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 일기 21화

공사 준비

by Rodinpark

낡은 건물에, 관리가 안 된 계단. 그리고 매장 내부도 사무실로 사용하다 내팽개친 느낌이 잔뜩 남아 있었다. 유리창도, 화장실도, 천장이나 바닥도 모두 세월의 흔적이 잔뜩 묻어 있었다.

그렇지만 큰 창문, 넓은 공간, 납득되는 수준의 임대료, 건물주의 친절함까지 더해져서 여기를 하자고 결정했다. 무엇보다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아늑한 분위기가 은은하게 느껴진다는 점. 그래서 공간을 어떻게 만들면 좋을지 그림이 그려졌다.

“낡고 관리 안 되어서 공간의 느낌이 가려진 것 같아. 우리의 방식으로 손보면 아늑한 느낌이 살아날 것 같아” 라고 우리는 말했다. 공간을 구할 때 이런 느낌, 그런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우리는 얘기했었고, 그런 이유로 이곳을 선택하게 되었다.


보증금은 2000만원, 임대료는 160만원. 크기는 약 24평, 화장실은 내부. 조금의 관리비가 있었다. 계획했던 수준의 임대료였고, 계획보다 조금 더 넓었다. 위치가 좋으니 노력하면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상가 계약, 그리고 공사 준비>

매물은 세 번을 찾아가서 꼼꼼히 봤다. 처음 매물을 볼 때는 여기가 좋은지, 마음에 드는지 확인을 했다. 두 번째 매물을 볼 때는 다른 시간에 채광이 어떤지, 정말 괜찮을지 다시 확인하려고 다녀왔다. 마지막 세 번째로 매물을 보러 갔을 때는 어떤 공사가 얼마나 필요할지 파악하려 다녀왔다. 이때에는 이미 마음속에 확정을 한 상황이었고, 특별히 공사가 커지지 않는다면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생각했다.

공사 내용으로 확인할 부분은 천장, 벽, 바닥, 창문, 화장실, 급배수(주방시설), 전기, 에어컨. 각 부분들을 하나씩 체크했다.


-창문과 바닥

건물은 1900년 후반에 지어졌고, 나와 나이가 비슷했다. 30년이 긴 시간 동안 특별한 관리 없이 세월의 바람을 묵묵히 버텨온 것이다. 낡은 녹색 창문에 묻은 실리콘 자국, 녹슨 못, 술술 뜯어지는 방충망, 코팅이 벗겨지다 못해 갈린 자국이 무성한 바닥 타일. 바닥 곳곳에 박혀 있는 타카 못(과거에 가벽을 세우면서 바닥에 박은 것 같다). 여기저기 방치된 흔적이 가득했다.

그래도 완전히 새것처럼 변할 수 없지만. 조금만 닦고 코팅하며 매만지면 낡음 그대로도 괜찮지 않을까. 창문과 바닥의 상태가 좋지는 않지만, 교체까지는 안 해도 될 것이라 판단했다. 온전히 개인적인 생각이었기에, 그런 수준이기를 바라는 판단이었다.


-벽

벽에는 못 자국이 가득했지만, 면은 깔끔했다. 울퉁불퉁하거나 튀어나왔거나, 구조물을 설치해서 망가진 흔적은 없었다. 못 자국들과 몇 개의 에어컨 구멍만 막아서 페인트로 마감하면 될 것 같았다.


-화장실

화장실은 많이 낡아 있었다. 낡은 중문, 곰팡이 핀 천장 텍스, 까맣게 떼가 낀 환풍기, 누렇게 변해 있는 옛날식 대변기. 그리고 지저분한 소변기까지. 타일도… 좋지 않았다. 화장실은 여차하면 타일 공사까지 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어쩌면 화장실에 큰 목돈이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천장, 환풍기, 대변기 등은 내가 작업할 수 있으니까. 타일 작업만 생각해 보자고, 생각보다 쉽게 해결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급배수와 전기

일반 사무실이었기 때문에 화장실에서 급배수를 가져오는 공사를 해야 했고, 전기 공사도 별도로 필요했다. 이 부분은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 공사로, 처음부터 일부 예산을 계획하고 있었다.


