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코딩교육과 대학입시 SW특기자 전형을 정리하며...
아두이노 드론을 가르치는 방과후수업이 끝나자마자 며칠 가족 여행을 다녀온 후 간만에 잠깐의 여유가 생겨 브런치에 들어와봤다.
그랬는데... 헐~~ 그동안 너무 바빠 정말 간만에 접속하긴 했지만 마지막 글이 2017년 1월이라니.

딱 1년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더 웃긴 건 요즘과 달리 당시에는 어딘가에 가입하거나 구매하지 않으면 아두이노를 배우기가 힘든 것 같아 경험차원에서 간단하게 아두이노를 배워 볼 수 있는 코너를 야심차게 만들었었는데... 큭.큭. 고작 1회가 마지막 글이 되었다.
참으로 면목이 없도다.

구차하게 변명하자면, 작년 상반기는 담당업무가 소규모테마형교육여행이라 정신없이 바빴고, 하반기는 수십 명의 고3 학생들의 자기소개서와 면접을 준비해 주느라 숨 돌릴 틈도 없이 보냈다.

다시 마음 다잡고 글을 써보려고 하는데 1년 전 1회로 끝난 글을 이제와서 바로 2회로 이어가기는 웃긴 것 같아 차후에 C언어와 함께 묶어서 기재할 생각이다. 근데 요즘은 아두이노가 많이 퍼져 관련 글이나 블러그 등이 많아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기도 하다. 그것은 그만큼 2017년 1년 동안 많은 변화를 겪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 겨울방학 때는 C언어의 기초를 어느 정도 가르친 후 아두이노의 무인자율주행과 드론을 가르쳤다. 왜냐면 SW특기자 전형을 염두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여름에 엔트리를 가르치고 에듀메이커보드(센서보드)를 엔트리로 코딩하여 피지컬 컴퓨팅(Physical Computing)을 구현하였다. 또 스크래치도 가르치고 스크래치와 연동 되는 초코파이보드(센서보드)를 활용하여 학생들이 직접 창작한 virtual 환경을 구동시키는 코딩을 해보기도 하였다. 특히 우리 학교 영재학급에서 가르치는 것은 물론 다른 학교 영재학급에서 가르치기도 하여 더욱 바쁜 1년을 보냈었다. 물론 너무 힘들어서 올해는 타학교 영재학급은 정중히 거절할 생각이다.
비록 고3 학생들의 대학 입시 때문에 바쁘긴 했지만 그 와중에도 2017년 한 해도 알찬 코딩 교육이 된 것 같고, 곧 그것이 대학입시에 좋은 결과를 거두게 만든 것 같아 마음 뿌듯하다.

