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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선 Sep 08. 2022

홈스쿨 졸업훈장, 이상한 엄마

홈스쿨 스토리 3

  이상한 엄마가 되었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엄마가 되었다. 아무 두려움이 없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현민아 신발 좀 빨아신고 다녀라!" 다른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향해 외친다. 보니 정말 심각했다. 방금 쓰레기통에서 꺼낸 듯한 시커멓고 쭈글쭈글한 신발이었다. 아이도 웃고 나도 웃고 주변 사람들도 다 웃었다. 엄마인 나는 낯이 뜨거워져야 하는데,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다.  

'집에 깨끗하고 좋은 것도 있는데 저걸 신을 때는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본인 선택이니 나랑 무슨 상관이람' 그 후로도 아이는 계속 그걸 신고 다녔다. 자기가 행복하면 된 것 아닌가.


  양말의 구멍이 점점 커지다 못해 발가락이 다 튀어나와도 잘 신고 다니고, 어디가서 크게 혼나도 혼내주신 분과 곧바로 잘 지내는 아이들이 되었다.  

  어디가든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분위기를 좋게 만들며, 자기 일도 알아서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사람들을 배려하지만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지도 않는다. 뭐든 하면 잘 할 수 있고, 잘 될 수 있다는 기본적인 믿음이 있다. 친구들을 잘 도와준다. 자기 것도 잘 챙긴다. 이렇게 된 비결은 다음과 같다.  

  

1. 엄마의 도움이 없어도 잘 하는 아이들임을 믿기에 도움을 최소한으로 했다. 초등학생 때는, 물건을 찾아주지 않고, 준비물을 챙겨주지 않고, 숙제를 도와주지 않는 정도로 하다가, 중학생 이후로는 아침에 스스로 일어나고, 식사를 차려먹고, 자기 빨래는 자기가 하는 등 거의 모든 일을 스스로 하도록 했다. 그랬더니 자기 인생이 자신의 책임이라는 것을 빨리 깨닫는 아이들이 되었다.


2. 다른 사람에게 빈틈없는 아이들로 보이려 애쓰지 않았다. 오히려 흠이 들통나서 혼나기도 하면서 사는 것이 정상이라고 가르쳤다. 그랬더니 남들 시선 의식하느라 쓸데없이 에너지 낭비하는  없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는 아이들이 되었다.


3. 다른 부모님들이 당연하게 해주시는 것들을 해주지 않았다. 이상한 엄마라고 욕먹을 것은 이미 각오했다. 그랬더니 작은 것에도 감사할  아는 아이들이 되었다. 초등학생 때까지는 과자를 일인당  봉지씩 사준 적이 없고,  봉지를 주방저울로 계량해 100그램씩 나눠주었다. 누가 어쩌다  봉지 전체를 면 ‘감사합니다' 인사를 꾸벅꾸벅 다섯 번을 했다.


감사할  모르는 자녀들은 부모를 고통스럽게 한다. 자신이 무엇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생각 이하로 주어지면 불평하는 아이들은 자신과 부모님을 고통스럽게 한다. 모든 것이 선물이고 거저 받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는 아이들은 행복하다.    


4. 엄마의 행복을 먼저 추구했다. 식당에 가면 엄마도 엄마 것을 먼저 챙기고, 아이들도 엄마 것을 먼저 챙긴다. 샐러드 바가 있으면 엄마 먹을 것을 먼저 가져다 드리고  다음에 자기들 것을 가져와서 먹는다. 자녀들의 상태에 따라 왔다갔다 하지 않는 엄마임을 알기에 안정적으로 자신의 삶을 탐색했다. "엄마는 행복해보여요" 나에 대한 아이들의 최대 칭찬이다.  


5. 나에게 해결되지 않은 결핍의 문제가 있으면, 우리 아이에게도 결핍이 생길까 두려워하여 아이가 필요성을 느끼기도 전에 이것저것 해주게 된다. 그것이 아이에게 좋은 영향이 아닌데도 말이다. 자꾸 아이의 어떤 면을 채워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나를 돌아보아야  때다.


  먼저 나서서 도와주지 않고, 아이들 것보다 엄마인 나의 것을 먼저 챙기고,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다니는 모습에 이상한 엄마라는 뒷담화를 감내해야 다. 하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비결이 무엇이냐고 묻는 분들이 더 많아졌다.


  비결은 이것이다. 엄마 안에 쓸데없는 두려움이 있으면, 아이들은 자기 안에 있는 빛을, 원래 가지고 있던 이지만 발휘할 수가 없다.  빛을 가장 빛나게 해주고 싶은 사람이 엄마이면서,  빛을 가장 가로막는 사람이 엄마이다. 그러니 엄마의 내면을 돌아보아야 한다. 엄마를 먼저 작업해야 한다.    



  "이상한 엄마!"

  아이와 함께 홈스쿨을 졸업하면서 얻은 명예로운 훈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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