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챔피언으로 가는 길

상하이 원정 이야기

by Honey

2016년 이른 봄이 시작될 쯤에 그동안 한 번도 모시지 못해 마음이 쓰였던 엄마와의 해외여행을 짧지만 그래도 다녀온 후였고, 봄이 다 지나갈 무렵에 새겨진 아픔을 두고는 여름의 한가운데서 2주간의 유럽여행도 다녀왔다. 그러고도 채 두 달이 지나기 전에 올해만 벌써 세 번째 오게 된, 올 때마다 늘 설렐 수밖에 없는 곳, 바로 인천공항이다. (해가 지나기 전, 한 번 더 공항에 올 일이 남았다는 걸 이때도 전혀 알 수는 없었다)



사건이 터지고 바로 다음날 치렀던 경기가 ACL(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멜버른 빅토리'와의 홈경기였다.

일주일 전 호주에서 치렀던 원정경기의 결과가 1:1 무승부였고, 원정 득점이 있긴 했지만 오늘의 경기를 이겨야 8강전에 무사히 진출을 할 수가 있는데..

온전히 경기만 즐길 수는 없는 우리들이었다...

선수들은 더 최선을 다해 경기를 뛰었고, 팬들은 팬들의 자리에서 더 소리를 높여 그라운드 위의 선수들을 응원해 주고 있었다. 경기는 다행히 2:1로 승리를 했고, 8강전에도 진출을 하게 됐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그 누구보다도 아픈 여름의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2016년 8월 23일 화요일,


ACL 8강전에서 전북현대는 중국 슈퍼리그의 '상하이 상강'이라는 팀을 만나게 됐다.

중국의 다른 팀을 만났더라면 크게 흥미가 없었을 텐데 상하이엔 꼭 한 번 가보고 싶었다. 중국스럽지(?) 않은 멋지고 세련된 도시로 유명한 상하이에서 축구도 한다니, 역시나 나에겐 또 절호의 기회인 셈.

지하철에서 만난 초딩 친구랑 한 달을 조금 앞둔 시점부터 부랴부랴 일정을 잡고 상하이 원정 준비를 했다.

비자 신청 날짜가 촉박해서 아슬아슬할 뻔하기도 했지만 별다른 무리는 없었다.

다만 구단에서는 개별로 여행처럼 떠나는 원정이긴 하나 한 가지 주의사항을 전달해 주긴 했었다.

아무리 세련된 도시의 상하이라고 해도 중국은 중국일 수밖에 없는 곳이기에, 아무래도 우리나라보다는 치안에 열악하고, 기타 다른 안전문제들도 고려해야만 하는 일, 때문에 혹시 모를 경기 결과(원정팀이 이길 경우 난동을 부리거나 시비를 걸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경기장에 갈 때는 나올 때 갈아입을 수 있는 사복을 챙겨가라는 것이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금세 푸동공항에 도착을 했고, 난징동루 한복판에 잡은 호텔까지도 어렵지 않게 갈 수가 있었다. 상하이의 첫인상은.. 사실 아주 좋았다. 정말 전혀 중국스럽지 않은(?) 도시의 분위기도 있었지만, 호텔 체크인부터 같은 계열사라며 바로 옆의 5성급 호텔로 업그레이드를 해주기 시작하더니, 첫 끼를 먹으러 나갔던 난징동루 거리의 식당에선 너무나 반가운 포르투갈 맥주인 'SUPER BOCK'까지 만나 여행의 기분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시작이었던 것이다(유럽여행의 후유증). 8월의 한낮에 마시는 시원한 맥주는 정말 어떤 진수성찬과도 비교할 수가 없는 맛이다(알쓰 주제에..). 시원한 맥주에 맛있는 요리들까지 실컷 먹은 우리는 오늘의 경기가 열리는 '상하이 스타디움'으로 향했다. 아, 물론 사복도 하나 챙겼다.

도착한 경기장엔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8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 한편에 이미 상하이 상강의 팬들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축구에 진심인 상하이 상강의 팬들



긴장감 속에 경기가 시작됐지만, 아쉽게도 이 날의 경기는 양 팀 모두 득점 없이 무승부로 끝이 났다.

도시마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아주 많이 속상한 원정길이 될 뻔했지만, 상하이는 지금 당장 다시 또 떠나도 좋을 만큼 구석구석 매력적인 도시였고, 그래서인지 코로나 때문에 편히 가지 못하게 된 지금의 상황이 더 아쉽기만 하다.



상하이엔 정말 또 가고 싶다구요...... 상하이 신천지 골목(좌) 상하이 예원의 컨셉 스타벅스(우)



짧지만 알찼던 2박 3일의 상하이 여행(이라고 쓰고 원정)을 마친 우린 일상으로 돌아왔고,

그 일상 속에서도 문득문득 1차전 원정 경기에서 느꼈던 무승부의 아쉬움이 떠오르긴 했으나,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될 만큼의 엄청난 2차전 홈경기가 3주 뒤에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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