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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nn Mar 02. 2024

Go with your gut

2024년 2월 회고

2월에는 유독 새로운 기회가 많이 찾아왔다. 프리랜서로도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맡았고, 고민하던 넥스트를 결정했고, 틈틈이 국내 세 곳 워케이션에 갔고, 설 명절에는 오랜만에 가족들도 만났다.








넥스트 결정


내 미국행에 있어 유효한 경력이라고 생각한 회사 후보군 중 센드버드, 몰로코, 쿠팡의 프로세스를 동시 진행하면서 나에게 중요한 기준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회사보다 직무가 중요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신뢰, 커리어 발전 가능성, 자율적인 근무환경 등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결론적으로는 센드버드 오퍼 메일을 수락했고 3월 중순부터 다시 합류하기로 했다. 2021년 말에 처음 받은 오퍼 이후로 정규직 전환할 때 한 번, 그리고 레이오프 이후에 다시 한번 오퍼를 받아 세 번의 오퍼를 비교해 보며 조금씩 나아진 처우만큼 스스로도 성장한 것 같아 뿌듯함이 있었다. 집 근처에 HR 리드분이 사셔서 대면으로 만나고 자주 전화하면서 마음이 많이 기울었다. 여러모로 결국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와닿기도 했다.   


이직 과정에서 정보가 중요하다고 다시 느꼈다. 몰로코에 다니는 초등학교 동창인 친구가 있어서 센드버드에서 몰로코로 이직하신 디자이너분과 셋이 만나 커피챗을 하며 회사의 현 상황과 직무에 대한 설명을 상세히 들을 수 있었다. 또한 우연히 쿠팡 촬영을 하게 되어 브랜드 조직에 대해서도 현직자분들과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밖에는 블라인드 기업 리뷰가 정보를 수집하고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되기도 했다. 아는 것이 힘이다.


센드버드는 지난 2년간 다뤄 온 브랜드이자 익숙한 환경이라서 솔직히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갈증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회사 상황과 팀원들의 구성이 바뀐 지금, 이전과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태스크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입사를 결정했다. 이번에 입사할 때 나의 역할과 권한 확장으로 이전과 다른 방향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점, 리더십과 직접 소통, 출장 등 더 글로벌하게 일할 기회를 약속받았다는 점, 이전 동일한 환경에서의 내 퍼포먼스 대비 즉각적으로 비교가 가능하다는 점, 마지막으로 내가 뭘 해도 믿고 응원해 주는 상사와 회사를 만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신뢰 자산이 이미 구축되어 있는 환경이라는 점 등을 고려했다.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는 회사 하나만 보는 게 아니라, 익숙한 환경에 남아 내 비즈니스의 기반을 닦고, 워케이션 다니는 지금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고 싶기 때문에 이를 선택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3년 만에 다시 받은 오퍼메일


상황이 어느 정도 정리된 것 같아서 레이오프 이후 찾아가 조언을 구한 감사했던 분들께 연락을 드렸다. 프레스토랩스의 찬웅 님, 학교 지수선배, 그리고 연준 교수님. 센드버드에서 지원해 준 전직 지원 프로그램 LHH의 주연님과도 좋은 관계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감사했다.







회사 밖 동료 찾기



회사에 다니지 않더라도 좋은 멘토와 동료는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다. 나의 적극성과 매너, 내가 상대에게 제공해 줄 수 있는 이야기, 기술, 정보 또는 에너지가 있다면 어느 누구와도 연결될 수 있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강연

[파인더스 클래스] 퍼스널브랜딩 김키미 님

[원티드] 줌 커리어브랜딩 토크 백종화 님

제5회 [하이아웃풋클럽] 콘퍼런스 - 강영화 님, 데니스 님, 주말랭이 님, 수이 님

'인스타그램 팔로워 늘리는 방법' [페이서스코리아] 고윤 님

[유스콘] '사회초년생 초봉 6천 세미나' 이성희 님

[클로즈업] 세미나 'To. 주니어 마케터, 커리어 준비 하고 있나요?' 이소라 님

[플렉스웍] ‘검색엔진에 내 사이트를 바로 노출하는 법 웨비나 SEO 강의' 석정현 님


브랜딩, 커리어, 인스타그램, 마케팅 등에 관심이 많아서 관련 유, 무료 세미나는 모두 신청해 들었다. 많이 듣고, 보고, 찾아보고, 무엇보다 직접 해보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커피챗

