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창업 일기 20화

공간 구하기 -2

by Rodinpark

본격적으로 상가를 보러 다니기 시작하면서, 가장 애먹은(?) 부분이 있다면. 그건 중개사 분과의 소통이었다. 상가를 찾아보는 일은 처음 해본 일이라, 이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나는 대체로 당근 부동산이나 네이버 부동산을 보고, 실제로 보고 싶은 매물이 생기면 곧장 해당 게시물에 있는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어.. 저기 네이버 부동산을 보고 연락드렸는데요. 매물을 조금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중개사는 “아, 그러시군요. 그 매물은 볼 수 있습니다. 언제가 좋으신가요?”라며 일정을 잡은 다음, “혹시 어떤 종류의 매물을 찾고 계세요? 어떤 업종을 하세요? 평수와 임대료는요?” 라고 기본 정보를 수집한다. 이런 과정은 전화를 건 모든 중개사분이 똑같았다.

그러면 나는 우물쭈물 “카페를 하고요. 20평 전후로, 2-3층을 보고 있습니다. 위치는 연희동부터 망원동까지 내려오는 동네 전체를 두루 보고 있고요”라고 대답한다.


그러면 이 정보를 가지고 이런저런 매물을 막 보내주시는 분이 계신 반면, 조금 더 자세하게 물어보시는 분도 계셨다.

“음, 2-3층에 카페요? 사무실이었던 곳도 괜찮고요? 공간은 반듯한 직사각형이어야 좋으시죠? 아, 3층에 사람들이 올지 모르겠지만. 일단 한 번 찾아볼게요. 혹시 비슷한 유형의 카페를 보여주실 수 있나요?”

이렇게 내가 찾고 있는 상가의 모습을 설명을 드리면, 중개사께서 충분히 이해를 한 다음에, 이에 맞는 매물을 찾아보셨다. 그리고 이건 어때요? 저건 어때요? 하면서 문자로 매물 사진과 링크를 보내주시기 시작했다.


내가 애먹은 부분은 여기에 있다. 내가 생각하는 공간의 모습, 운영 방식 등을 설명하여, 중개사를 이해시켜야 한다는 부분이다. 내가 생각하는 카페는 아무래도 통상적인 카페에서 조금 벗어난다. 1층이 아니고, 맥주나 와인도 팔고 싶고, 책도 비치할 예정이고, 그래서 사람들이 천천히 회전하는 구상을 하고 있는데. 이런 부분들이 중개사께는 이렇게 해석이 되었다.


“1층이 아니라고요? 어떻게 운영이 되는 거죠? 2-3층? 음…”

“맥주나 와인을 판매하신다고요? 아, 그럼 낮에는 커피를 팔고 저녁에는 바를 운영하시는군요!?”

“책을 비치하고 판매하실 계획이라고요? 그럼 북 카페인가요? 북 카페 또는 책바처럼 책 읽고 술 마시고 그러는 곳처럼 운영되는 거군요!?”

“아아, 독서 모임도 하고, 술도 있고, 커피도 있고. 그렇다면 조금 모임이 활성화되는군요. 그렇면 2-3층도 괜찮죠. 그런 곳 저도 알고 있습니다.”


보편적인 모양. 카페라고 말하면 흔히 떠오르는 공간. 책과 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보편적인 형태. 그런 틀 안에서 이해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보편적인 모양을 벗어나는 생각을 설명해도, 자꾸 중개사의 머릿속에 있는 고착화된 형태의 틀 속에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나는 2-3층을 찾고 있었기 때문에, 기존에 음식점이나 카페로 운영되지 않는 곳을 보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었다. 대체로는 사무실을 카페로 변경하게 되는 형태였다. 그렇다 보니 중개사는 공실이 있는 사무실을 카페로 운영하겠다는 설명을 건물의 주인에게 해야만 했다.

“아아, 임대인님. 지금 보고 계시는 분은 카페를 준비하려 하는데요. 임대인 님의 3층이 좋다고 해주시는데, 다만 여기에 모임도 하고, 책도 있고, 커피도 마시고 그럴 예정이에요~” 하고 설명을 해야 하는 입장인 것이다.

그렇다 보니 중개사는 스스로가 해당 공간을 잘 이해해야 했고, 이를 임대인에게 설명해서 설득해야 했는데. 이런 과정들이 내가 직접 개입해서 임대인에게 설명하는 게 아닌, 중개사가 중간 다리 역할을 하다 보니, 중간 소통의 오류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이를테면 임대인이 “아, 술? 술은 안돼요. 밤에 시끄럽고 사고 생기고 그러면 피곤해. 깨끗하게 운영하는 분이어야 해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아아..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있죠. 제가 하려고 하는 건 말이죠… 하고 다시 중개사 님에게 설명을 반복하게 되었다.


이런 부분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해서 중개사를 설득시키는 게 좋은 방식인지. 아니면 그저 가볍게 전반적인 모양만 설명해서 공간만 찾도록 하는 게 좋은 방식인지.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여러모로 소통이 가장 큰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여러 중개사분을 만났고, 몇 분을 만난 뒤에 소통 문제를 심각하게 깨닫고, 나는 곧장 ‘매물 요청서’를 별도로 만들었다. 그리고 중개사를 만날 때마다 매물 요청서를 보여드렸다.

