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0. 30.
여러분은 바우하우스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시나요? ‘한 번쯤은 들어봤는데 그게 뭐였지’라고 반문하는 분이 많을 것 같은데요. 독일어로 ‘집을 짓다’라는 의미의 바우하우스는 1919년 설립되어 1933년 나치에 의해 문을 닫기 전까지 짧은 기간이었지만 현대 디자인사를 새롭게 한 독일의 예술 학교로,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이제는 하나의 미술사조로 조명되고 있는 개념입니다.
특히 바우하우스는 짧은 기간에 비해 많은 유명 작가들을 배출했는데요. 초기에 바우하우스에서 예술과 디자인 기초를 가르쳤던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와 클레(Paul Klee)는 20세기 미술의 거장이며, ‘Less is more’로 유명한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는 바우하우스의 3대 교장으로 모더니즘 건축을 이끈 대가죠. 그리고 추후 나치에 의해 옮긴 미국에서 뉴 바우하우스를 열었던 모호이나기(Laszlo Moholy Nagy)는 현대 사진 예술사에서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입니다. 이렇게 현대 디자인의 모체이자 교육의 시발점을 만들고 현재까지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생산한 디자이너가 활동했던 곳이 바로 바우하우스입니다. 바우하우스 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그 의미를 기리는 국내외 행사들이 많이 개최되고 있는데요. 자칫 대단한 무엇인가라고 어렵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의외로 바우하우스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어디서 들어봤는데 막상 이야기하려면 생소한 그 개념, 오늘은 바우하우스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들이 가보면 좋을 공간들에 대해 소개합니다.
전시는 체험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사람마다 각기 다른 해석과 느낌이 들 수 있는 예술 분야를 대중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좋은 도구죠. 사전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체험으로 쉽게 전달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바우하우스에 대해 이번 기회에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고 싶은 분들이라면 100년을 기념하여 열리고 있는 전시를 방문해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전
바우하우스는 건축, 가구, 조명, 제품, 그래픽 등 디자인 분야부터 음악 및 무용 등 예술 전반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는 바우하우스의 기본 모토처럼 사람들의 실생활에서 도움이 되는 디자인, 간결하면서도 기능성을 살린 디자인으로 많은 스테디셀러를 생산했습니다. 지금 금호미술관에서 열리는 바우하우스와 현대 생활 전은 미술관의 30주년을 맞이하여 그동안 소장하고 있던 소장품들로 이루어진 전시로, 뒷다리가 없는 의자와 구조적인 디자인이 돋보이는 조명, 차곡차곡 포개지는 테이블과 식기 등 바우하우스 스테디셀러의 오리지널 디자인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강철 소재 파이프를 구부려서 만든 의자, 모듈형 디자인으로 저장이 용이한 용기 등 지금은 쉽게 볼 수 있는 디자인이지만 100년 전엔 사람들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디자인이었죠. 여기에 바우하우스의 조형을 모티프로 만든 월 그래픽을 활용하여 감각적으로 구성된 전시장은 관람객이 바우하우스 디자인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 점, 선, 면의 형태와 출발하여 단순하면서도 간결한 디자인으로 예술과 기술의 결합을 꿈꾼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 제품 60여 점 및 찰스 & 레이임스, 루이지 꼴라니 등 유럽과 미국의 거장 작품을 소개하고 있는 전시장
○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바우하우스 미러> 전
금호미술관 전시를 통해 과거의 바우하우스에 대해 알 수 있었다면 DDP에서 열리는 바우하우스 미러 전은 바우하우스와 우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그동안 국내에서 바우하우스를 해석했던 방식에 대해 그리고 국내 대학의 디자인 전공 학생들이 바우하우스 사조를 재해석한 작품들을 통해 앞으로 일상 속 바우하우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습니다.
▲ 그동안 열린 전시를 통해, 출판물을 통해 그리고 한국이라는 공간 속에서 바우하우스가 어떻게 받아들여졌는지를 이야기하는 바우하우스 미러 전
미스 반 데 로에의 바르셀로나 의자처럼, 바우하우스 시기에는 건축가들이 가구나 조명디자인도 많이 선보였는데요. 바우하우스 시기를 이끈 건축가와 디자이너의 제품들은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디자인에 대한 관심만큼 오리지널 빈티지 제품 또는 오리지널리티를 살려 현재까지 생산되는 디자인 제품을 구매하는 분들이 많아지고 있죠. 국내에도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디자인 제품을 판매하는 리빙 숍 및 오리지널 디자인 제품으로 꾸며진 카페까지 바우하우스 제품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디자인 제품들을 찾아보고 체험하면서 그 제품의 장점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것입니다.
