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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완뚜 Dec 16. 2022

좋다

그냥 그런 생각이 들때가 있다.

'나는 누굴까,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잘 하고 있는게 맞나,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하지. '

존재 자체에 대한 의문 그리고 막연한 슬픔과 두려움.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비단 경제력이나 능력적인 부분으로 기인하는 것만은 아닌거 같다. 잘 살고 싶었다. 적어도 나를 비난하거나 욕하는 사람의 수를 줄이는 삶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착하디 착한 그 남자의 옆에 당당히 가고 싶었다.


재미와 즐거움이 내 삶의 근간이었다. 즐겁게 살고 싶었다. 눈물이 많은 성격이었지만 될 수 있으면 울지 않고 웃으며 살고 싶었다. 그 남자도 나의 눈물을 정말 싫어했었지. 슬픈 영화를 보며 우는 것 조차 싫어해 조심했던 나다. 그를 보내고 나는 눈치보지 않고 울 수 있는 자유가 생겼다. 그래서 였나? 미친듯이 울었다. 꼬박 2년의 시간은 눈물이 마르지 않았다. 이까짓 자유는 없는 것이 좋을 뻔했다.

그리고 나는 근원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 지금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먹고 사는 문제만 겨우 해결하며 시간만 때우는 지금의 내가 많이 못마땅하다. 고민은 고민을 부르고 얽힌 실타래처럼 어렵다.


며칠 전, 자원봉사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올해 자원봉사자 표창장 수여자 후보가 되었단다. 봉사점수가 많다고 그동안의 이력을 서류에 작성해 보내 달라고 한다. 이미 나는 남편을 보내고 긴시간의 봉사와 안녕을 고했다. 먹고 살기 위해 직업 전선에 뛰어 들어야 했고 15년의 세월과 인연이 단절되었다고 믿었다. 그것은 가슴 아픈 결정이기도 했다.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물리적인 힘이 작용해 멀리 나를 던져버린 것처럼 외롭고 두려운 것이었다. 물론 여건만 만들어지면 봉사와 상관없이 오랜시간 함께 했던 그들을 만나러 달려갔다. 그곳은 나에게 위로이며 안식이었다. 그래서 그곳과 인연을 끊지 못했던 건데, 많은 대상자들을 제치고 내가 후보가 되었단다. 이럴 수는 없다는 민망함에 어필을 해 보았다. 대답은 의외였다. 그동안 열심히 했고 작으나마 나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한단다. 봉사 이력이 적힌 서류를 보여주니 관장님이 조용히 던지는 한마디.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았는데 다들 무심했다며 미안함을 전한다. 알아주는 이가 있다는 것이 참 좋다. 이래서 내가 이곳을 못 끊는거다.


시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시상식에 참석했다. 도서관에서 시간을 내어 많은 사서들이 축하를 위해 참석해 주었다. 고맙고 미안하다. 바쁜 그들이 시간을 내어 준다는 것은 마음을 주는 것이다. 그래서 더 고맙다. 내가 무어라고 이렇게까지 해 주는 걸까. 오늘은 가끔 던지던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조금 찾은 기분이다. 내 존재에 대한 의문의 답을 이렇게 찾는다. 그동안 나름 잘 살았구나. 적어도 좋은 지기들이 주위에 이렇게 많다는 건 나도 그들에게 가끔은 좋은 지기가 되어주고 있었던 거겠구나 하는 깨달음이다.


오늘은 많이 기뻐하기로 한다. 남편이 아낌없이 양보하고 밀어준 그 시간의 보상이다. 비록 종이 한장이 전부이지만, 잘 살았구나 어루만져주는 손길 같은 보상이다. 비록 그는 보지 못하지만 그가 받는 상인 것만 같아 행복하다. 그도 나도 참 잘 살았구나.


고맙다. 당신들과 함께 한 모든 시간이 행복이고 즐거움이고 의지였음을 이제라도 깨닫는다. 앞으로의 당신들과의 시간이 기대되는 이유이다. 앞으로는 내가 당신들에게 기대는 시간이 더 많아지겠지만, 나를 위해 어깨를 내어 줄 당신들과 함께 할 수 있으니. 앞으로도 쭈욱 함께라 생각하니 가슴이 벅찬다. 나 정말 잘 살았나 보다. 나를 칭찬한다.


그리고,

끝까지 나를 버리지 않고

함께 가자고 잡아 준

당신들에게...,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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