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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yerin Jul 18. 2022

평범한 일상에 활력을 더해주는
전시 관람 경험

2022. 3. 16.


예술은 경계를 허물고 언어가 필요 없으며
메시지와 염원이 담겨 여럿을 하나 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최근 아트테크의 열기 속에서 미술계가 유래 없는 호황기를 맞았다고들 합니다. 실제로 미술을 비롯 예술 경험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도 확장되고 있음을 느끼는데요. 팬데믹 초기만 해도 락다운 등으로 인해 미술계를 포함 예술계는 역대급 위기라고 이야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였다는 말처럼, 그동안 취약점으로 여겨지던 예술의 폐쇄성이 희석되면서,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대규모의 예술 데이터 공급 및 소비가 일어나게 되었고 그 결과 예술 접근성이 좋아지고 예술의 일상화가 이루어지는 계기가 되고 있는데요. 무엇보다도 오랜 마스크 일상에 지친 사람들의 정신적 피로감과 우울감이 감성과 힐링의 예술 콘텐츠 인기로 이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가 볼만한 전시가 정말 많아졌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는데요. 오늘은 최근 방문했던 전시 중 일상에 새로운 영감을 주었던 인상깊은 전시에 대해 여러분께 소개해드립니다.


■ 브랜드를 살린 천재 디렉터의 상상력 만나보기,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GUCCI Garden ARCHETYPES: 절대적 전형)'

분명 브랜드 홍보인데 작품처럼 느껴지게 하는 체험 전시가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렸습니다. “구찌하다”라는 말이 “힙하다”로 통용될 만큼 MZ에게 각광받는 브랜드로 다시 태어난 구찌의 브랜드 체험 전시인데요. 올드하다는 평을 받던 구찌를 소생시킨 것으로 유명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6년간의 캠페인을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재해석하였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브랜드가 지향하는 이미지를 그들만의 해석으로 감각적으로 때로는 예술적으로 풀어내는 방식이 흥미로워 브랜드가 기획하는 전시를 관람하는 것을 특히 좋아하는데요. 이번 구찌 전시 또한 2015년부터 시작된 알레산드로 미켈레 이후의 ‘새로운 구찌’에 대해 강조하고 알리고자 한 노력이 엿보이는, 기존의 명품 브랜드들이 그들의 Heritage를 세련되게 보여줬던 전시와는 조금 결이 다른 전시였습니다.

▲핑크와 블랙의 조화가 눈에 띄는 전시관 전경. 전시명의 '아키타이프(archetype)'는 모든 복제품의 원형, 그 자체로 결코 재현될 수 없는 본래의 형태인 '절대적 전형'을 뜻한다고 합니다.

▲    분할된 스크린들을 통해 13개의 구찌 캠페인을 보여주며, 이어서 펼쳐질 체험 공간으로 연결하는 첫번째 전시 공간 컨트롤룸(좌)과 첫 블룸 향이 가득해 후각까지 연결한 오감각 체험을 주는 Gucci Bloom 룸(우)


전시는 전체적으로 내용 전달의 목적 보다는 ‘구찌다움’을 빠르게 각인시키고 브랜드 인상을 남기고자 하는 것 같았는데요. 12개의 룸을 지나며, 6년간 진행한 13개의 캠페인을 공감각으로 체험하며 느끼게 만드는 형식은, 가볍고 즐겁게 관람하면서 동시에 관객에게 구찌스러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브랜드를 대중에게 얼마나 감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가도 브랜드 인상을 만드는 중요한 지표 중 하나 일텐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인상 깊은 경험 중 하나였습니다. 

▲    13개의 캠페인의 컨셉에 맞게 다양한 형식과 스타일로 체험에 충실한 인스타그래머블한 전시를 선보였습니다.


직접 방문이 힘든 분들을 위해 구찌는 온라인으로도 전시장을 구현해 관람 경험을 확대하여 소개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전시링크 https://embed.eazel.net/gucci-garden-seoul/


■ 똑같은 일상도 작게 보면 달라지는 세상, '미니어처라이프 서울 (Miniature life Seoul)'

크루아상이 하늘을 떠다니는 구름이 되고, 빤짝이는 CD는 은반이 되며, 달콤한 아이스크림은 지구가 되어 있는 특별한 세상이 있습니다. 시점을 달리하면 다르게 보이는 세상, 감탄을 자아내는 아이디어로 오픈과 동시에 많은 인기를 끌었고 지난달 말 매우 성황리에 연장전시까지 끝난 전시가 있습니다. 이미 인스타그램에서 35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한 미니어처아티스트 타나카타츠야 작가의 첫 서울 전시인데요.

작가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10년 동안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품과 물건을 작가 나름의 시선으로 위트있게 해석한 미니어처 작품을 1일 1작품을 선보여 이미 글로벌로 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는 아티스트인데요. 이번 서울 전시에서 작가는 SNS에서 화제를 일으켰던 대표작 및 실물 미니어처, 그리고 이번 전시를 위해 준비한 신작까지 150여점 이상의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    여의도 MPX Gallery에서 열린 타나카 타츠야의 미니어처 작품 전시 전경 (좌)과 그의 작품 ‘매일 훈련에 지름길 따위는 없다’ (우). 실물 작품과 사진이 적절히 배치되어 관람의 즐거움을 더했습니다.   


