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이란 2
이지성 작가의 <<에이트>>라는 책에 보면 “어느 시대, 어느 국가를 막론하고 지배 계급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교육이다”라고 되어 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교육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렇다면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장 핵심을 이루는 부분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책을 읽는 것이다. 책을 읽을 수 있다면 아이는 스스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가르치지 않아도 된다.
오랜 시간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목격한, 아이들에게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났던 순간들은 다 책과 관련이 되어 있다. “그 아이와 스파크가 일어날 만한 책을 찾아주었을 때”였던 것이다.
“읽어라”는 말만으로 되지 않는다. 한 아이가 스스로 책을 집어 들게 되기까지는 고도의 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절대 강요하지 않는다. 책에 대한 어떤 부정적인 감정도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강제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금물이다. 책을 읽고 아이가 변화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도 있으면 안 된다. 엄마의 무의식도 알아채는 놀라운 센서기인 아이들에게, 엄마의 욕심이 스캔되는 순간 책 근처에도 오지 않으려 한다.
둘째 책 보다 재미있는 것은 다 없애야 한다. 책 보다 재미있는 것이 손 닿는 곳에 있다면 그걸 하지, 왜 굳이 책을 읽으려 하겠는가. 책을 좋아할 수 있는 소질이 있는 아이들도 스마트폰이 손에 들려 있다면 당연히 폰을 하게 된다. 그리고 폰을 시작하는 순간 책은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물체로 전락한다.
셋째 심심한 시간이 많아야 한다. 책은 시간적으로 심적으로 여유가 많아야 읽혀지는 물건이다. 뒹굴뒹굴…뭐하지…아무리 생각해도 할 일이 없다. 심심하다. 뭐하지…그러다 옆에 굴러다니는 책이라는 놈이 있다. 읽으려고 펼치는 게 아니라 너무 심심하니까 얘는 뭐하는 앤가..싶어서 펼쳐본 거다. 그러다 낚임을 당하는 걸 독서라고 한다.
넷째 주위에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어야 한다. 아이 주위엔 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다. 책에서 지혜를 얻고 책에 쓰여진 대로 실천하며 자신이 먼저 변화되기를 소망하는 분들이다. 지적으로 인격적으로, 본받고 싶은 주위의 존경스러운 분들의 공통점이 다 책을 읽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아이도 어려운 일이 발생할 때, 지혜가 필요할 때 책을 찾아갈 것이다.
다섯째 심심할 때, 외로울 때, 궁금할 때, 늘 기꺼이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책은 어릴 때만 읽어주는 것이 아니다. 초등학생이 되어도 읽어주고 중학생이 되어도 읽어주고 고등학생이 되어도 읽어주는 것이 책이다.
정서적으로 채움이 필요한 순간, 아이들이 간식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정서적으로 무언가 채워지기를 원하는 순간, 그때 엄마가 무엇을 주었느냐에 따라 아이들은 평생 그걸 찾는다. 에너지가 필요한 순간마다 단 것으로 위로받았다면, 지칠 때 “단 걸 먹으면 돼”하고 몸이 말해준다. 재미있는 영상으로 채움 받았다면, “유튜브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찾으면 돼”하고 몸이 말해준다. 순간순간 책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책을 읽으면 된다고 여기는 사람이 된다.
감정이 채움 받길 원할 때마다 사람에게 매달리는 사람이 있다. 그걸 다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을뿐더러 (가장 기대하지 말아야 할 사람은 배우자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채워주려고 하지도 말아야 한다. 아이들도 감정을 해소해 달라고 부모에게 다가올 때, 아무리 엄마여도 다 해소해 줄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어느 정도의 공감 후에는 스스로 해결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하는데 가장 좋은 것은 역시 책이다. 책을 통해 위로받고 공감받고 힘을 얻었던 아이들은 힘들 때 사람에게 매달리지 않고 책을 찾아갈 것이다.
열 명 이상의 아이들과 먹고 자고 함께 생활하는 나의 일과가운데 가장 소중한 시간은 책을 읽는 시간이다. 아이들에게 소개해 줄 만한 좋은 책을 찾기 위해 책을 읽는다. 나의 마음과 지성을 갈고닦기 위해 책을 읽는다. 에너지를 얻기 위해 책을 읽는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읽어준다. 영어책도 읽어주고 한글책도 읽어주고 쉬운 책도 읽어주고 어려운 책도 읽어준다.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을 식구라 부른다. 식구들과, 친구들과 밥만 같이 먹지 말고, 지적, 정서적 연료가 되는 책이라는 밥을 함께 먹고사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책을 함께 읽으며 나누었던 연대감은 밥보다 더 진하여서 사춘기를 지나 청년이 되어서도 막힘없이 대화하는 관계가 될 것이다. 그런 특별한 축복을 누리며 사는 삶에 감사한다. 아들들이, 제자들이 결혼해서 자녀들을 데리고 왔을 때도 책을 읽어줄 수 있는 쌩쌩한 할머니로 살고 있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