- 염지원 님

아마존 시애틀에서 일하시는 지원님께 커피챗을 요청해 이야기 나눌 기회가 있었다. 한국에서 어떻게 미국으로 가시게 되었는지, 비자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는지, 미국 생활에는 만족하고 계시는지, 한국과 얼마나 다른지, 장기적인 계획은 어떻게 잡고 계시는지 등에 대해 줌을 통해 이야기 나누었다. 대화가 끝나고 지원님의 브런치를 통해 알게 되었는데, 우연하게도 내가 재밌게 읽은 책의 저자분이었어서 더욱 반가웠다.



- 현경님

토스에서 근무 기간이 겹쳐 짧게나마 알게 된 당시 조연출 현경님. 작업실에 베이글 사들고 놀러 가서 맛있는 커피를 얻어마셨고, 같은 기종의 카메라 유저인 것과 프리랜서 생활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서 여러 영상 관련 팁을 배우고 또 함께 추후 협업 가능성을 도모하는 즐거운 자리였다.



커뮤니티

- LBCC

이솝에서 브랜드 카카오샵을 담당하시는 유진님이 호스트인 모임에서 글로벌 브랜드 안에서 가이드라인에 맞춰 일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모임에 오신 코스메틱 브랜드/광고회사/마케터 분들과 네트워킹 시간을 가졌다. 나는 어느새 완전히 IT기반의 사람이 되어 리테일, 재고, 브랜드, 시딩, 패키지, 유통 관련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느끼고 있다. 그래도 이런 모임에 가서 다른 업계에 대한 정보를 듣고 혹시 내가 관심 있을 수 있는 분야인데 접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에 좋은 것 같다. 유진님 인스타그램 아이디가 toomanyyujins이신 것이 공감되고 웃겼다. 참고로 나는 yoojin으로 쓴다.


- 메모어

회고 모임, 비과학 클럽, 슈퍼주니어 클럽, 디너클럽

3번째 참여하는 회고모임인데 이제야 겨우 메모어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감을 잡아가는 것 같다. 매 모임마다 친해지고 싶은 2-3명은 꼭 남는 것 같아서 마냥 스쳐가는 인연이 아니라 좋고, 느슨한 연결로 오히려 부담 없이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도 좋다. 이번 기수의 두 번째 오프라인 모임이었는데, 몇 주간의 회고를 읽고 다시 만나니 각자의 이야기와 깨달음에 더 공감하고 의미 있는 핑퐁이 오갔던 것 같아서 많이 배울 수 있던 시간이었다.


자발적으로 클럽을 만들어 운영할 수 있는데, 비공식 영어회화 스터디를 만들었다가 참여율도 갈수록 떨어지고 나 또한 시간을 내지 못해서 운영이 흐지부지 되었다. 커뮤니티를 잘 운영하는 사람들은 그 기여와 헌신, 애정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메모어에서 알게 된 병국님이 운영하시는 비과학 모임에 가서 내 명식 풀이를 해주셨는데,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살아도 잘 되는 사주라는 엄청난 덕담을 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준하님과 우연히 디너 모임에 함께하게 되어 커리어, 사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한 EO에서 글로벌 PD로 일하시는 도원님과 저녁식사를 하며 커리어 이야기를 나누고, 센드버드에 비슷한 시기 입사하시는 영민님께도 입사 이후 커피챗 제안을 드려 만나게 될 예정이다.


