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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Mar 04. 2022

장점과 단점은 다른 것이 아니다

# 둘 다 Identity


사람들은 모두 자루 두 개를 메고 다닌다. 등 뒤쪽으로 멘 자루에는 남들의 장점이 들어 있고, 앞 쪽 가슴에 멘 자루에는 남들의 단점이 들어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의 장점은 보지 못하고 단점만 본다. (이솝우화 중)



한동안 그런 적이 있었다. 


사람을 보면 그의 단점이 먼저 눈에 거슬렸다. 누가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그게 되겠어? 그 사람은 할 수 없다구." 하면서 부정의 말부터 나왔다. 그가 하는 일은 모두 트집 투성이었고, 나와 함께 있다는 사실이 너무 싫었다. 교만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교만하면 남의 단점이 보이고, 겸손하면 장점이 보이는 것이다. 내가 남보다 우월하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사람을 보면 그의 장점이 먼저 보였다. 누가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하면서 기대와 응원의 말부터 했다. 그가 하는 일은 모두 내가 배울 점이었고, 나와 함께 있는 그 사람이 너무 고마웠다. 겸손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겸손하면 남의 장점이 보이고, 교만하면 단점이 보이는 것이다. 내가 남보다 부족하다는 마음을 가졌기 때문이다.



장점과 단점은 다르지 않다.


"내성적인 학생은 생각을 진지하게 해서 좋습니다. 사교성이 적은 학생은 정직하고 과장되지 않아 좋습니다. 소심한 학생은 실수가 적고 정확해서 좋습니다. 질투심이 많은 학생은 의욕이 넘쳐서 좋습니다. 말이 많은 학생은 지루하지 않아 좋습니다. 자신감이 없는 학생은 겸손해서 좋습니다. 직선적인 학생은 속정이 깊어 좋습니다." 김인중 목사가 <안산 동산고 이야기>에서 한 말이다.


"나의 단점이 어쩌면 나의 장점이다." 대만 출신 중국 배우 린즈링도 같은 말을 했다. 그녀는 나이에 맞지 않게 앵앵거리는 자신의 <아기 목소리>에 콤플렉스를 가졌지만, 남과 구별되는 그녀만의 독특한 장점으로 극복했다고 한다.



이렇듯 장점과 단점은 다른 것이 아니다. 


너무 양면적이라 구별하기도 어렵다. 단점을 개선하면 최고의 장점이 되고, 장점에 머물러 있으면 최고의 단점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장점과 단점이라는 것은, 사람만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특성, 타인과 구별되는 정체성(identity)에 지나지 않는다. 그 아이덴티티에 대하여 내가 어떻게 볼 것인가, 즉 수용의 문제라 생각한다. 긍정적으로 보면 장점이 되고, 부정적으로 보면 단점이 되는 것이다.



이제 내가 멘 자루를 바꾸자.


장점과 단점에 구애받지 않고 존재 그대로를 보는 일. 지위나 부귀를 떠나 편견 없이 '사람' 그 자체를 대면하는 일. 오로지 사람대 사람으로 소통하는 일. 쉽지 않은 일 같지만 의외로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진 장점을 맹신하지 않고, 항상 빈 손인양 겸손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가슴과 등에 있는 자루를 바꿔 메면 가능하지 않을까.






요즘은 다들 등 뒤쪽으로 가방을 메고 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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