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바선생으로 시작해서 롤링루프로 끝나는 이야기

제주살이 이야기

by 이해달

초고다 초고. 작가들에게도 쓰레기 같다고 하는 초고. 그러니 여기 적힌 글이 이상해도 그러려니 봐주자. 나에게 하는 말이다.


그저께부터 루틴을 실행하고 있다. 첫 시작은 새벽 기도, 그다음은 글쓰기, 운동, 그다음은 각자 할 일. 우리 작업실은 제법 구색을 갖췄다. 데스커 책상에 앵글포이즈 조명, 우리 예쁜 아이맥. 그리고 오빠는 당근으로 구매한 그레이 허먼밀러 책상과 가성비 모니터. 햇살이 들어오는 우리의 작업실. 이제 환경은 완벽하니..라고 하기에는 어제 바선생이 두 마리나 발견되었다. 낮에 잠깐 문을 열었던 탓인지, 아니면 어제 날씨가 유독 봄처럼 따뜻했던 것인지. 한 마리 잡자마자 또 하나 바로 발견되는 기상천외한 일이 일어났다. 벌레라면 치를 떨며 싫어하는데 그런 내가 전원주택을 선택한 탓이지 뭐. 화장실에 상주하고 있는 콩벌레 정도는 어렸을 적 콩을 만들던 추억 때문에 어느 정도 미화가 되었다. 문제는 바선생. 처음 드레스룸을 정리하고 한 마리 발견된 거, 신발장 밑에서 발견된 거. 이제 남은 건 우리 안방과 화장실과 부엌. 제발 거기만큼은 나타나지 말자. 제발...... 진짜 제발... 살려줘.. 그래도 이 집을 계약하고 들어가기 전 주인아주머니께 벌레는 없냐고 물어봤을 때 주택이라 없긴 힘들다는 말을 듣고는 잠을 설치며 벌레 나오는 꿈을 막 꾸던 게 엊그제 같은데, 두 마리 연타로 발견하고도 잠은 잘 잤다. 생각보다. 이렇게 점점 익숙해지나 보다. 네이버에 제주도 주택 벌레 검색할 때만 해도 많이 나올 수 있는데 점점 익숙해진다는 말을 종종 들었는데 나도 그렇게 벌며드는 건가. 아무튼 작업실 얘기하다가 벌레로 끝나는 이야기가 될 수는 없으니 다시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루틴을 실행하고 있는데 새로 챗지피티랑 이야기하면서 나만의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름하여 롤링 루프 프로젝트. 3가지 키워드가 있는데, 바로 회복, 기록, 엔진이다.


+ 회복: 나를 다시 사람으로 만드는 행동 (매일)

- 판별질문: 이게 없으면 오래 못 가는가?

- 예: 산책, 스트레칭, 명상, 예배, 앉아 있기 등


+ 기록: 사라질 하루를 붙잡아 두는 행동 (매일 가볍게)

- 판별질문: 이게 없으면 오늘이 기억에서 사라지는가?

- 예: 일기 쓰기, 촬영, 메모, 관찰, 운동 기록 등


+ 엔진: 바깥 세계와 실제 접점을 만드는 행동 (주 2~3회)

- 판별질문: 이걸 안 하면 바깥에서 아무 일도 안 생기는가?

- 예: 의도를 가진 콘텐츠 업로드, 제출, 공개, 지원, 판매, 보고서 제출 등


왜 롤링 루프 프로젝트이냐 하면 잘 해내는 걸 목표로 하기보다, 멈춰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이것도 잘하고 싶고 저것도 잘하고 싶어 집중을 잘 못하고 쉽게 질려한다. 드라마 몰아보기 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날들도 있고, 아니면 엄청 몰입하다가 다른 것들은 아무것도 못하는 날도 있었다. 이런 나를 위해 멈춰도 다시 돌아올 수 있게 만든 방식. 하루를 쉬거나 뭘 하지 못해도 실패가 아닌 흐름 안에 있는 한 순간으로 여긴다. 하루 종일 드라마만 본 날이라도 '버린 날'로 취급하는 게 아니라 루프의 한 칸이 되는 것이다. 길에서 이탈한 게 아니라 그저 한 칸이 된다. 이렇게 하루를 과정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프로젝트라 이 걸 만들 때도 진짜 유레카! 를 발견한 마음으로 만들 수 있었다. 지피티도 어디선가에서 짜깁기해서 가져왔겠지만 하나의 회사를 차린 것 마냥 나에게 맞는 체계를 잡은 것 같아 설레었다. 이렇게 나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면 되겠지!


어찌하다 보니 산에 산을 타고 가버린 것 같은 글이 되어버렸네. 나의 프로젝트는 이렇게 짧게 설명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아직 정리도 잘 안된 것 같기도 하고. 조금씩 더 적용하고 정리해 보면서 만들어나가야겠다.


오늘은 쿠팡 5,000원 보상쿠폰을 이용해 커피빈에서 커피와 베이글 2개 세트를 주문했다. 플레인 베이글과 블루베리 베이글에 크림치즈 발라 아아랑 먹으니 제법 회사의 아침 같은 풍경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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