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 어데고

어서와 하동은 처음이지

by Moso

오랜만의 연휴. 어디로 떠나볼까 고민하던 중, ‘제28회 하동 야생차문화축제’ 소식을 접했다. 사진 찍는 것이 취미인 나와 다도를 즐기는 지인은 주저 없이 하동을 여행지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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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당진에서 하동까지는 약 259km. 국내 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생각했지만, 하동은 처음이었다.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이 점점 낯설고 푸르게 변할수록 마음도 설레었다. 연휴라 도로는 다소 붐볐지만, 오랜만에 느껴보는 느긋한 이동은 오히려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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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봄비가 내려 쌀쌀했지만, 오늘 하늘은 거짓말처럼 맑고 높았다. 차 안에서 바라본 하늘은 물감을 풀어놓은 듯 투명했고, 그 아래로 펼쳐진 초록빛 산과 들은 봄이 완연히 와 있음을 느끼게 했다.

하동에 가까워질수록 차밭 특유의 향긋한 공기가 코끝을 간질였다.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풍경은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푸르게 물든 차밭 사이로 사람들이 오가고, 축제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마을 전체에 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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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셔터를 누를 때마다 내 안의 감각이 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지인은 따뜻한 차 한 잔을 손에 들고 평온한 미소를 지었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이 봄날을 온전히 음미하고 있었다.

하동은 그렇게 나에게 새로운 계절을 선물해주었다. 익숙한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낯선 풍경 속에서 마주한 여유. 아마 이 하루를, 이 봄날의 순간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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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도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지만, 축제 현장에서 많은 이들이 차를 즐기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다. 신기하게도 어린아이들까지도 작은 찻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차를 음미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그늘 아래 앉아 따뜻한 차 한 잔을 마시니, 이곳이 '무릉도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는 천천히, 그러나 설레는 마음으로 축제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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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도 식후경'

하동에 오면 꼭 재첩회 덮밥을 먹어야 한다기에, 축제를 즐긴 뒤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재첩은 하동의 맑은 강물에서만 나는 특별한 식재료라는데, 한입 먹자마자 그 신선함이 입안 가득 퍼졌다. 고소한 참기름 향과 쫄깃한 식감, 그리고 은은한 단맛이 어우러져, 그날의 저녁은 오감이 만족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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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동에서의 첫날이 아쉬워, 저녁 식사 후 ‘핫 플레이스’를 검색해보니 가장 먼저 ‘화개장터’가 눈에 띄었다. 다행히 식당과 가까운 거리에 있어 어둠이 내려앉기 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도착했을 땐 이미 많은 상점들이 하루를 마무리하고 문을 닫고 있었다. 아쉬움도 잠시, 조용한 장터의 분위기 속을 걷다 보니 오히려 북적임 없는 고요함이 더 깊은 여운을 주었다. 낮의 활기와는 또 다른 매력. 늦은 시간만의 특별한 정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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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내가 가보지 않은 한국이 이렇게나 많다니, 새삼 놀라웠다. 익숙하다고만 생각했던 이 땅이 이렇게 다채롭고 넓게 느껴진 건 오랜만이었다. 하동에서의 하루는 짧았지만 깊었고, 그 여운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다음 여행을 꿈꾸며, 지도를 펼쳤다.


새로운 목적지를 향한 마음이 벌써부터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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