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홍콩 사리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피비 정 Oct 13. 2015

홍콩과 맞짱 뜨는 곳

홍콩 최대 재래 시장 춘완 마켓

홍콩은  동네마다 홍콩 유명 체인 마트가 들어서서 서양식 이건 동양식이건 대부분의 먹거리를 쉽게 적당량을 사다 해먹기가 좋다. 특히 요즘은 한류 영향인지 한국 제품도 많이 들어와서 고추장이나 된장까지도 동네 마트에서 사다 먹는다.  나 역시 대부분의 식재료는 동네 마트에서 해결하지만 다양한 음식을  해먹고사는 관계로 가끔 시내 유명 마트에서 구해 오는 것들도 꽤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재래 시장을 찾게 되는 이유는 그런 마트들에는 없는 것들이 시장에는 다 있을 뿐 더러 가격까지 저렴하고 싱싱하기까지 하다. 게다가 시장 구경 또한 빼 놓을 수 없는 주부들의 인기 종목 아닌가.

홍콩 여행객들은 많이 찾는 곳인 템플 스트릿, 피쉬 마켓, 플라워 마켓 , 상하이 스트릿 같은 거리의 마켓 주변에서 혹은 미드레벨의 웰링턴 스트릿 근방에서 홍콩 재래 시장을 보고 간다. 그곳 외에도 홍콩 구석구석 우리의 동네 시장처럼 채소가게나 생선 가게 같은 점포들과 노점상들이 모여 시장을 이룬 곳이 많이 있고 그중에 우리 동네에서 페리로 10분이면 당도하는 춘완 재래 시장은 홍콩 소매 시장 중에 최대의 재래 시장이라고 한다. 춘완 재래 시장은 몇 개의 큰 대로변을 비롯해 작은 골목길 까지 점포가 들어서 있고 노점상을 비롯해 대형 수산 시장 건물 까지 들어서서 인파로 들끓는다. 싱싱한 생선이나 남편이 좋아하는 살아있는 랍스터를 사러 갈 때도 있고, 제철 과일이 맛있는 게 많이 나오는 때면 과일만 한가득 사 올 때도 있고, 마트에 들어오지 않는 채소들을 사러 갈 때도 있지만 시장 주변에 맛난 국수집을 찾아 이웃 주부들과 몰려 갈 때도 있는 그런 곳이다.

영국령이었던 까닭에 많은 홍콩인들이 영어로 대화가 가능하지만 영어를 구사할 줄 모르는 이들 역시 그만큼  많다. 나의 주변 환경은 크게 광동어가 필요하지는 않은 터이라 광동어 한마디 모르는 나는 홍콩에 십여 년간 살면서 크게 불편한 점 없이 산다. 그런 가운데 가장 불편한 것을 꼽자면 또한 언어 문제다.

지금은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여행객이 많이 찾는 지역이 아닌 로컬 사람들로 붐비는 곳을 처음 나설 때는 뻔뻔스러운 성격의 나 역시도 약간의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던 적도 있다. 그런 곳 중에 홍콩 사람들의 삶이 녹아들고 북적대고 광둥어가 시끌벅적 들리는 그곳..... 홍콩의 재래 시장으로 가면 언어의 장벽과 동시에 눈 앞에 펼쳐진 혼란과 이름 모를 식재료들로 한번 더 어리 둥절해지기 마련이다. 홍콩에 막 자리 잡은 이들에게 그들과 거래는 그야말로 리얼 홍콩과 일대일 대면이다.

학교에서 한문을 배운 적이 있고 일본어까지 했던 나는 한문은 적당히 눈치껏 읽어내는 도통함(?)이 있어 물건 위에 올려 놓은 가격표를 보고 한 근에 얼마, 한 단에 얼마, 한 마리에 얼마 정도는 알 수 있어 싼 것 고르는 데는  문제없으니 다행이다. 상인들 역시 내게 받아 내야 하는 가격을 계산기에 찍어 보여주니 내게서 돈 받아 먹기도 쉽다. 주부의 다져진 재능으로 깍는 것도 가능하다. 말이 안 통하면 주인장이 담아주는 봉지 안에 파 한 줄기라도 더 밀어 넣으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하는 것들이 눈에 띌 때이다. 처음에는 모르면 모르는 데로 안 사다 먹고 안 사다 쓰면 되는 것이라 생각하고 지나쳤지만 이웃이 생기고 해가 넘어가면서 이웃과 함께 모르던 것들을 알아가며 사다 먹어보고 써보는 재미도 쏠쏠해졌다. 가끔은 '이렇게 맛난 것을 여태 몰랐네' 하며 이웃과 박장  대소할 때도 많으니 말이다.