매물 요청서는 별다른 대화 없이 간략하게, 내가 찾고자 하는 매물 정보를 전달할 수 있어 편했다. 하지만 매물 요청서가 있다고 해도, 중개사와 소통이 원활해진 것은 아니었다. 내가 가진 생각과 중개사가 가진 생각의 간극을 좁혀지지 않았다. 그건 어쩌면 불가능일지도 모른다.

이런 부분 때문인지, 그동안 중개사께서 소개해 준 매물은 모두 내 그림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모두 직접 찾기로 결정했고, 네이버와 당근에 올라온 모든 매물을 하나하나 찾아보고, 찾아가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혹시라도 다음에 또 매물을 찾는 상황이 온다면, 음… 중개사분을 아주 잘 찾거나, 처음부터 혼자 뛰어다니는 쪽을 선택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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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물을 끊임없이 봤다. 연희동부터 망원동 한강 라인까지, 네이버와 당근에 올라와 있는 매물은 거의 다 본 것 같다. 그중에서 나쁘지 않다고 생각되면, 그 근방으로 가서 건물 주위를 배회하다가, 부동산에 연락해서 직접 보고는 했다.

그렇게 보고 온 매물에 대한 이야기는 저녁마다 아내에게 알려줬다. 이번에 보고 온 매물은 위치는 참 좋아. 벚꽃나무가 길게 늘어져서 햇살이 부서지는 게 정말 멋있어.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들이 기분 좋아질 것 같아. 그런데 다만 매물이 좁고 길게 이어져 있는데 창문이 난 곳에 베란다가 있어서, 채광이 애매해. 나쁘지는 않은데... 애매해.

그런 이야기를 계속 나누고 사진을 공유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맞춰가는 게 있었다. 같은 매물을 보고도 아내가 마음에 안 드는 이유가 있고, 내가 마음에 안 드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그런 지점들을 하나씩 확인해갔다.

아내는 채광이 가장 중요했고, 공간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중요했다. 나는 실제로 공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현실적인 부분을 봤다. 천장이나 바닥 마감이 괜찮은지. 여기서 공사를 하게 되면 지출이 얼마나 커질지를 보고 있었다.


어느 날 나는 어느 1층 카페가 매물로 나온 것을 봤다. 자주 지나가던 길에 있던 카페라 어느 정도 알고 있었고,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부동산에 곧장 찾아가 얘기를 나누고 미리 선점(?)을 해두는 상황까지 갔다. 1층 카페는 권리금을 걸어 뒀고, 계약기간이 한 달 정도 남았기 때문에, 조금 더 시간을 보내면서 결정하기로 했다. 그 시간 동안 다른 매물을 찾아다니고, 정말 어디에도 못 찾으면 여기를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여기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카페를 인수하기 때문에 공사 비용이 없다는 점이다. 그리고 전철역과 1분 거리. 게다가 임대인분이 좋았다. 처음 카페로 시작하기 더없이 좋다고 생각했다. 다만 아내는 채광과 분위기가, 1층이라는 점이 마음에 안 든다고 말했다. 상권도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아내의 의견을 반영해 조금 더 찾아보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러고 나서 우연히 다시 보게 된 3층 매물. 이전에 보고 넘어간 것 같은데, 다시 보니 여기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곧장 매물을 보러 갔다. 창문이 많아서 채광이 좋았다. 대신에 낡은 건물에 사무실로 이용한 탓에 공사할 곳이 너무 많아 보였다.

매물을 보고 나와서 아내에게 어떻냐고 물었다. 아내는 “허름해서 좋은지는 모르겠는데. 왜 인지 엘라 피츠제럴드 같은 노래가 생각났어. 그런 분위기가 느껴져”라고 대답했다. 확신은 없지만 느낌이 좋다는 말이었다. 그런 점에서 나도 공감을 했다.


인테리어 공사가 많아지는 대신에, 3층에 창문이 많고 느낌이 좋은 공간. 인테리어 공사가 거의 없는 대신에, 채광이 적은 1층 카페. 두 공간을 두고 한참 저울질을 했다.

3층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많이 터질 수 있다고, 공사가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걱정이 되었고, 1층 카페는 쉽게 시작할 수 있지만, 운영하기에는 상권이 부실했다.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가, 나는 불편한 선택이 나중에는 좋은 선택으로 남는다는 생각에 3층으로 결정했다. 어디 한번 공사에 부딪쳐 보기로 결심했다.


아마도 아내가 옆에서 객관적인 시선에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면, 나는 조금 더 쉬운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혼자 상가를 찾다 보면 점점 지치고 시간에 쫓기면서 스스로 타협하게 된다. 그러면서 쉬운 선택이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나도 모르게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큰돈과 긴 시간을 투자해서 카페를 운영하는데, 합리적인 선택이란 건 있을 수 없다. 오직 최선의 선택만 해야 하지 않을까.

상가를 구하는 과정에서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보며, 중심을 잡고 얘기를 해준 아내 덕분에 나는 객관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가 현명하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판단과 생각만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 믿지 않는 것. 그건 살아가는 모든 측면에서 중요한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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