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 캐리비안 크루즈 1
홍콩으로 오기 전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살 때 우리 아파트에서 바로 앞으로 크루즈 선착장이 있었다. 별 관심 없이 살고 있다가 어느 날 친구가 놀러와 베란다에 앉아 건너편에 보이는 크루즈 배를 가리키며 '저런 배를 타고 여행하려면 돈이 많이 든대'하길래 '난 언제나 저런 큰 배를 타고 여행을 다니지?' 하고 부러운 마음으로 건너다본 적이 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난 후 2010년, 홍콩으로 이사 온 지 몇 해지나 휴가도 제대로 찾아 쉬지 못하고 열심히 일한 남편이 밀린 휴가 중 삼 주일을 받아 놓고 크루즈 여행을 가자고 했을 때... 그때의 기쁨과 설렘은 내 생애 최고가 아니었나 싶다. 이후 6년 동안 네 번의 크루즈를 다녀왔지만 첫 번째 크루즈만큼 동경과 설렘을 주지는 못했다.
초겨울에 받아놓은 남편의 휴가 날짜에 맞추어 크루즈 여행지를 이리저리 찾아보다가 날짜도 맞고 기후도 적당하고 남편도 나도 발 닿은 적이 없던 웨스트 캐리비안 크루즈를 선택하게 되었다. 웨스트 캐러비안 크루즈라고 하면 몇몇 다른 출발지에서 출발하고 도착지 역시 다른 코스로 항해하는 여러 여행 상품이 있다. 그중에 휴가 날짜에 적합한 것을 고르자니 큰 선택의 폭은 없었지만 첫 크루즈였던 만큼 매우 즐거웠던 여행이었다.
우리 부부가 선택한 크루즈의 코스는 올란도를 출발하여 멕시코의 코즈멜, 과테말라의 산토 토마스, 벨리즈의 벨리즈 시티, 미국 남쪽 끝인 키 웨스트를 돌아 올란도로 다시 돌아오는 7일간의 크루즈였는데, 올란도에서 이틀 그리고 7일간 크루즈 여행을 즐긴 뒤 올란도에서 뉴욕행 비행기를 타고 뉴욕에서 삼일 간의 구경을 한 뒤 홍콩으로 돌아오는 알찬 여행 계획이었다. 다행히 노르웨지안 크루즈 라인의 웹사이트가 잘 정비되어 있어 에이전트도 필요 없이 우리 부부의 기호에 맞게 알차고 절약된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었다.
우리가 올란도에 도착한 날은 미국의 명절 추수 감사절 전날이었는데 다음 날인 추수 감사절엔 남편이 가보고자 했던 '케네디 우주 센터'를 둘러보았고 그 다음날은 미국 제일 넓은 쇼핑몰이라는 플로리다 쇼핑 몰에서 유명한 블랙 프라이데이 쇼핑을 한다며 헤맸다.
크루즈를 타고 여행한 7일 중 첫날은 바다에서 보내는 날. 배안을 이리저리 구경하기도 하고 방에 딸린 발코니에서 썬텐을 하는 둥 릴랙스 한 하루를 보내고 다음날 멕시코 코즈멜에 도착한다.
크루즈가 처음이었던 그 당시엔 도착지 여행 상품을 미리 예약하지 않아서 첫날 코즈멜 여행 상품을 접수하려고 하니 우리 부부가 관심 있던 마야 유적은 모두 만석인 것 아닌가. 하는 수 없이 코즈멜에서는 시내를 돌아다니며 구경하기로 하고 서둘러 과테말라와 벨리즈에서의 여행 상품을 예약하고 정박 시간이 짧은 키 웨스트 개인 적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여 패스.
우리 부부가 선택한 과테말라의 도착지 여행은 산 펠리페 요새. 버스로 시내를 지나 외곽 구경도 할 수 있고 산 펠리페 요새도 인상적이었으며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도 좋았다.
남미라면 마야 유적을 빼고 여행할 수 없다. 코즈멜에서 마야 유적 관광을 놓치고 실망한 우리에게 노르웨지안 직원이 '마야 유적은 벨리즈 마야 유적이 더 볼만합니다.' 하여 선택한 벨리즈의 여행은 '라마 나이 유적과 정글 리버 크루즈' 였는데 여행 중 최고의 시간이었기에 꼭 선택하시라 추천하고 싶다.
바다 위에서 하루를 더 보내고 나면 키웨스트에 도착한다. 헤밍웨이가 살았던 곳으로 유명한데 조용하고 아늑하고 깔끔한 작은 마을 정도? 노후에 이런 평화로운 마을에서 살면 좋겠다 싶었다.
키 웨스트에서 한나절 보내고 배로 돌아와 휴식을 취한 뒤 다음날이면 올란도. 꿈같은 크루즈 여행을 마치고 뉴욕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바로 택시를 잡았다.
이렇게 글 하나에 담기엔 너무 많은 즐거움을 준 여행이었기에 나의 첫 크루즈 여행을 한 발짝씩 되새기며 다음 글로 이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