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글씨

by Honey

2016년 5월 21일 토요일,


전남과의 원정 경기가 있던 날,

손 뻗으면 닿을 법한 광양의 전용구장에서 원정 경기를 치렀으면 더 좋았겠지만, '전남'이라는 이름을 단 만큼 더 많은 도민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가끔은 도내 다른 도시에서 순회 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강원이 춘천을 떠나 강릉에서 홈경기를 치르기도 하고, 경남 또한 창원을 떠나 진주에서 홈경기를 치르기도 한다)

전남의 순회 경기가 유독 우리랑 만날 때 잦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만, 아무튼 이번 전남 원정은 순천으로 향했다. 경기장은 '순천팔마종합운동장'

화장실조차 경기장 밖에 이동식을 세워야 하는 열악한 환경이지만, 보는 우리들보다 샤워시설조차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곳에서 뛰는 선수들이 더 힘들 일이다.


경기는 전남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주며 쉽지 않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기를 10분 뒤, 당시 외국인 선수였던 '루이스'가 만회골을 집어넣었고, 그렇게 경기 막판까지 1:1의 팽팽한 승부가 계속되고 있었다. 그러다 주어진 추가시간에 그 만회골을 넣었던 루이스가 극적인 역전골까지 만들며 경기는 우리 팀의 승리로 끝이 나게 된다.

소중한 승점 3점에, 극적인 역전승까지 거둔 원정팬들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주말을 그렇게 보내고 있었다...



2016년 5월 23일 월요일,


점심 영업을 치르고 난 휴식 시간,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

다급한 목소리를 통해 들은 소식은 정말 눈으로 보지 않고는 믿을 수가 없던 소식..

서둘러 포털사이트에 들어가 기사를 찾았고, 정말 믿고 싶지 않은 소식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생각하면 있을 수가 없는 일,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 몇 년 전 팀 내부에서 일어났었고 그 일이 오늘자 사회면 기사에 실려 있던 것.. 나는 차라리 정말 이게 꿈이라면 좋겠다 싶을 정도였으니..


그렇게 우리 팀에겐 평생을 속죄해야 할 깊은 주홍글씨가 새겨졌다.

스포츠의 기본 정신을 어겼고, 정말 해서는 안 되는 일임엔 틀림이 없었다.

아주 큰 잘못을 했으니 호되게 혼나면 좋았을 것을 어설프게 맞아서 지금까지도 더 아픈 것 같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팀까지 버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니, 더 바르게 지켜야 하는 일이다. 그런 이유로 우린 우리의 자리에서, 우리가 할 일을 오늘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리고 해야만 한다.

온전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는 선수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뒤에서 끝까지 당신들을 믿고 응원해 주겠다고 온 마음으로 외치며..




에세이집을 읽으며 눈물이 났던 기억은 처음인 것 같지만,

박태하 작가님이 쓰신 '괜찮고 괜찮을 나의 K리그'에는 당시 전북 팬들의 심정이 정말 잘 녹아들어 있다.


이 한 페이지를 읽으며 정말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르겠다..




모든 스포츠의 기본 정신은 '정정당당함'이다.

그 정정당당함으로 모든 경기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있기에 우리도 우리의 자리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의 잘못이 얼마나 큰일 인지도 많은 팬들이 알고 있다.

억울하다 읍소한 적 없고, 그냥 넘어가자 태연한 척 굴지도 않는다. 물론 모두가 그렇지는 않기에 더 씁쓸한 일이다.

우리는 우리의 아픔을 알고 기억해야 하기에 우리의 팀을 더 사랑하고 지지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집'에 모인 그 수많은 팬들과 선수들이 팀을 지키기 위해 남들보다 한 발 더 뛰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행동하고, 함께 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모두가 그러길 바란다)

그래서 우리는 매 경기 마음으로 이렇게 외친다.

[흔들리지 말라고, 당신들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 한 우리는 항상 당신들 뒤에 있다]고..








<배경사진 출처-'뉴스1' 기사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