팥죽

by 마음씀




동지...


일 년 중에서 밤이 가장 길고 낮이 가장 짧은 날.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고 하는데.


아내는 세종으로 내려가고

원룸에서 혼자 동지를 맞았다.


삶은 달걀과 퇴색한 바나나를 집어드는데,

팥죽은 먹었냐고 늙으신 엄마가 늙어 가는 아들을 전화로 챙긴다.

그리고 좋아하는 팥죽도 못 먹고 산다고 마음 아파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집에 내려오면 팥죽을 끓여 주마 하신다.


팔순 중반을 넘긴 노모의 마음아픔이

홀로그램 같이 떠 있는

허공의 팥죽 안에 고스란히 들어있었다.


아픈 사람에게 먹이는 죽이라면,

기운 나라고 먹이는 게 죽이라면,

나보다 당신이 드셔야 하는 것을.

얼마 전 퇴원한 노모가 배 나온 아들을 챙기다니.


어디 파는 데가 있을 거야,

한 그릇 꼭 사 먹으렴.

당부하며 전화를 끊으셨다.


나는 알고 있다.


팥죽이 왜 따뜻한 음식이고, 먹으면 마음이 편안해지는지를.

나는 왜 팥죽을 좋아하는지를.


죽, 이라는 말속에 죽을 만드는 사람이 들어 있는 것처럼

팥죽 속에는 엄마가 들어 있다는 것을.


엄마는 자신의 생명을 한 조각씩 떼어 자식에게 먹인다고 했던가.

팥죽 속에는 엄마 생명의 조각이 녹아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팥죽의 핵심 재료였던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엄마처럼 생명 조각을 서로 나누며 산다면,


가슴속에 나의 생명조각 품은 사람 만나면 반갑고,

내가 품은 생명조각 주인 만나 또 반가울 텐데.

반가운 사람끼리 다투기야 하려고.


엄마가 보고 싶다.







(만년필) 몽블랑 마이스터스튁 146 르그란드 골드 - 14k M 금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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