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진짜일리 없어..

by Honey

지난 시즌까지 K리그1에서 12위(최하위)에 위치한 팀만이 가질 수 있는 기록이 하나 있었다.

바로 2부 리그로의 '다이렉트 강등'.

벚꽃이 휘날리며 다들 봄이 온다고 설레하는 와중에도 리그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며 더 내려갈 곳도 없이 최하위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팀이 있었으니 모두가 믿기 어려운 바로 우리 팀 '전북'이었다.

아픈 곳을 고쳐달랬더니 더 들쑤시고 나가버린 감독마저 공석이라 우린 지난 시즌에 이어 올해도 감독대행과 함께 이 봄을 견뎌내고 있는 중이었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의 뒤를 이어 감독대행의 역할을 맡은 사람은 팀의 또 다른 레전드 선수라 불리는 박원재 코치였다. 비교적 얼마 전까지도 우리가 응원하던 그라운드에서 전북의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선수였던지라 지금의 상황이 더 안타깝기만 했다.


팀은 올 시즌을 시작하며 30주년 특별 유니폼을 맞추고, 매 홈경기마다 팀의 레전드를 초청하여 시축과 격려를 함께 하며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즌임을 강조하고 싶어 하는 듯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선수들의 발걸음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정말 이러다 큰일이 날 수도 있겠구나'하는 마음과 '에이, 그래도 설마..' 하는 마음이 매 순간 공존하는 가운데 이러한 일말의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최하위를 기록하며 이어진 경기에서도 또다시 패배를 기록한 팀은 순위표의 가장 아래 자리를 정말 굳건히 지키게 됐다.


지난 시즌 보이콧을 하며 눈물, 콧물 다 쏟았던 그때가 축구를 보는 삶에서 가장 말도 안 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자니 '앞으로 지금보다 더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이 벌어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막연함에 이제는 조금씩 겁이 나기까지 했다.


image_29c93550-e922-42ef-bfa4-4059cb52ccbf.jpg
image_100d5553-a389-47e5-a44e-1b8338e07095.jpg
'내가 살면서 전북에서 뛰는 치타를 다 보는구나' 했는데...... 경기가 끝나고 나면 늘 죄인이 되던 선수들.. [사진출처-전북현대 홈페이지]




2024년 4월 13일 토요일,


밸런타인데이의 달콤한 꿈을 꾸고 정확히 두 달이 흘렀다.

날이 좋은 토요일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개막전의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고, 지금의 우리를 보면 어쩌면 이건 당연한 현상이었다.


계속되는 위기 앞에서 만난 오늘의 상대는 이정효 감독의 광주였다.

시즌초 연승에도 불구하고 4연패를 달리고 있던 광주와 믿을 수 없는 순위를 지키고 있는 전북의 경기라 그런지 시즌 초반임에도 다른 의미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경기는 이른 시간 선제골을 넣긴 했으나 '이 득점을 끝까지 지킬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함과 함께 지금까지의 무승 때문인지 마음껏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기 막판 역시나 동점골을 허용했고, 시즌의 첫승이 이렇게나 또 한 발 멀어지나 싶은 경기도 추가시간만을 남겨놓은 시점, 광주 골키퍼의 자비(?) 덕분에 기회를 살린 송민규 선수가 결승골을 성공시키며 시즌의 첫승을 7라운드 만에 달성하게 된다.


image_3387d146-2d2a-42c5-bff8-fc57ad716706.jpg
image_a955093d-3a7d-418b-9e05-5dde7dfe24d6.jpg
'전북을 사랑하는 마음'은 진심인 송민규 선수(좌), 시즌 처음으로 찍게 된 승리 사진(우) [사진출처-전북현대 홈페이지]


2024년 4월 20일 토요일,


우리에겐 무패의 땅이라고만 믿고 싶은 상암에서 펼쳐지는 서울과의 경기,

이번 시즌은 '슬로스타터인가 보구나!' 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경기력이었고, 시즌 베스트골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멋진 전병관 선수의 결승쐐기골까지 후반전에 터지며 시즌 첫 연승과 더불어 상암에서의 무패행진을 이어가게 됐다.

오늘의 결과로 '그럼 그렇지'라는 약간의 건방진 안도마저 하게 되었고,

우습게도 고작 이 연승 한 번으로 정말 이번 시즌은 우리의 출발이 더딜 뿐이라는 착각을 여전히 하고 있었다.


280049_307773_1547.jpg
280049_307772_1535.jpg
팀을 위기에서 구한 우리의 전병아리, 이때가 시즌의 가장 좋은 날이었을 줄이야...


연승 뒤에 이어진 대구와의 홈경기에서도 정규시간 90분까지는 시즌 3연승이 될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두 골이나 앞서고 있던 상황에도 승리를 지키지 못한 팀은 추가시간에만 내리 두 골을 실점하며 결국 경기를 무승부로 끝냈고, 이런 당황스러운 전개들이 시즌의 남은 날들 동안 계속 이어질 거라는 악몽은 생각도 하지 못한 채 최근 경기 2승 1무라는 결과로 자리하게 된 6위라는 순위가 그저 다행이지만 당연히(?) 더 올라설 수 있겠구나!라는 또 한 번의 착각들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5월의 첫날을 앞두고 이때 기록하게 된 6위가 결과적으로 2024 시즌 우리의 최고 성적이 될 줄은 정말 꿈에도 알지 못했었다..








<배경사진 출처-전북현대 홈페이지>

매거진의 이전글어쩐지 시작이 좋더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