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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 Jan 01. 2023

특별했던 한 해를 놓아주다

12월 마지막 주로 돌아보는 2022 

2022년에는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계속 뾰족하게 다듬는 것. 


해마다 가장 의식적으로 맞이하는 마지막 주, 나에게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내 삶에 중요한 사람들을 만나며 조용하고 행복한 시간을 보냈는데, 첫째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지금까지도 서로를 잘 아는 친구인 상아. 둘째는 우리 가족. 셋째는 나의 또 다른 가족인 전 룸메이트들 모임. 그리고 영롱언니의 남자친구 주봉. (함께 모여 논지도 어느덧 3년이 넘었고, 둘은 결혼을 앞두고 있다.) 




최적화하기


메타인지를 기르는 습관
가난한 습관을 버려야 부자의 삶을 산다.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을 갖고 있는지, 무엇을 아는지 정확히 아는 것. 그러려면 내 방 정리부터 내가 즐겨보는 디지컬 플랫폼, 콘텐츠 정리까지.


방 정리

내가 생활하는 공간이 복잡했던 탓에 늘 혼란하고 물건에 둘러싸여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나에게 무엇이 있는지도 모르고 계속 물건을 사다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가장 먼저 할 일로 방, 특히 옷장을 정리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우선 넘치는 옷을 수납하기 위해 공간이 필요했다. 과정이 번거로워 꽤 오래 미루고 있었던 안 쓰는 이불을 처분하기로 했다. 쇠뿔도 단김에 빼는 성격인 아빠 덕분에 다음 날 아침까지 모두 처분하고 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다.


카톡, SNS 정리

곤도마리에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는 말을 이때 쓸 줄이야. 그간 좋아했지만 이제는 관심이 없어진 스타일, 끌림이 없는 작업자, 접점이 없는 지인 등 팔로잉하던 계정 약 300개를 정리했다. 작년에는 식물, 도자기에 관심이 많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사라졌고, 그게 이번 정리주간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더 줄이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나는 다양한 것들에 관심이 많다. 사람들도 궁금하고, 내가 일하고 있는 디자인 업계, 스타트업 지인,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 국내외 사진작가들, 그리고 최근에 관심 가진 3D 아티스트들까지. 새해에는 또 어떤 것들에 관심이 생기려나.


물건 정리

이제는 잘 쓰지 않는 프라이탁, 향수, 입지 않을 것 같은 옷,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공인중개사 문제집까지.. 많이 고민하고 방황했던 작년 하반기. 지금 돌아보면 코미디였다.






올해의 피드백


오만

친구네 집이 예산에 있어서 종종 함께 기차를 타고 내려가 며칠 쉬고 오곤 했다. 최근에는 장거리 운전이 가능해지자 엄마 차를 빌려 편도 2시간 거리를 다녀오기도 했다. 연말과 크리스마스를 맞아 생각을 정리하러 예산에 내려가다가 상아랑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싸웠다. 운전 중이라 위험하니까 집에 가서 얘기하기로 하고 1시간가량 각자의 시간을 갖고는 다행히 집에 와서 대화하며 잘 풀었다. 이를 계기로 내가 얼마나 다른 사람의 삶에 관여하려 했는지 자각하게 되었다. 어릴 때 나는 말을 잘 못할지언정 듣는 것을 더 잘했는데 요즘은 사람들에게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듣는 능력이 부족해진 게 아닌가 돌아봤다. 잘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내가 생각하는 성공의 모습으로 주변 이들을 변화시키고자 했던 오만이 아니었을까. 제안은 하되 그 사람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것이, 한 걸음 떨어져서 기다리는 것이 이번 해에는 필요할 것 같다.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 
공부한 결과를 외부로 펼치는 작업은 주장이 아닌 제시가 되어야 한다. 객관적 사실 위 현실적, 효율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지 강권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화법과 태도, 언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변화

나를 적어도 4년, 길게는 6년간 봐 온 친구들과 31일을 함께했다. 돌아보면 우리 중에 내가 가장 많이 변화한 사람 같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스타일과 외모, 식습관, 취향 그리고 성격과 가치관까지. 대학에 간 후, 교환학생으로 스웨덴에 다녀왔을 때, 휴학하고 필라테스를 시작했을 때, 토스에 다니면서, 올해 센드버드에 와서도 나는 계속 변했다. 살아가면서 계속 멋지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접했고, 동경하는 것들이 늘어갔다. 나를 싫어하는 마음과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늘 공존해서 내가 싫어하는 모습을 바꾸고 사랑하는 모습을 지키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었을지도 모른다.


커뮤니티

사실 나의 31일의 모임은 나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는데, 대학 1학년 때의 룸메이트 지수, 2학년 때 룸메이트 영롱, 그리고 대학 동기 윤아와 영롱을 함께 살라고 소개해주어 둘이 2년을 함께 살았고 나도 그 집에 자주 놀러 갔다. 거기다 영롱언니의 남자친구 주봉오빠까지 다섯. 앞으로 이 조합으로 종종 보게 될 것 같다. 사람 사이를 연결하고, 함께 모이는 계기가 된다고 해주어 고마웠다. 새해에는 또 좋은 사람과 좋은 사람을 연결해주고 싶다.


동기부여

에너지를 주고 무언가 하고 싶게끔 동기부여하는 힘이 있다며, 새로운 방향으로 생각하게끔 영감을 주는 나의 글을 좋아한다는 피드백을 들었다. 어쩌면 내가 기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어 고마웠다. 