○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디자인 인증 브랜드 텍타(Tecta) 쇼룸 에이치픽스
현재 여러 가구 회사에서 바우하우스 디자이너의 제품들을 생산하고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 가장 바우하우스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잘 선보이는 브랜드를 하나 선정하라고 하면 전 텍타(Tecta)를 이야기합니다. 1956년 설립된 텍타는 바우하우스의 설립을 주도한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 등 디자인 거장들의 라이선스를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브랜드죠. 브로이어의 세스카 체어, 그로피우스의 F51암체어 등이 대표적인데요. 특히 피터 켈러의 ‘바우하우스 요람’은 텍타에서 기획하고 켈러가 드로잉을 제공하여 재생산이 가능하게 된 제품이죠. 텍타는 올해 바우하우스 100주년을 맞이하여 거장들의 마스터피스를 젊은 디자이너들이 재해석한 <바우하우스 나우하우스> 프로젝트도 선보였습니다. 텍타 제품은 국내에서는 리빙 편집숍 에이치픽스(Hpix)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 바우하우스 오리지널 가구 디자인을 가장 잘 계승하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는 텍타 제품을 만날 수 있는 리빙숍 에이치픽스
▲밀라노 가구 박람회에서 선보인 텍타의 ‘바우하우스 나우하우스’ 프로젝트 (출처: 텍타 공식 홈페이지)
○ 마르셀 브로이어(Marcel Breuer)의 바실리 체어(Wassily Chair)가 있는 핫플레이스, 카페 포제 & 모리츠플라츠
건축가이자 가구 디자이너인 마르셀 브로이어의 바실리체어는 바우하우스의 정신을 구현한 대표적 가구로 불립니다. 이름을 몰라도 한 번 보면 ‘아 그 의자!’를 외치는 분이 많을 텐데요. 초기에는 B3 체어로 불리던 바실리 체어는 자전거 핸들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비례감과 조형미는 지금 보아도 세련된 디자인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죠. 강철관을 구부린 형태와 가벼운 패브릭이나 가죽을 매치한 소재의 대비 또한 우수합니다. 마르셀 브로이어는 이후 바실리 체어의 디자인을 바탕으로 폴딩이 되는 접이식 라운지 체어 B4도 선보여 기능적 편의성을 높이기도 했죠. 미니멀한 디자인의 카페에서 이 바실리 체어를 종종 보게 되는데요. 바실리 체어 외에도 바겐벨트의 조명, 반 데 로에의 의자 등 바우하우스 시대의 제품들을 구비한 핫플을 종종 만날 수 있으니 보물찾기하듯이 찾아보는 것도 재미난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 바우하우스 시대부터 미드센추리 시대의 빈티지 가구 및 및 소품들을 직접 판매하기도 하고, 관련 전시도 여는 복합문화공간 성수동 ‘카페 포제’(좌)와 홍대 ‘모리츠플라츠’(우). 두 공간 모두 빈티지 가구에 앉아 차 한잔을 즐길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가구를 구매할 수도 있는데요. 특히 ‘카페 포제’에서는 바우하우스 시대 그래픽 포스터들을 소장할 수 있어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의 떠오르는 ‘핫플’입니다.
바우하우스 출신의 많은 디자이너가 나치를 피해 미국 등 전 세계로 퍼지면서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계승해 나갔습니다. 그러면서 바우하우스 정신은 후대의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게 되죠.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자신을 바우하우스의 후예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모던하고 실용적이면서도 구조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 디자인의 시작이라는 특징과 사용자를 고려한 디자인, 오래도록 사랑받을 수 있는 디자인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바우하우스는 많은 브랜드가 원하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죠. 그중 바우하우스를 이야기할 때 같이 회자되는 대표적인 브랜드는 디자이너 디터람스가 이끌었던 독일의 소형 가전 회사 브라운(Braun)입니다. 디터람스의 제품들은 어디에 두어도 어울리는 간결한 디자인과 특유의 따뜻하고 고급스러운 색감으로 가전이라는 유행에 민감한 카테고리임에도 불구하고 빈티지 컬렉터 영역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브라운사의 오리지널 제품을 가장 많이 만날 수 있는 곳, 4060Designhaus
‘세상 모든 사람이 주어진 조건과 상관없이 더 행복하게 사는 미래’. 모두를 위한 좋은 디자인을 이야기하였던 바우하우스의 정신과 ‘Less, but Better’ 어디에 두어도 어울리는 보편적이면서도 이상적인 디자인을 추구하였던 디터람스의 철학은 뜻을 같이한다고 볼 수 있는데요. 바우하우스가 문을 닫기 1년 전에 독일에서 태어난 디터람스는 바우하우스 수업을 들은 적은 없지만 이에 대해 연구하였고 좋은 동료들과 함께 독일 가전 회사 브라운의 역작들을 만들었습니다. 이런 브라운사의 오리지널 제품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4060Designhaus입니다. 소규모 예약제로 대표님이 직접 수집한 제품들에 대한 설명과 함께 수집에 대한 에피소드를 같이 들을 수 있는 즐거운 체험을 제공하는 곳으로, 이제는 예술품이 되어버린 제품들을 통해 타임리스 디자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공간입니다.
▲ 디터람스의 턴테이블, 초기 브라운관 TV 및 소형 가전들과 브로슈어, 디터람스가 디렉터로 디자인에 관여한 비초에(Vitsoe)사의 빈티지 가구까지 미술관에서 전시품으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을 직접 체험하고 좋은 디자인에 대해 공유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제공하는 4060 Designhaus
이제는 디자인 제품들도 미술관에 영구 소장되고 예술품 컬렉터들 사이에서도 하나의 컬렉팅 품목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좋은 제품의 가치가 점점 더 인정받는 세상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바우하우스의 기본에 충실하면서 구조적인 아름다움을 만들어낸 제품들은 특별한 수식어가 없이도 디자인 우수성으로 많은 대중의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생활에 아름다움을 가져다주기 위한 디자인을 추구한 바우하우스의 철학이 100년 동안 대중에게 사랑받는 많은 제품을 만들어낸 바탕이 된 것이죠. 이런 바우하우스의 디자인 교육과 이념은 100주년이라는 특별한 이벤트 아래 다시 한번 회자되고 있습니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접할 수 있는 만큼, 바우하우스가 왜 역사 속의 한 시대상이 아닌 현재까지도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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