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하늘은 그렇게 반짝 물을 쏟아붓더니 파아란 속에서 이내 하얀 솜사탕을 꺼내 보인다.
몽글한 아이스크림이면 한 입 베어 물어보고 싶다 잠시 생각한다.
그리곤 얼굴에 닿는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뜬다.
초록 풀들은 빛을 받은 보석을 잔뜩 머금고 있다.
톡 하고 건드리니 신기루 마냥 보석은 사라지고 없다.
진한 풀내만이 그 공간을 가득 채울 뿐이다.
산책로에 발을 들인다.
여름 내음이 고운 흙내와 섞여 한층 짙어진다.
짙어진 여름으로 가슴을 한껏 부풀려본다.
눈을 반쯤 감으니 우거진 나무 사이로 드는 빛이 퍼지며 동그랗게 서로 몽우리 진다.
그렇게 천천히 나는 계속 걷는다.
산책로 끝에 다다랐을 때 벤치에 가만 앉은 모자를 만난다.
모자는 말없이 벤치에게 그늘을 만들어주고
벤치는 묵묵히 쉴 곳을 내어준다.
너무 그립고도 좋은 지금,
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