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진짜 봄이 오려는 건가요..?

by Honey

[허니의 축구일기 Part,3] 이후로 이어지는 축구일기입니다.




누군가에게는 해피엔딩, 또 누군가에겐 새드엔딩이 돼버린 길었던 잔혹동화가 끝나고,

봄의 한가운데인 계절처럼 우리에게도 봄이 오긴 왔다.

김상식 감독의 자진사퇴로 공식적인 감독의 자리는 공석이 됐으며,

정식 감독이 선임되기 전까지 당분간은 '김두현 코치'가 감독대행을 맡아 팀을 이끌기로 했다.




2023년 5월 21일 일요일,


눈에 흐르는 것이 빗물인지 눈물인지 몰랐던 서울 원정과 다득점의 대승을 거둔 수원 원정, 그리고 인천까지 이어진 수도권 원정 3연전을 치르고 3주 만에 돌아온 홈경기이자 보이콧이 끝나고는 처음 만나는 전주성(전주월드컵경기장)이었다.

다시 시작될 팬들의 응원과 달라진 팀의 분위기에 대한 기대감 때문인지 일요일 저녁임에도 불구하고 13,000여 명이 넘는 팬들이 전주성에 모여들고 있었고, 오랜만에 만나는 소란스러움이 반갑기까지 했다.


많은 팬들의 기대감 속에 만난 오늘의 상대는 '수원FC'다.

라스(전북에서의 등록명은 '벨트비크'였다. 근데 아무리 봐도 등록명만 달라진 게 아니라 사람도 달라진 것 같다.. 같은 사람일리가 없어..)나 무릴로 같은 외국인 선수는 말할 것도 없이 최보경, 이용, 이범영, 이재성(수비수) 그리고 유스 출신인 김현까지 전북 출신의 선수들이 유독 많은 팀이기도 하다.

더욱이 직전에 만난 수원FC와의 원정 경기에선 전북 출신의 라스에게 결승골을 얻어맞으며 보이콧을 진행하는 와중에 뼈아픈 패배까지 기록한 적이 있었기에, 다시 만난 오늘의 경기에선 승리와 더불어 많은 팬들 앞에서 꼭 좋은 경기를 보여줘야만 했다.


선수들도 홈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의 목소리가 분명 그리웠을 것이다.

침묵과 비난으로 채워졌던 지난 한 달이 서로에게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었는지 모두가 너무나 잘 알기에..

오늘의 경기엔 지난 카타르 월드컵 이후 세계적인 스타가 된 조규성 선수가 부상에서 복귀를 알리며 팬들의 기대감을 더 높이기도 했다. 이렇게 모두가 조금씩은 설레는 마음들을 가진 채 드디어 오늘 경기의 킥오프 휘슬이 울렸고, 우리의 응원석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우렁찬 응원가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해주지 못 한 마음들을 마치 오늘에서야 전부 쏟아내는 것처럼..


경기는 이른 시간 백승호 선수의 멋진 프리킥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앞서가기 시작했고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비록 선제골 6분 만에 수원FC의 이승우 선수에게 동점골을 허용하긴 했지만, 오늘의 각오는 경기를 뛰는 선수들도, 그 선수들을 응원하는 팬들도 달랐다.

양 팀이 균형을 맞춘 채 전반전은 끝이 났고, 이어진 후반전에서 선수들은 더 결의를 다진 듯한 모습이었다.

후반이 시작되고 채 10분이 되기도 전에 송민규 선수가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팀은 다시 앞서나가기 시작했고, 득점에 성공한 송민규 선수는 응원석 앞에서 가슴에 새겨진 앰블럼을 두들기며 오랜만에 목소리를 내주는 홈경기장의 팬들과 기쁨을 함께 하기도 했다.


수엪 송민규 05.21.jpeg 얼마나 이렇게 환호하고 싶었을까..


이대로도 기분 좋은 승리를 누릴 수 있겠다 싶던 경기 막판,

문선민 선수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로컬보이로 사랑받고 있던 박진섭 선수가 헤딩으로 연결 지으면서 경기의 멋진 쐐기골까지 기록하게 됐고, 기울어진 승리 분위기에 환호와 함성이 오랜만에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선수와 팬 모두가 기쁨을 함께 나누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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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엪 05.21.jpg
얼마나 기다려왔던 순간인지.. [사진출처-전북현대 홈페이지]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이 있다.

우리들의 지난 시간들이 비록 진흙탕처럼 엉겨 붙어 서로를 힘들게 하기도 했지만,

모두가 함께 믿고 기다려온 만큼 앞으로의 날들은 더 단단해져만 가기를..


물론 다가올 시간들 속에도 여러 우여곡절들이 있을 테고,

그 가운데 어떤 날엔 기쁨과 환호가 또 어떤 날엔 좌절과 절망이 함께 할 수도 있겠지만,

서로에게 가장 깊은 상처가 됐을 지난날들의 그 경험만큼은 또다시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본다.



그리고 설마..

응원의 목소리를 멈추는 날이

또 오지는 않겠지......








<배경사진 출처-'OSEN' 기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