-에어컨

에어컨은 다행히 실내기와 실외기가 가까웠다. 실내기 바로 뒤로 구멍이 뚫려 있고, 반대쪽에는 작은 테라스에 실외기가 있었다. 현재 위치도 나쁘지 않고, 가능하면 있는 그대로 사용하자고 생각했다. 만약 에어컨 위치를 옮기게 되면, 에어컨 설치 비용이 높아지게 된다. 벽을 뚫거나, 실외기를 다른 쪽에 설치를 하는 순간 사다리차 비용부터 시작해서 공사 비용이 쭉쭉 올라가게 된다. 음, 그냥 있는 그대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기존에 있던 에어컨이 많이 낡아 보여서, 임대인께 에어컨이 잘 작동하는지 물었더니, 임대인은 모른다며 과거에 세입자가 설치해두고 간 것이니, 폐기하든 교체하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하셨다. 그래서 에어컨 교체의 가능성을 계산에 넣어뒀고, 그 자리 그대로 사용하여 공사 비용은 아끼자고 생각했다.


-천장

마지막으로 천장, 천장이 가장 큰 문제였다. 천장을 철거하고 노출로 마감하는 일은 직접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그저 다 뜯어내면 되니까.

그런데 세 번째 방문해서 확인해 보니, 천장에 붙은 텍스가 석면 텍스 같아 보였다. 석면 텍스는 2000년 초반에 석면을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생산이 중단되었는데, 2000년 이전의 천장은 거의 전부 석면 텍스로 마감했다고 한다. 이 건물도 1900년 건물이니 석면 텍스일 확률이 높았고, 석면 텍스의 크기와 모양 확인하여 대조해 보니 확실한 것 같다는 판단이 섰다.

나는 석면 텍스임을 확인하자마자 석면 텍스 철거 업체를 찾아 견적을 받았다. 왜냐하면 석면 텍스 철거 비용을 온전히 세입자가 부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부분을 확인하여 계약에 반영하려 한 것이다.


석면 텍스 철거는 나라에서 지정한(혹은 면허를 취득한) 철거 업체에서만 가능했고, 업체에서는 구청에 철거 진행 보고서를 작성하여 허락을 받아야 했다. 구청의 허락이 떨어지면 폐기물 업체에도 신청서를 넣어야 했고, 실제로 철거하는 과정에 구청의 감독관이 방문하기도 했다. 발암물질이기 때문에 별도의 과정들이 있었다.

이런 부분들 때문에 석면 텍스 철거만으로도 비용이 제법 높았다. 매장의 크기와 천장 상황을 사진으로 첨부하고, 3층임을 감안했을 때, 가장 높은 견적은 400만원, 가장 적은 견적은 300만원이었다.

나는 여러 업체 중에 가장 믿음직하다고 생각한 업체로 선택했다. 견적은 330만원에 부가세 별도. 철거는 반나절이면 가능하지만, 구청에 허가를 받고 날짜를 잡으면 약 10일이 걸린다고 한다.

10일이 소비되고, 360만원의 텍스 철거 비용이 발생한다. 나는 이 부분을 임대인 분과 이야기를 나눴고, 이 부분에 대한 조건으로 렌트 프리를 넉넉히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합의가 된 이후에 계약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은 7월 24일. 입주 일은 8월 1일. 다만 계약한 이후 곧장 석면 철거 신청을 진행하는 조건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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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의 공사는 크게 보면 이렇게 나눠진다.

천장, 벽, 바닥, 창문. 급배수(주방)와 전기.


내가 생각하기에 천장과 벽의 핵심은 어떻게 해서 깔끔하게 면을 마감할 것인가. 그 방법을 결정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합판을 붙이면 마감이 아주 쉽고 빠르고 깨끗하게 이루어진다. 노출을 하면 면을 깔끔하게 하기가 어렵다.

