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빌어먹을.

by 완뚜

젠장, 비가 참 예쁘게도 내린다.
출근 준비로 분주한 아침, 거울 속 얼굴이 오랜만에 반짝인다. 촉촉하다. 어제까지도 건조하고 무료했었다. 오늘, 주말의 시작, 출근 길, 거울 속에서만 빛이 나는 피부와의 대면이 낯설다. 아니 난감하다. 매일 안구만 촉촉했는데 오늘은 피부가 울고 있네?

이 비가 그치면 세상이 화사하게 변하고 사람들은 살랑살랑 바람 들겠지. 빌어먹을.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라며 노래라도 흥얼거려야 하나? 미친 사람처럼 머리에 빠알간 꽃이라도 꽂고 밖으로 뛰어 나가야 할까? 마음을 온통 들쑤시는 눈부신 봄 날의 전령사가 소리없이 내린다. 전령사를 자처하는 이 비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순식간에 흐드러질 것이다. 그렇게 피어난 꽃이 마음을 들었다 놨다 갈팡질팡하게 만들던, 그래서 종내는 밖으로 뛰쳐 나가게 만들던 행복했던 시절이 까마득히 멀어졌다. 공원을 산책하며 예쁘게 피어난 꽃을 휴대폰에 담아 남편에게 전송하던 때도 있었는데.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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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도시로 변한 내 세상에 소문없이 잦아드는 계절의 변화가 무덤하다. 다만 sns를 통해 끝없이 날아드는 꽃 소식, 그녀들의 남편과 다녀 온 봄 나들이 소식에 무덤하던 내 영혼이 기어이 흔들리고야 만다. 처음에는 입 끝이 떨리더니 안구가 비틀거렸고 심장이 뻐근해진다.
이미 죽어버린 줄 알았던 회색빛 삶은 근조 리본이라도 달아야하나 싶을 만큼 무덤한데 그래도 미련은 남았나보다. 그 남자와 함께 다 묻어버린 줄 알았던 심장이 콩콩거린다. 빌어먹을.

빌어먹을, 빌.....어 먹을... ,

더럽게도 예쁘게 내리는 비를 보며 마음이 설레는 내가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