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자, 제발..
5월이 지나며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는 와중에도 감독의 자리는 여전히 공석이었다.
한때 가장 밑바닥에 위치했던 안정감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스스로 자멸한 경기들 덕분에 어렵게 벗어났던 최하위의 자리에 다시 돌아가게 됐고, 30주년을 맞이하여 홈경기마다 여전히 팀의 레전드들이 찾아와 격려를 아끼고 있지 않은 와중에도 '우리 지금 이렇게 엉망이에요'를 친히 보여주고 싶은 마음들인지 경기 막판 연이은 실점과 퇴장의 콜라보까지 선보이며 모두의 한숨을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리고 있었다.
이러한 위기들 앞에서 감독 선임에 대한 결정을 더 이상 미룰 수는 없었다.
과연 어떤 인물이 '지금의 팀을 살려낼 수 있을까' 하는 모두의 의구심이 가득한 가운데 오랜 시간이 지난 5월 말, 드디어 전북의 8대 감독으로 김두현 감독이 결정됐다.
지난 시즌초까지 김상식 감독의 수석코치로써 감독을 보좌하다 감독의 사퇴로 감독대행의 자리까지 맡으며, 한때는 시즌 중에 가장 좋은 성적으로 팬들의 환호를 한 몸에 받고 근래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우리와 했던 김두현 코치.
그가 이제는 팀을 위기에서 건져낼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고 1년 만에 다시 전북으로 돌아오게 됐다.
2024년 5월 29일 수요일,
지난 시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3연승의 기록을 거둔 경기가 강원전이었다.
그리고 그때 당시 모든 이의 박수를 받으며 떠난 이가 김두현 코치였고, 떠난 곳이 바로 이곳 춘천송암스포츠타운이었다. 그로부터 1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떠났던 자리 그대로 이제는 그가 감독이 되어 돌아왔다.
경험 없는 감독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는 이들도 분명히 있었지만 좋았던 기억 때문인지 그래도 힘을 실어주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이렇게 기대 속에 시작된 경기는 시작되자마자 이른 시간 실점으로 (또) 선제골을 내어주게 됐고, 그래도 다행인지 정신을 차리(려)는 경기력으로 금세 동점을 만들기는 했다.
그리고 이어진 후반전에서 나름 분위기를 가져오나 싶던 중반, 우리의 전병관 선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열세를 가지게 됐고, 결국엔 또 졌다.
(후에 이 판정은 오심으로 밝혀졌고, 우리의 전병아리는 퇴장이 취소됐다. 지지 않을 수도 있던 이날의 경기를 이렇게 망친 주범이 바로 이동준 주심이었다. 축구장에서의 악연으로 치면 이 양반을 이길 사람은 없다고 본다)
주말로 이어진 울산 원정에서는 정말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서로 팽팽하던 경기는 추가시간에 또!! 실점을 하면서 결국 연패로 이어지게 됐다.
(그나저나 이 말도 안 되게 흐트러지는 막판 집중력은 정말 어떻게 고칠 방법이 없는 건가요..)
박수받으며 떠났던 코치가 다시 박수받는 감독이 되기에는 쉽지 않은 출발이었다.
원정 2연패로 부임 시작을 알린 신입 감독은 홈에서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또 다른 의미로 무패(무승부와 패배)를 이어가고 있었다.
2024년 6월 29일 토요일,
전북의 홈경기에서 매년 6월이면 치러지는 행사가 하나 있다.
바로 MGB(Mad Green Boys-전북현대 공식서포터스) 주관으로 6.25 참전 용사님들을 초청해 경기 관람을 함께 하는 뜻깊은 날로 나는 이 행사를 진행하는 담당자를 맡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날만큼은 우리의 응원석이 아닌 스카이박스에서 어르신들을 모시며 경기를 관람하게 된다. 그리고 사력을 다해 뛰어도 모자랄 이 뜻깊은 날에 믿기 어려운 대참사가 벌어졌다.
상암 원정은 물론이거니와 홈에서도 서울만 만나면 지지 않는 팀이 전북이었다.
특정팀을 상대로 한 무패 기록이 7년이나 이어지고 있었고, 팀의 분위기가 아무리 전과 같지 않다고는 하나 서로 간의 상성이 있으니 기대가 절로 되는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의 경기는 시즌 최악의 두 경기 중 하나로 남게 됐으며, 2010년대 초반 최강희 감독님이 잠시 자리를 비우셨던 시절에나 듣던 흥실(흥겹게 실점) 스코어인 1:5 패배의 기록도 모자라 주장이라는 선수가 비신사적 플레이로 퇴장까지 당하고, 오늘 당장의 치욕스러운 경기 결과보다 서울행 기차가 더 급했던 몇몇 선수들의 민폐 행동까지 겹쳐 스카이박스에 있던 우리를 결국 오열하게 했다.
리그가 반환점을 돌고, 새로운 감독이 온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승리를 함께 경험하지 못하고 있는 중이었다.
강등과 승강플레이오프권의 순위를 오르락내리락하며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고, 이제는 한 두 경기 이긴다고 답이 나오는 상황이 아닐 만큼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도 모두가 알고 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은 수준까지 오게 됐다.
정말이지 완전히는 가라앉지 않을 만큼 발버둥을 치는 모양처럼 간간히 1경기씩을 이기며 이제는 탈출하나 싶은 최하위에서 벗어날라 치면, 또다시 누군가 힘껏 끌어당겨 가장 밑바닥에 우릴 주저앉히는 듯한 기분이었고, 많은 이들의 기대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감독은 전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었으며 결국 그의 손에도 지금의 상황에 대책을 요구하는 메가폰이 들려지게 됐다.
이제 남은 시즌은 파이널라운드를 포함한다고 해도 십여 경기가 전부다.
한 번도 가보지 못한 아랫물이라고 치부하던 파이널 B는 의심의 여지없이 확정이었고, 이로써 늘 윗물에서만 놀던 팀이라는 위풍당당한 자부심도 이젠 헛것이 됐다.
메가폰을 쥐었던 감독의 다짐 이후 무슨 일인지 한 달 넘게 지지 않는 팀이 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잠깐의 호성적으로 팀을 위기에서 구하기엔 우리가 빠진 수렁이 너무 깊은 게 문제였다.
그러니 진작부터 어느 정도 수습은 될 정도의 수준이었어야지..
늦었다고 생각이 들면 그땐 진짜 늦은 거지, 뭐...
<배경사진 출처-'베스트일레븐' 기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