바닥은 그대로 사용할 것인가, 새로운 타일을 덮을 것인가. 창문도 마찬가지. 주방은 어디에 둘 것인가. 급배수를 어떻게 따서 만들 것인가. 그런 것들에 대해 온전히 결정해야 한다. 이 부분들을 잘 모르면 전문 인테리어 업체에서 작업을 해주시고, 잘 알면 하나하나 결정을 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요소들을 가장 큰 줄기라고 할까. 큰 줄기를 어떻게 세우는지에 따라, 거기서 뻗어 나오는 작은 줄기들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다르게 말하면, 큰 줄기와 상관없는 작은 줄기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그래서 전반적인 작은 줄기를 결정할 때에는 큰 공사들이 어떻게 들어갈지 예상을 해야 하는 셈이다.

물론 아주 능숙한 전문가들께서는 그런 것들에 맞춰서 공사를 이리저리 요령껏 만들 수 있겠지만, 셀프로 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큰 공사가 어떻게 작업 될 수 있는지 확인하고, 그에 맞춰서 작은 줄기를 하나씩 그려야만 했다.

이를테면 주방의 위치가 그런 식이었다. 주방 시설이 없기 때문에, 급수 호스와 배수관을 화장실에서 끌어와야 했다. 그렇게 되면 배수관은 구배가 맞아야 했는데, 구배를 맞추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길지 않고 복잡하지 않은 배수관 설치였다(배수관을 가리는 것도 문제). 그래서 나는 자연히 화장실 벽에 가까운 쪽에 싱크대가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

또 하나, 이 공간에는 창고로 쓸만한 곳이 없었다. 그래서 각종 자재들을 넣을 곳이 없었다. 수납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가벽을 한쪽에 세워서 창고를 만들거나, 수납이 가능한 가구를 짜는 것이었다. 가벽을 세우려면 목수분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거기까지 할 자신은 없었다. 그런 별도의 공간을 만들면 여러모로 편리했다. 하지만 공간의 개방감을 해치게 될 테고, 목수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한쪽에만 나무로 벽이 세워져 있으면 전체적인 균형도 무너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전반적인 목공 공사를 추가할 것인가. 아니면 가벽 없이 수납함을 별도로 만들 것인가의 결정 문제였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고, 그래서 벽이나 천장을 노출로 직접 마감하겠다고 결정하게 되었다.


이렇게 큰 줄기의 공사를 마치고 나면 가구가 들어간다. 바와 싱크대, 테이블, 각종 선반이나 책장. 곳곳에 필요한 가구들을 짜게 된다. 화려하게 인테리어가 들어가면 가구가 벽이 되기도 하고, 벽이 수납장이 되기도 하고, 창문에 멋진 장식이 더해지고, 에어컨을 덮는 나무 박스 같은 요소들도 생긴다. 말하자면 조금 더 작은 부분들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하지만 나는 그런 부분을 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가능한 단순하게 바를 설계하고, 테이블과 의자를 결정했다.


가구가 모두 들어오면, 마지막으로 작은 부분들을 채우게 된다. 머신, 각종 장비, 화분, 커튼, 조명, 스피커, 소품, 작은 의자들, 바에 들어갈 작은 가구나 물건들. 어딘가 허전하다고 생각되는 공간에 넣을 작은 가구들. 그런 부분들을 채우면서 모든 공사는 마무리된다.


나는 이런 점들을 생각하며, 큰 공사를 한 달, 가구와 작은 부분의 공사를 한 달, 그렇게 총 두 달을 계획하고 시작했다. 아주 작은 부분은 생각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그림은 미리 그려놓고 계획을 세웠다. 아래의 내용이 미리 결정한 부분들.


1. 주방의 위치, 주방의 형태

-주방의 위치는 화장실 벽에 가까이, 바의 형태는 꼭 오픈형이어야 한다.

이 내용으로 나와 아내는 어떤 모양으로 바를 만들지 고민했다. 바에 들어갈 장비가 무엇일지 결정해놓고, 냉장고와 제빙기와 싱크대의 사이즈를 파악한 다음, 입주하자마자 마스킹 테이프를 가져가 바닥에 선을 그으며 바의 모양을 결정했다. 여기는 브루잉, 여기는 음료를 만드는 곳, 여기는 얼음, 여기는 싱크대, 여기는 수납. 해가 저물어 어두워지는 순간까지 우리는 얘기하고 수정하면서 동선을 맞추고 주방의 모양을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레 바에 사용할 장비가 결정된다. 장비가 결정되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운영할지도 결정되어야 하는데.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할 것인가? 브루잉을 할 것인가? 오븐을 사용할 것인가? 블렌더나 아이스크림 기계를 사용할 것인가? 이런 세세한 부분들에 대한 결정이 있어야 했다. 이 부분들은 앞서 창업 계획을 세우는 단계에서 이미 결정을 했었기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


2. 수납공간

-수납이 넉넉한 붙박이 의자를 만들어야 한다.

