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극적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영화는 영화답게, 그리고 삶은 삶처럼.
잘 계획된 도시처럼 서로 구획을 나누고 침범하지 않는, 그래서 평화는 영원히 유지되고 세상에 없는 설렘이나 슬픔은 화면으로 느끼고 즐기기를.
감히 인간의 영역에는 발디디지 못해 더 쫀득하고 울컥한 그런 영화였으면 좋겠습니다. 불행 따위는 가끔 즐기고 싶은 사람만 화면으로 즐기기를.
이제는 아프지도 않고 극한의 즐거움도 사라져버린 잔잔한 시냇물 같기를.
보통의 인간으로 보통의 삶을 살기를.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되지 않더라도 내 아이만이라도 잔잔한 수면같은 삶을 살기를. 적어도 남은 삶은 그러하기를 나는 오늘도 기도합니다.
영화보다 슬펐던 인생의 굴곡은 도려낼 수 없기에 체념하고 견디어 냅니다. 얼마나 아픈지 아는 슬픔을 화면에서 조차 만나기가 꺼려집니다. 그래서 더이상 나는 영화를 보지 않습니다. 영화속의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겐 상처를 헤집는 뽀족한 칼날같기 때문입니다. 아픔은 쉬이 즐거움으로 치유되지 않았고 남의 불행을 보며 위로 받지도 못한다는 것을 이제는 압니다. 결국 나는 슬픈 이에게 위로조차 건네지 못하는 인간이 되었습니다. 본인도 치유하지 못하는 걸 남에게 권한다니 어불성설이지요.
아직 치유의 힘을 발견하지 못하고 갈길을 잃어버렸습니다. 꿈 많던 시절의 내 희망이던 영화같은 삶을 더 이상은 거부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