슈퍼주니어 클럽으로 다양한 업계 주니어 분들과 한 달에 한 번 스터디를 하고 있다. 사람들을 통해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있지만, 내가 세상에 어떻게 보이는지 타인의 시선에서 돌아보고 내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형태로 교정해 나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쉽게 다가가고, 사람들을 연결해 주고, 상호 윈윈이 될 수 있는 가치를 제안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찾는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것 같다. 이전의 나보다 발전한 점은, 어느 누구를 만나도 1시간 정도는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내가 가진 소재가 다양해지고, 또 새로운 것을 쉽게 내 것으로 흡수하는 등, 세상을 바라보는 사고가 굉장히 유연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틈틈이 놀기도


알고 보니 나는 여행을 좋아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일’을 하고 싶은 거였다. 작업할만한 오피스나 카페, 편하게 쉴 수 있는 숙소를 찾는 게 우선순위였고 그다음이 식단을 고려한 로컬 맛집, 그리고 맨 후순위가 관광지 방문이었는데, 여행에 와서도 60% 이상은 일을 하는 시간이라 항공비가 발생하거나 숙박이 비싼 곳보다는 국내에 로컬 친구들이 살고 있는 도시 위주로 다녀오게 된 것 같다.  


대구

대학 친구와 중학교 때 친구와 남자친구를 서로 소개해주고 같이 놀았던 2박 3일. 대구에는 맛집이 정말 많다. 작업하기 좋은 카페도 많고 워케이션 하기 좋은 도시라서 다음에는 4박 5일은 있다가 가고 싶다.


양양, 강릉, 평창

친구 생일 기념 양양에서 놀다가 나랑 남자친구는 하루 더 머물면서 스키장까지 다녀왔다. 노는 와중에 입사 과제를 해야 해서 아이러니하게도 올해 중 가장 힘들었던 2.5일. 과제 주제가 넓기도 하고 완벽하게 이해도 안 된 상태에서 내가 생각하는 답변과 이유를 적어냈고, 누군가 시키고 정해주는 길보다 내가 생각하는 대로 문제를 풀어야 재미를 느낀다는 걸 또 깨달았다. 이번 기회로 미드저니를 적극적으로 써보았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 Thanks to 신원!


진천

지수, 윤아, 영롱과 첫 여행이다. 다 같이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서 서울 근교의 국내 여행으로 정하고 숙소 선정에 공을 들이다 충북 진천에 뤁스테이로 다녀왔다. 무인양품 디렉터 하라켄야가 설계한 집이었는데 깔끔하고 멋있었지만 가격 대비 싱크대나 화장실 등의 UX가 불편한 구석이 있긴 했다. 지역에서 할 게 많은 건 아니라서 숙소 근방에서 사람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추천하는 곳이다. 학교 다닐 때부터 길면 8년을 알던 친구들이라 서로의 성향, 취향과 삶의 선택, 변천사를 공유해 왔어서 서로의 다른 점에 웃고 비슷한 점에 뭉클해하는 소중한 모임이다.



이효리의 레드카펫, 템퍼시네마 듄 시사회

경쟁률이 높았을 것 같은데 당첨이 되었다는 게 신기했다..! 10만 원을 받고 티켓을 팔거나 돈을 받지 않고 앞자리에 앉을 수 있는 옵션이 있었는데 늘 돈보다 시간과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방청을 하러 갔다. 가서 느낀 게 있다면 짧게 봤을 때는 화려해 보이지만 늘 보여야 하고 언제든 춤추고 웃어야 하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쉽지 않겠다는 느꼈고, 결국 나도 이들도 각자의 텔런트를 가지고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하고 있는 직업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예인을 직접 보는 건 신기하지만 대기 시간, 긴 녹화 시간에 지쳐 두 번 경험하고 싶지는 않다. 카즈하 피지컬을 화면으로도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보니 그냥 마르기만 한 게 아니라 탄탄하고 강한 몸에 반해 나도 어깨와 복근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


지수 덕분에 평일 낮에 듄 시사회를 보고 왔다. 침대 같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건 또 처음이었어서 신기하고 편안하고, 이 시간에 자유롭게 다닐 수 있다는 게 행복하기도 했다.  