먼저 코딩과 관련된 작년 한 해의 입시에 대해 정리하자면,

1. 내신이 안 되면 끝이다.
학생들에게 가장 고민이 되는 것이 내신과 스펙의 조화를 이루는 것이다. 어느 정도의 스펙을 쌓아야 하는 건지 잘 모르기 때문이다.
보통 입학사정관제에서는 내신의 불리함을 스펙으로 채우기도 한다. 최근 몇 개년 동안 그런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었기에 작년 대입에서 더욱 심화되리라 생각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반전이었다. 아예 컷이 되는 내신 근처에 있지 않으면 1차 서류에서도 탈락하였다.
단, 5등급에 가까운 학생이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도 있었는데 바로 그것이 SW특기자 전형이었다. 그 외에는 적합한 내신을 갖고 있지 않으면 소위 S대를 가고도 남을 정도의 스펙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1차 서류에서 대부분 떨어졌다.
2. 스펙은 내신에 맞춰 쌓으면 된다.
내신이 중요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면 어느 정도의 스펙이 필요한지는 담임선생님과 교과지도교사의 조언을 통해 그 내신에 갈 수 있는 대학을 상정해서 그 대학의 학종에서 보는 정도의 스펙만 쌓으면 된다.
해당 전공에 적합한 과목별세특과 자율동아리, 독서, 방과후수업, 교내수상내역 정도면 큰 줄기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이번에 고등학교 3년 내내 내가 아끼고 봐주었던 학생이 서울 소재 명문대에 입학했는데 면접 볼 때 '왜 생기부가 이렇게 많아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즉, 이제는 스펙이 양이 아니고 질이 중요한 시기가 온 것이었다. 포트폴리오를 사과 박스에 담아 제출하던 시대는 벌써 멀리 지나간 옛 일인 것이다.
3. 혼돈의 활동증빙자료
방금 언급한 포트폴리오가 사라진지 어언 몇 년. 그러다 이번에 활동증빙자료라는 이름으로 다시 우리에게 다가왔다. 물론 형태는 좀 다르지만 본질은 비슷하다. 게다가 크게 생각지 못하다가 닥쳐서 준비하다보니 이것 때문에 자기소개서를 제대로 완료하지 못한 학생들도 있을 정도이다. 이것은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 할 수 있으므로 1학년 때부터 자신이 한 작업들을 사진 찍거나 스캔해서 컴퓨터 폴더에 파일로 정리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면 나중에 활동증빙자료 제출 제도가 사라져도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큰 도움이 되므로 손해 볼 것이 없다.
4. 다크호스로 떠오른 SW특기자 전형
앞서 언급한 것처럼 스펙도 내가 강의한 아두이노 수업 말고는 별로 없고, 내신은 5등급에 가까운 학생이 서울 소재 중상위권 대학에 합격하였다. 가능했던 이유를 분석해 본다면, 가장 중요했던 실기를 잘 보고 왔다는 것이었다.
내가 가르쳐 봤기에 코딩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를 알고 있고, 스펙과 내신이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있는데 합격했다는 것은 실기시험을 무척 잘 봤다는 것 말고는 답이 없었다. 문제는 그 녀석 실력이 다른 학생들보다는 코딩 센스가 있긴 하지만 어마무시한 내신을 극복하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근데 어떻게 합격한 것일까?
그 의문은 같이 시험 보았던 학생들의 반응에서 찾을 수 있었다. 제자의 말로는 당시 자신이 잘 풀었던 문제들을 같이 응시하러 왔던 학생들이 거의 잘 풀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우리 학교가 코딩 중점학교도 아니고, 그저 개인적으로 내가 방과후수업을 체계적으로 이끌어 갈 뿐이다.
하지만 아직 이 혼란기에는 그정도만으로도 큰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보통 고등학교에서 컴퓨터를 배운다 하더라도 학교선택이고, 수능 과목에 들어가지 않으므로 관심이 있는 학생이 아니면 깊게 배우기가 힘들다. 또 주로 응용소프트웨어 중점으로 배우기 때문에 코딩과는 조금 거리가 멀다. 그러기에 제자 녀석이 다른 응시생들에 비해 실기시험을 무척 잘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2문제 중 한 문제는 방과후수업시간에 다룬 것과 비슷하기도하였고, 두 번째 문제도 그 녀석 실력이면 충분히 해결 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점 때문에 이번 겨울방학 때는 아두이노를 가르치기 전에 먼저 C언어의 기초를 다잡었다. 단순히 함수나 명령어를 외우기보다는 필요한 코드를 창의적으로 생각해 낼 수 있는데 초점을 맞춰 가르쳤다. 왜냐면 앞으로 몇 년 뒤면 어찌 될지 모르겠지만 아직까지 SW특기자 전형의 실기시험이나 제시문 구술면접 형태가 직접적으로 코딩을 하는 것은 드물었기 때문이다.
몇 개 대학의 SW특기자 전형의 제시문을 살펴보면, 보통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논리적, 수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여 설명하는 것이었다. 조금 더 나아간 학교가 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을 작성하는 것이었고, 이번에 제자 녀석이 응시한 학교는 가장 심화된 형태라고 말할 수 있는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단, 어떤 컴퓨터 언어를 사용하든 상관이 없었고, 또 사용한 컴퓨터 문법은 무시하고 코드를 작성하는 것이어서 훨씬 수월하였다. 이 친구는 C언어를 사용해서 문제를 잘 풀었다.
물론 외부대회에서 상을 탄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보통 학종(학생부종합전형)에서는 외부대회는 명함도 못 내밀게 하지만 SW특기자 전형은, 아니 특기자 전형 자체가 외부대회의 실적 등을 반영하기 때문에 SW특기자 전형도 외부대회의 수상실적이 들어간다.
이런 외부대회에서도 수상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출 수 있게 하기 위해서 학생들에게 스크래치나 엔트리 등으로코딩학습원리를 깨닫게 하고, C언어와 파이썬 등을 가르치면서 실질적인 텍스트 코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한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EV3나 아두이노, 휴머노이드(이족직립보행 로봇)를 통해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코딩의 맛을 보여주고, 원리를 학습시켰다면,
2017년은 스크래치나 엔트리, C언어, 파이썬 등의 컴퓨터 언어와 아두이노, 라즈베리파이, 3D 프린터, 드론 등의 IoT(사물인터넷)으로 기틀을 잡고,
올 해 2018년은 암호알고리즘, 정보보안, 해킹, 화이트 해커교육 등으로 앞서가는 코딩 교육을 할 생각이다.

근데 시간이 되려나? 이런 것 말고도 하고 있는 것이 많아서 그 모든 것들을 간신히 해내고 있는 나인데?ㅋ

과연 이루고자 하는 뜻이 있는 사람은 성공한다는 유지경성(有志竟成)이 될지, 계획을 자주 바꾸는 조변석개(朝變夕改)가 될지는 두고 볼지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