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고 당당한 어깨가
한평 작은 굴에서는
한없이 작아지는
나는
겁쟁이
겁쟁이
세상이 무섭고
사람이 무서운
겁쟁이
예쁜 두꺼운 껍질을 쓰고
힘없이 돌아오는 길
나는 한없이 쪼그라들어
껍질의 무게에 비틀거리지
점점 더
바깥이 무섭지만
내가 가진 건 비루한 몸뚱이뿐이라
막혀오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질질 발을 끌며 나갈 수밖에 없어
밤마다 안전한 굴 속에서
얇디얇은 거죽에 눈물을 적셔
한 장 한 장 붙여나가며
내일이 밝아오는 것을 두려워하지
내일은 더 두꺼운 껍질을 쓰고 나가야지
더 무거워진 발걸음이 들키지 않도록
후들거리는 두 손을 간신히 맞잡고 서면
아무도 모를 거야 아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