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감
필름카메라 첫 롤을 확인한 뒤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생각하는 장면을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뭐 그런.
두 번째 롤은 인물 사진을 담고 싶었다. 물론 내 카메라에 담긴 지인들이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기에 이곳에는 올리지 않는다.
두 번째 롤에 지인들을 담아보니, 최고의 피사체는 역시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앞모습, 뒷모습...어디를 찍어도 자신만의 느낌을 뿜어낸다.
일단 사진을 보도록 하자.
경복궁의 서문이다. 아마 서촌 나들이를 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것이다. 지인과 점심식사를 하고 산책하다 처음으로 관심을 갖고 영추문을 바라봤다. 사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만 뚫어지게 쳐다봤지, 서문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영추문. 이름 그대로 '가을을 맞이하는 문'이라는 뜻이다. 참 좋은 이름. 이름만으로 마음을 쓸쓸하게 만든다. 가을이 되면 또 사진으로 남겨야지.
참, 반대편 동쪽문은 건춘문이란다. 봄을 세우는 문. 이 문도 조만간 카메라에 담아봐야겠다.
아들의 다림질하는 모습이 답답해 직접 나서는 아버지.
셔터를 누를 당시에는 몰랐는데, 결과물은 느낌이 먹먹하다. 뒷모습이라 그런가보다.
예전에 '등연기'라는 말을 들은 적 있다. 등으로 감정을 표현해 연기한다는 의미다. 나는 이 말의 참 뜻을 드라마 연애시대에서 손예진의 연기를 보면서 알 수 있었다.
물론 아버지의 뒷모습 사진을 보기 전까진.
서울 골목을 보면 사진을 남기게 된다. 새로운 느낌을 받아서 촬영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 사는 곳에 골목이 있는게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유독 서울의 골목은 그렇게 느껴진다.
이 곳은 서촌의 한 골목.
큰 길을 건너면 눈이 휘둥그레 해지는 건물들이 빼곡히 자리잡은 탓일까.
앞으로 몇 장의 서울 골목 사진을 찍게 될까.
여자친구와 인제 자작나무숲을 찾았다. 사진 실력이 부족한 탓에 제대로 모습을 담진 못했지만, 확실한 것은 장관이라는 점이다.
눈을 정화시켜주는 새하얀 나무들이 빼곡히 서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방문했을 당시 하늘이 청명하지 못했었던 것이었다.
새파란 하늘과 새하얀 나무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보고 싶었는데.
두 번째 사진은 필자다. 두 번째 롤에는 사람을 담았다는 사람이 인물 사진을 너무 안올리는 것 같아서...
언제부터인가 술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 보다 집에서 조용히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게 됐다.
술 마시고 귀가해야 하는 귀찮음도 해결할 수 있고, 마음껏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단 집이란 곳이 얼마나 편한가.
이날은 청주 소재 공기업에 취직해 이곳에서 자취를 하는 친구집에 갔다.
남자치곤 상당히 깔끔하게 잘 해놓고 살던 친구.
물론 내가 술마시고 다 어질러놨다.
고마웠어 친구.
난 풍경 사진에 대한 욕심이 있다. 멋진 풍경을 보면 사진으로 남겨서 두고두고 보고 싶기 때문이다. 문제는 실력. 도대체 풍경 사진은 어떻게 찍는거야.
캐논 AE-1 / Kodak ColorPlus 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