컨디션 관리하기


어느새 바프가 1달 남아서 식단을 시작했다. 다음 목표는 클린 하게 먹고, 지치지 않도록 잘 쉬고, 영양제 잘 챙겨 먹고, 주 4일 정도 운동하고, 하루 7시간 이상 자는 것. 다른 것들은 잘 되는데 통잠을 자는 게 어렵다. 언제 자더라도 새벽 4-6시 사이에 깨는 게 습관이 돼서 평소에 4시간가량밖에 잠을 못 자 힘들었다. 빛 공해 때문인가 싶어 안대도 끼고 자고, 멜라토닌 분비에 도움을 준다는 타트체리도 영양제로 먹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제는 수면제를 먹고 9시 반에 잠들었는데 오늘 4시 반까지 딱 7시간을 잘 수 있었어서 개운하고 컨디션이 다른 날보다 좋아진 느낌이 든다.


지난 삼 주 여행 다니면서 일한 일정이 무리이긴 했던 것 같다. 3월부터는 출근 대비하는 겸 동선의 효율을 고려하면서 내 컨디션 조절에 더 힘을 쏟을 것 같다.




다년간의 다이어트 경험 상 살면서 찔 때도 있고 빠질 때도 있다. 내 경우엔 몰두할 무언가가 없을 때, 먹는 게 가장 재밌는 일일 때 살이 찌더라. 먹는 순간 자체는 즐겁지만 다시 가벼운 몸과 건강한 습관으로 돌아가기가 귀찮아지고 거울 속 몸이 마음에 안 들고, 그럼 자연히 체력이 떨어지고 슬럼프가 온다. 반면에 과해도 강박 생기고 사회생활이 어려워지고 스트레스, 번아웃이 오니 적당히 여유 있게 즐기면서 쉬엄쉬엄 흘러가듯 힘 빼고 사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스트레스 없이 하려면 건강한 생활습관과 식단을 내가 좋아해서 찾게 되는 게 베스트인데, 이제 겨우 즐기게 되었을 뿐 아직 갈 길이 멀다.


이 과정 속에서 내 몸이 어느 정도 무게의 근육량일 때 내가 느끼는 가벼움과 겉에서 보는 눈바디는 어떤지, 건강하게 먹고 화장실도 가는지, 피부 상태와 마음은 건강한지 계속 나 자신을 공부해 가는 게 재미있다. 앞으로 70년은 더 살 텐데 내 몸과 친하게 지내고 싶다.


지금의 나는 회사를 안 다녀 시공간에 제약이 없이 자유롭기 때문에 이렇게 운동과 식단에 집중하고 챙기는 게 비교적 쉬운데, 회사를 다닐 때는 특정 시간, 특정 장소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오가야 하는 상황에 무언가 통제해야 하는 게 스트레스 요소가 되었었다. 계속 밖에서 밥 먹는 약속이 있으면 매번 메뉴 신경 쓰기도, 약속에서 계속 빼기도 민망했던 경험이 있어서 지속 가능한 습관을 찾고 만드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생각한 대로


노마드 워커 관련한 인터뷰를 하나 진행했는데 인터뷰 답변을 고민하면서 내가 살고자 하는 방향을 한 문장으로 좁힐 수 있었다. 바로 하고 싶은 걸 하면서 비범하게 사는 것. 하고 싶은 걸 한다는 건 용기와 실행력, 건강, 경제적 여유가 필요한 일이고, 비범하다는 건 노력과 운, 실력이 필요한 일인 것 같다.


내가 꿈꾸고 상상하는 대로 살아지는 것 같다. 센드버드 간다고 생각하니까 돌아가게 되고, 안국에 작업실을 생각하니까 쓰게 되고, 미국 간다고 생각하고 추진하니까 가게 될 것 같다. 내가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들과 손만 뻗으면 연결되어 함께 일할 수도 있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면서 내 세계를 넓혀갈 수도 있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못한 클라이언트들과 함께 일하고 있고, 재미있는 제안이 오는 지금이 꿈 같다. 더 잘하고 더 열심히 해서 도움주신 분들께 새로운 기회로 보답하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많고, 함께 일하고 싶은 팀도 많고, 잃을 것은 또 없는 자유롭고 가벼운 상태라는 게 실감이 나는 2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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