작가의 작업 과정을 엿볼 수 있는 영상 섹션부터 시작되는 전시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일상의 주제들을 #Workers, #Sports, #Have Fun, #Season, #Adventure, #Universe, #World Travel, #Vehicle, #Family 9개의 섹션이 10개의 공간으로 스토리를 가지고 구성되어 있었는데요. 특히 작품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센스 있는 타이틀들이 전시 경험의 즐거움을 더해주었습니다.

▲    작품 속 일상의 보통 사물들을 찾아보고, 숨겨진 작가의 의도와 이야기를 마치 한편의 공연을 보듯 찾아가는 즐거움이 있는 타나카 타츠야의 작은 세상.


우리가 전시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색다른 경험과 더불어, 다른 시선과 아이디어의 영감을 받기 위해서 일 텐데요. 그러한 의미에서 평범한 일상을 작가 나름의 시선으로 재해석하여 위트 넘치는 미니어처의 세계로 창조해낸 작품들은 시점을 달리하면 어떻게 다르게 볼 수 있을까를 상상하게 만드는 남녀노소 나이 불문 누구나 좋아할 만한 전시였습니다.

▲일본의 고속 열차 신칸센을 모티브로, 그릇 역사 속 바게트 빵으로 만든 기차가 움직이는 위트감 넘치는 작품


이미 전시는 끝나 더 이상 오프라인 전시를 보기는 힘드시겠지만, 아래 작가 계정에서 위트 있는작품들을 확인 하실 수 있으니, 한 번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작가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tanaka_tatsuya/


■ 숨겨진 스토리와 함께 그 시대로 돌아가 보기, 붉은 벽돌집 '딜쿠샤 (Dilkusha) 전시관'

얼마 전에 3월 1일이었죠? 3월에 방문하면 좋을 만한 전시 공간이 있습니다. 앞서 소개해 드린 전시는 직접 방문이 힘들지만, 여긴 상시로 개방되는 전시 공간이라 언제든 예약 가능한 곳인데요. 바로 3.1운동을 세계에 처음 알린 앨버트 테일러의 가옥, 딜쿠샤입니다. 딜쿠샤는 미국인 테일러가 한국에 거주할 당시 건립한 서양식 주택인데요. 딜쿠샤는 산스크리트어로 ‘기쁜 마음의 궁전’이란 뜻으로 테일러의 아내 메리가 결혼식을 올린 인도의 딜쿠샤 궁전에서 가져온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앨버트 테일러는 연합통신 (AP) 임시 특파원으로 고종의 장례 식 등 한국의 소식을 알리는 일을 했습니다. 특히 1919년 3월 메리 테일러가 세브란스 병원에서 아들 브루스 출산으로 입원하였을 때 입원실 침대 밑에서 독립운동가가 숨긴 독립선언서의 사본을 발견하고 일본 몰래 미국에 관련 소식을 최초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죠.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던 이곳을 약 2년간 복원 공사 후 작년 3월 1일에 대중에게 개방하였습니다.

▲    서울시 공공예약서비스를 통해 관람 가능한 딜쿠샤 외부 전경. 문화재청은 2017년 8월 딜쿠샤를 국가등록문화재 제687호로 지정했습니다.


딜쿠샤 공간에는 앨버트 테일러의 기사뿐만 아니라 그 당시 실제 딜쿠샤를 엿볼 수 있는 영상 자료와 메리 테일러가 그린 그 시대 풍경과 한국인, 그리고 가족의 추억이 담긴 근대 물건들이 집안 곳곳에 전시되어 있는데요. 실제 테일러 부부는 딜쿠샤를 완공한 1924년부터 1942년까지 아들과 함께 이 집에 살았다고 합니다. 복원된 딜쿠샤를 방문하면 한편의 영화 같은 스토리를 가진 부부의 이야기와 더불어 일제 강점기 속 삶의 단편을 볼 수 있었는데요. 전시 공간을 통해 한 가족의 역사와 한국의 근현대사를 체험해 보고 느껴볼 수 있는 색다른 시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실제 사용하던 가구를 공수해 재연한 딜쿠샤 1층 거실과 2층 응접실 전경으로 당시의 사진과 함께 전시되어 있습니다.  

▲    당시 연합뉴스 (AP)에 전달된 3.1 관련 기사, 부부의 스토리뿐만 아니라 딜쿠샤 건축의 특징과 복원 과정, 당시의 생활양식 등에 대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예술은 경계를 허물고 언어가 필요 없으며 메시지와 염원이 담겨 여럿을 하나 되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저마다 여러 가지 이유로, 나름의 목적을 가지고 전시회를 찾아갑니다. 꼭 심오한 세계를 알기 위한 학구적인 의미를 위해서만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과의 즐거움을 위해서, 또는 단지 SNS 소장용 사진을 위해서든 아니면 단순히 일상의 따분함을 환기할 목적이든 각자의 방식으로 전시를 관람할 텐데요. 같은 전시를 보아도 각자 다른 시선으로 해석하고 바라볼 수 있기에 잘 구성된 좋은 전시를 보는 경험은 많은 사람에게 만족감을 줍니다. 그리고 동시에 작가가 또는 기획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대해 공감하고 생각을 나눌 수 있게 하죠. 그런 의미에서 예술 경험은 서로 다른 시각을 공유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생각됩니다. 국내에서도 수준 높고 훌륭한 전시들이 많이 기획되고 있는데요. 여러분도 주위 사람들과 인상 깊었던 전시에 대해 생각을 나눠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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