카드 확인만 하므로 입국 심사대 처럼 시간이 걸리거나 하지 않는 편리함도 있다. 하지만 여권은 배에서 내릴 때는 혹시라도 생길지 모르는 불의의 사고에 대비해 항상 소지 하고 다니는 것이 좋다.
알래스카 크루즈를 예약하고 얼마 안되어 홀랜드 아메리카 크루즈선이 알래스카 케치칸 정박 중 경비행기로 관광을 하던 크루즈 여행객 8명이 사상을 입는 뉴스를 접했다. 그 이전 유명한 이탈리아 크루즈 사고도 있었고, 어느 크루즈 선의 승객들이 식중독에 걸렸다는 뉴스도 나온 적이 있다.
오래전 한 달간 아프리카와 지중해를 크루즈 여행하시던 시부모님이 탄 배가 수에즈 운하를 지나던 중 해적들의 공격을 받았다는 뉴스에 우리 가족들의 가슴이 철렁했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고기를 잡던 어선을 해적선으로 잘못 보고 난 오보였다 해서 한숨 돌린 일도 있다.
세상에 사건 사고는 무수히 많이 일어난다. 크루즈가 아니라도 예측할 수 없는 어떤 사건, 사고도 운 나쁘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여행이므로 여행 중 규칙이나 경고를 무시해서는 절대 안된다는 것은 여행지를 향해 집을 나서면서부터 명심해야 즐겁게 추억을 남길 수 있지 않겠는가. 어떤 세계가 나를 반길지 설렘을 안고 쿨하게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