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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씀 Apr 09. 2024

방기원(防其源)


글만 읽는 한 선비에게 어느 날 어린 아들이 달려와 말했다.

“아버지! 우리 논에 물이 자꾸 새고 있습니다.”

논에 가 보니 논둑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다. 흙으로 논둑 바깥쪽을 아무리 막아도 물이 계속 새어 나오자 집에 와서 머슴에게 말했다.

“여보게, 논둑에 구멍이 났는데 내가 아무리 흙으로 막아도 물이 계속 새어 나오니 일꾼 몇 명은 있어야 할 것 같네.”
“우선 저와 함께 가 보시지요.”

머슴이 물이 새는 것을 보더니 선비에게 물었다.

“아까는 어떻게 구멍을 막았습니까?”
“바깥에서 이렇게 막았지.”

이에 머슴이 흙 한 줌을 가지고 안쪽에서 막아 버리자 물이 한 방울도 새지 않았다. 머슴이 선비에게 말했다.

“이런 것도 글로 지으실 수 있습니까?”

선비는 말했다. 

“방기원(防其源)”

구미래 작가의 '수행의 강을 건너는 이야기'에 나오는 우화다. '막을 방, 그 기, 근원 원' 그래서 방기원(防其源)이다. 그 근원을 막으라는 뜻이다. 당연한 말은 운 것 같은데 어렵다. 문제의 근원을 찾는다는 게, 근본적 핵심을 찾는다는 게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한 가지 교훈을 배운다. 안에서 밖으로 나 있는 구멍은 안에서 막아야 한다는 것밖에서 아무리 막아도 시간이 지나면 또 구멍이 뚫린다. 위 벽이 헐면 다른 조직들이 서로 뭉치고 새 살이 되어 구멍을 메우듯, 조직의 구멍은 조직 안에 있는 사람들이 어우러져 메워야 하는 것이다. 한 때 나의 업무는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 구멍을 막는 것, 그리고 구멍이 될 작은 빈틈을 미리 메우는 것이었다. 그러나 구멍을 메우는 진흙은 내가 아니고 그들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 노력했다. 작은 구멍을 미리 메우지 못하면 아무리 큰 배라도 침몰한다는 사실을 통감하며 2분 남짓 출근길에 오른다. 


구본형 작가의 '익숙한 것과의 결별'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함께 배를 타고 있다는 시각을 잃어버릴 때 공멸의 길로 가게 되어 있다고. 구멍이 뚫린 반대쪽에 있다는 생각 때문에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 할 때 배는 가라앉고 만다고. 배는 구멍 때문에 가라앉는 것이며, 침몰은 왼쪽 구멍과 오른쪽 구멍을 구별하지 않는다고. 


지금 우리가 타고 있는 배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어느 쪽이 더 큰 구멍을 뚫는지 내기하는 것 같다. 치의 양보도 없이 한쪽이 한쪽을 무너뜨리려 총력을 기울인다. 누구도 배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는다. 배에 타고 있는 백성들의 불안신경 쓰지 않는다. 왼쪽 구멍이 크든 오른쪽 구멍이 크든 배는 침몰하고 말 것이다. 


어느 쪽이 많은 구멍을 메웠는가, 물이 새는 구멍을 막아 배의 안위를 지켰는가. 얼마나 람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배를 타도록 도왔는가. 배의 키를 잡으려는 사람이라면 이렇게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 키를 잡고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 이번 선거가 끝나면 드러날 것이다. 누가 구멍을 뚫었는지. 새도 좌우의 날개로 난다고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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