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간을 좋아할 수 있게 될 미래를 그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네 시면 나는 엄마를 기다렸다. 짝수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서는 한 층 한 층 올라오는 숫자만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12층에서 멈추어버리는 빨간 숫자가 그렇게나 미울 수 없었을거다. 복도식 아파트 밖으로는 아파트가 늘어서있었다. 지는 해가 아파트 벽면을 붉게 물들이던 게 아직 선명하다. 왜인지 나는 커서도 쭉, 그 지는 해의 온도가 싫었다. 때론 이유없이 그 시간에 눈물이 나기도 했으며, 울적함을 감추기 힘들 때도 있었다.
더이상 해질녘이 싫지 않다는 걸 깨달은 건, 불과 얼마전이었다. 오후 네시가 되면 부엌으로, 작은방으로 깊게 파고드는 따뜻한 햇살을 등지고 앉아있던 날이었다. '나 이제 좋아하네'. 더듬어올라간 기억 끝에는 사진이 있었다. 사진을 담기 시작한 후로, 지는 해에 나는 울지않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