이곳 재래 시장에 보이는 채소들은 한국에서 파는 채소들과 같은 것들도 많고, 같은 것이지만 생김이 조금 달라서 잘 모르면 그냥 지나치게 되는 채소도 많다. 동남 아시아에 속하는 관계로 동남아시아 채소도 많아서 태국 요리 이외 동남아시아 요리 해먹기도 쉽고, 서양 채소 역시 골고루 나오는 편이다. 어느 채소라도 알고 보면 한국 요리에  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 모양새만 다를 뿐 사람 사는 것은 거기서 거기다.

과일 또한  한국처럼 배나 사과 같은 것이 일 년 내내 나오고 세계 각지에서 수입된 열대 과일도 철마다 넘쳐난다.  한국에서 들어온 과일을 팔 때도 많은데 과일 가게에  가을이면 한국 곶감이 있어서 사다 수정과를 만들어 두고 먹을 수도 있다.

건어물 가게에서 껍질 벗긴 마른 새우를  사오기도한다. 홍콩의 건어물은 조금 짜고 매우 단단하게 말리기 때문에 다른 것들은 사볼 엄두도 못 내지만 껍질 벗긴 마른 새우는 볶아 먹으면 아주 단맛이 좋고 구수해서 자주 사 오는 편이다. 홍콩에도 마른 오징어나 문어가 있다면 믿을까?

꼭 들르는 곳이 또 있다. 어묵 가게. 가게에서 바로 튀겨내 진열해 놓고 파는 어묵은 종류도 엄청 많고 마트에서 포장해 파는 것보다 맛도 좋다.

길가에서도 생선 가게와 정육점을 볼 수 있지만 큰 수산 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일층에는 수산 시장, 이 층은 정육점 상가들이 꽉 차있다. 정육점은 우리가 늘 보던 모습이 아니라 그곳에서 고기를 사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하지만 수산 시장으로 들어서면 살아서 펄떡대는 생선에 눈이 휘둥그레지며 생선을 고르느라 시장 안을 휘젓고 다니곤 한다. 매운탕으로 좋은 우럭이나 광어류는 물론 가자미나 고등어, 갈치 등 우리에게 익숙한 생선도 많지만 전복이나 조개류, 굴 등은 마트 보다 많이 싸고 종류도 다양하다. 이곳의 랍스터가 싸서 가끔 사 오는데, 살아 있는 랍스터를 사서 오다 날카로운 껍질에 비닐 봉지가 찢겨져 비린내 나는 물이 페리 안에 흘러서 어쩔 줄  몰라했던 일이 있다. 그 이후로는 랍스터 사러 갈 땐 끌고 다니는 트롤리에 신문지를 두툼하게 깔고 나선다.

시장에서 장을 보다 보면  중간중간 눈길을 끄는 이색적인 홍콩의 모습도 있어 장보는 재미를 더한다. 저렴한 생활 용품 가게에는 홍콩 인들의 특이한 그릇이나 찜기들이 눈에 띄고, 길가 허름한 식당 앞에 걸어놓은 거위 구이와 차슈 덩어리들도 눈길을 잡는다. 홍콩식 두유인 또장과 함께 요우티아오 진열대도 보이고 한약재를 다려 놓은 듯한 한방찻집도 보인다. 이런 이색적인 홍콩의 모습에 눈길을 돌리고 있을 때쯤 익숙한 떡냄새가 코끗을 찔러 뒤 돌아보면 어릴 적 외갓집에서 명절날 맛나게 먹었던 증편이 김을 모락모락 내며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 모습이 들어오고, 우리가 새우젓 바지라고 불렀던 몸배 바지와 화려한 꽃무늬 티셔츠를 파는 노점 아주머니 모습이 한국 장터와 오버랩된다.

이웃들과 함께 나와 장을 보고 나면 시장 한편의 운남 국수집으로 향한다. 오동통한 운남 쌀국수에 시래기 넣고 돼지 뼈와 내장을  푹 고은 국물을 담아 야채와 내장, 돼지 고기 등을 얹어 매콤한 라자오유를 넣어 먹는 맛이 한국 장터의 순댓국맛이다.

요즘은 홍콩도 건물을 크게 짓고 상점들을  입주시킨 건물형 시장이 많이 늘고 있지만 거리에 펼쳐진 시장 만큼 사는 맛이 넘치는 곳이 또 있을까? 
여기저기서 손님을 끌기 위해 외치는 ' 말라이~ 말라이~' 소리는 '골라~ 골라~'를 외치던 한국 장꾼들의 외침과  다름없다. 아주 조금 다를 뿐 어느 곳이던 장터는 사람 냄새 물씬 나는 활기를 주는 곳이다.


저도 홍콩 시장에서 놀란 모습이 있어요. 임산부나 심장 약하신 분들은 아래 사진을 피해 주세요.





















거위 구이 머리와 개구리들....


매거진의 이전글 홍콩 스타일 원스 어펀 어 타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