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예민대장
나는 늘 무던하다 조금은 둔하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다. 어디에서도 늘 나를 예민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살았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나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상당히 예민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단지 나는 내가 베고 자는 베개가 없으면 잠을 잘 자지 못하고 베개도 이런데 당연히 잠자리가 바뀌는 것을 상당히 힘들어하기에 내 집에서 조차 침대가 아니면 눕질 않는다. 설령 소파에서 비스듬히 누워 영화를 보다 잠이 들어도 이내 깨고 상당히 피곤해져 하루를 힘들어할 지경이다. 먹는 것도 늘 다 잘 먹는다 하면서도 회, 선지, 특정 내장부위, 마시멜로우, 젤리는 식감 때문에 굉장히 꺼려한다고 말한다. 특히 마시멜로우는 나에게는 극혐 하는 음식이다. 통증은 얼마나 예민한지 한창 자랄 때 발가락이 크느라 발가락 아래가 살짝 터지는 것처럼 찢어지는데 주변 친구들에게 물어봐도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보통은 그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은데 나는 그 날카로움이 너무 아파 잘 걷지도 못했다. 늘 조심조심 걸었다. 그래서 그런 건지 나는 유독 발가락이 이짧다. 마치 강아지 발자국처럼 그냥 발가락이 동그랗다. 한때는 친구들의 웃음포인트였다. 얼마 전에는 심장이 너무 두근거려 결국 큰 병원 검사를 동네 내과에서 권유받았다. 초음파도 찍고 엑스레이도 찍고 72시간 심전도 검사도 했다. 결론은 그냥 초예민한 사람으로 판명. 담당 교수님이 보통은 잘 못 느끼는데 이걸 느끼면 치료할 병은 아니지만 삶이 불편할 거라고 하셨다. 약을 처방받긴 했지만 아직 먹지는 않았다. 교수님도 권하시지는 않았다. 스트레스가 많을 때에만 유독 느끼는 현상이라 그냥 당분간은 명상을 하기로 했다.
여행지에 도착한 지 3일 차 첫날은 가까운 호텔에서 1박을 하고 어제 한 달 동안 묵을 숙소로 옮겨왔다. 짧은 사이 잠자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잠을 제대로 잘 리가 없다. 오늘도 다섯 시간도 채 자지 못하고 눈을 떴다. 사이사이 깨기도 했으니 피로도 업상태. 아마도 며칠은 이런 상태일 것 같다. 이번 주는 그냥 쉬자. 여행이고 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