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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借景),

by 마음씀

한옥에서는 풍경도 빌려 쓰는 거라네요. 차경(借景), 창을 내고 문을 내서 풍경을 들이는 일이 빚이라고, 언젠가는 갚아야 한다고. … 갚는다는 건 되돌려준다는 거겠지요. 빌린 나도 풍경으로 내어주어야 한다는 말이겠지요. (손택수, '차경' 중)



누군가의 삶은,


누군가에겐 풍경이 된다고 합니다. 나 역시 지금까지 살면서 숱한 풍경들과 조우했습니다. 낭패 상황이 분명함에도 실망하지 않고 열심인 어떤 사람이 풍경이 되어 주었고, 나도 힘들고 억울한 상황을 만나더라도 꿋꿋이 좋은 풍경이 되리라 다짐했습니다. 직급을 보지 않고 오로지 사람대 사람으로 대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어떤 풍경도 만났습니다. 지위나 부귀를 떠나 사람 그 자체로 대면하는 일, 참 쉽지 않은 일이지요. 이렇듯 세상에서 만난 아름다운 풍경들 덕분에 나도 아름다운 풍경을 꿈꿀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좋았습니다. 가끔은 거칠고 생경한 풍경을 만나기도 했지만, 나름 신선한 멋으로 다가와 새로웠습니다. 그저 다 고마울 따름입니다.



인생 살면서,


누군가의 풍경이 되어 주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나도 누군가에게 풍경이 되어 살았을까요? 그렇게 되기를 소망은 했는데 말입니다. 누군가 멀리서 나의 삶을 바라보며, '멋진 풍경이다'라고 느껴만 주어도 좋겠습니다. 그거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내게 풍경이 되어 준 이들을 잊지 않는 일, 내가 빌려온 아름다운 풍경들을 다시 세상에 돌려주는 일을 할 때가 되었습니다. 차경(借景)을 상환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후배들에게 나의 차경(借景)을 전하여, 내가 이뤘던 성취보다 더 큰 성취를 이루는 모습을 풍경으로 본다면 얼마나 흐뭇할까요? 그 둘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으로 보일까요?





R5D_69789-20221218.jpg 지나고 나서 보니 모든 삶이 풍경이었다, 다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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