앞서 말했듯이 별도의 창고를 만들지 않기로 했으니, 넉넉한 수납함이 필요했다. 그걸 붙박이 의자로 활용하기로 결정했고, 넉넉한 수납을 위해 붙박이 의자는 5개를 만들기로 결정. 그리고 이 붙박이 의자는 주방 옆으로 이어져서 한 줄로 길게 앉을 수 있게 만들자고 했다. 그렇게 붙박이 의자의 위치도 결정되었다.


3. 조명

-천장 조명 없이, 모두 스탠드 조명(간접 조명)만 두겠다고 결정.

천장 조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공사 과정에 들어갈 작업들이 있다. 천장에 목재로 부분 마감을 하여 전선을 매립할 수도 있고, 천장에 별도의 전선을 넣거나, 레일 조명 같은 것을 설치할 수도 있다.

나는 애초에 천장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빛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천장 조명은 조금도 고려하지 않았다. 모두 간접 조명으로만 해결하겠다고 결정했었다. 그래서 별도의 공사가 들어가지는 않았다. 이 부분도 미리 결정해야 공사가 수월하지 싶다.


4. 콘센트

-콘센트는 원래 있는 그대로 사용하되, 일부로 더 만들지는 않겠다.

카페에서 콘센트는 늘 고민이다. 콘센트가 자리마다 있으면 손님은 편하다. 하지만 작업 공간이 되는 것은 걱정이다. 손님을 배려해 콘센트를 곳곳에 설치를 하려면 그 또한 추가적인 공사가 필요해진다. 콘센트를 어디에 어떻게 매립할 것인가. 이 부분도 미리 결정해두면 공사가 편해진다.


5. 전반적인 컨셉

-나무 가구와 패브릭이 섞여 있는, 밝은 색감의 온기가 있는 공간.

어떤 자재를 사용해야 할까. 어떤 마감을 해야 할까. 벽과 천장의 페인트는 어떤 색이 좋을까. 철제 가구가 잘 어울릴까. 원목이 중심일까? 낡고 빈티지한 느낌일까, 깔끔하고 세련된 느낌일까.

이런 전반적인 결정을 내릴 때, 그 기준이 있어야 통일감이 생기는 것 같다. 그래서 그 점을 아내와 함께 이야기하며 미리 결정했다. 사람들이 편안하게 머무르는 공간이니까. 따뜻함이 있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책도 있으니 편안한 서재 같으면 좋겠다. 그리고 나는 여행 갔던 프랑스의 어느 공원처럼, 푸릇하고 평화로운 기분도 조금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우리는 얘기하며 공간의 컨셉을 결정했다.



지금 이렇게 모두 지나고 난 다음에 정리하듯 글을 적어서 그렇지, 당시 우리는 주먹구구 막무가내, 주절주절 늘어놓듯이 위 내용들을 정리했었는데 말이지요. 이런 부분들을 대략적으로 정리하고 공사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이를테면 상가 공사 준비라고 할까요. 사실 이런 부분들은 앞선 창업 준비 과정들을 통해 많은 부분들이 자연스레 결정된 것 같습니다.



창업 과정

1. 큰 비전을 세우기.

2. 비전을 해체하여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기.

3. 나에게 커피/카페란?

4. 나는 어떤 공간을 만들고 싶은가?

5. 앞의 내용을 바탕으로 카페의 첫 단면을 그리기.

6. 회전율 정하기.

7. 이상적인 부분과 현실적인 부분을 구분하기.

8. 매장의 운영 흐름 짐작하기.

9. 테이블 수 결정하기.

10. 카페, 그다음을 생각하기.

11. 창업 계획서 작성.

12. 예산 계획 세우기.

13. 상가 체크리스트 만들기.

14. 매물 요청서 만들기.

15. 상가 공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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