관계


가족

올해의 삶에서의 큰 변화를 꼽자면 6월에 한 이사. 그 때를 기점으로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6년 만에 가족들과 함께 살게 되면서 멈춰있던 가족들과의 관계를 발전시킬 수 있었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는 것 이상으로,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함께 논의할 것들을 만들었다. 첫째로, 운전 연수를 부모님께 받았다. 둘째로는 2024년에 서울로 이사 가자고 설득했고, 가족회의를 통해 지역을 좁히고 답사를 같이 다녀왔다. 비용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가족들과 금전적인 계획을 공유하고, 역할을 분담했다. 이로 인해 우리 가족은 살아온 지역, 경제 계획, 부동산 시장 등 전보다 풍부한 이야깃거리가 생겼다. 마지막으로는 월세 대신 한 달에 한두 번 하는 가족식사를 부담했다. 올해의 마지막 가족식사로 엄마가 좋아하는 뷔페를 다녀왔다. 


나의 몸과 마음

올해만 해도 삼송에 처음 왔을 때 52kg였는데 지금 45-6kg까지 빠졌다. 특별히 노력한 게 없이 살이 빠졌는데, 오랜만에 보는 사람들마다 살이 많이 빠져 보인다고 해서 기분이 묘하다. 좋은 점이라면 살이 빠졌을 때 입던 옷들이 잘 맞는 것, 나쁜 점이라면 필라테스에서 새로운 선생님한테 종이인형 같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것. 남이 들었을 때 애매한 표현은 칭찬으로 쓰면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요즘은 별다른 갈등 없이 마음이 평온하다. 좋아하는 일들에 몰입하고 있고, 나의 시간을 투자할 여력과 힘이 있어서 기쁘고 즐거운 마음이다. 


운동

작년 마지막 필라테스 수업을 목요일에 다녀왔다. 2019년에 필라테스를 시작했으니 새해면 벌써 5년째에 접어든다. 내가 가장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운동이기 때문에 '반려운동'이라 부르기로 했다. 운동할 때는 잡생각 없이 멍하니 있을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몸은 움직여도 머리는 쉴 수 있는 시간이다. 규칙적으로 가는 것만으로도 나에게 성취감을 주는, 이제는 좋아하는 취미를 넘어 그냥 하는 것. 잘해야 한다는 부담은 없지만 매번 더 잘 해내고 싶다. 운동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이 있다는 게, 이사 온 동네에서 좋은 선생님을 만났다는 게 감사하다. 




더 나답게


올해를 떠나보내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것은 세상이 정말 빠르게 변한다는 것. 경제상황도 트렌드도 손바닥 뒤집히듯 바뀌는 상황 속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단단하게 서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 잘 해내고, 더 알리고, 나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는 수밖에. 예전에는 노력하는 이미지가 싫었다. 노력파가 아니라 타고난 천재가 더 멋있어 보였다. 그래서 수면 밑으로는 열심히 발길질하면서 수면 위로는 태연한 척도 해봤지만, 그냥 나의 모습을 숨기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편한 것 같다. 그래서인지 올해는 '자기 계발에 열심이다' 는 말을 종종 들었다. 내년에는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다. 




앞으로 할 일, 그리고 하지 않을 일


새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지금 하는 것처럼 묵묵히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살면서 상황이 계속 바뀌기 때문에 처음부터 계획할 수 없는 것들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더 좋은 것들이 내게로 온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삶의 기준치와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하지만 꼭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것이 삶이라는 생각을 했다. 다만 2022년의 경험에서 비롯한, 고치거나 강화하면 좋을 삶의 태도들을 적어보았다.


할 일

• 꾸준히 글 쓰고 블로그, 인스타그램, 브런치 글 발행하기 

• 새로운 사람 계속 만나고 나의 지평 넓히는 동시에 나와의 시간도 늘 확보해두고 휩쓸리지 않기 

• 인간에 대한 이해의 폭 넓히고,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되기 

• 가족과 사이좋게 잘 지내는 방법 찾기 

•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 찾고, 지속 가능한 방법으로 소비하기 

• 미니멀하게 살기. 안 쓰는 물건들 정리하기 

• 말하는 연습! 항의할 때 제안할 때 발표할 때 설득할 때 늘 당당한 태도로 전달력 높이기 

• 스타트업, 디자인, 여성 커뮤니티에 영향력 갖고 기여하기 

• 일요일 잘 정리하고 월요일 감사함과 기대감으로 시작하기


하지 않을 일

• 분위기 때문에 억지로 술 마시지 않기 

• 부담감 때문에 선물하지 않기

• 시간과 돈을 낭비하지 않기, 나와의 시간을 지키기 

• 과하게 자책하지 않기, 적당히 넘기고 다음 스텝으로! 

• 아이처럼 말하지 않고 어른답게 말하기 

• 늦지 않도록 20분 먼저 출발하기, 차라리 먼저 가서 기다리기





이미 2023년이 되어버린 오늘. 제 삶에 함께해주셔서 감사했고, 이번 한 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참고한 자료


현대표(노아AI), <부자가 되고 싶다면 방 정리부터 해야 하는 이유>

생활변화관측소, <셀프 브랜딩의 핵심은 OOO이다! 송길영이 대중에게 각인될 수 있었던 이유는?>

요즘 것들의 사생활, <"매일 하는 운동 하나로 삶이 바뀌었어요!" 나만의 '인생운동'이 있으면 좋은 점 3가지 (ft. 검도 18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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