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일과 잘하는 일 사이에 그냥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좋아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좋지 않은 날도 많고,
그렇다고 잘하는 일이라고 하기엔 또 그럭저럭 하기만 하는 날들도 많은 그런 일이다.
이 이도저도 아닌 일이 어디에든 맺히길 바라는 마음에 숫자를 붙이기 시작했다.
그 숫자는 좀처럼 커지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소리 없이 쌓였다.
차곡차곡 그리고 어느새.
나이처럼.
하루라도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지만 언젠가부터 말하기를 꺼려하는 어른의 나이처럼
처음에는 뿌듯했던 숫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부담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 숫자에 걸맞은 현재가 되었는지 의심이 들 때도 있고,
숫자는 결국엔 숫자일 뿐 아무것도 아닌 것에 기대어 살았을까 이 숫자들을 다 버려야 하는 날도 올까 헛헛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그럼에도 이만큼이나 쌓인 것을 더 이상 어디 가서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못한다고 말하기도 어렵게 되었다.
사실은 어쩌면 그냥 할 수 있는 일은 그런 일인지도 모르겠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었지만 이것도 저것도 모두 다 될 수 있는 그런 일.
그리고 다음은 아무도 모를 일이다.
*피이(Pi)는 일기처럼 그리는 데일리 일러스트의 주인공인 요정입니다. 최근에는 2000번이 넘었어요.
*E다운 생활은 300번을 넘겼습니다.
*강이는 열네 장짜리 잎도 내고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