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김진수

by Honey

2015년 12월 24일,

남들에게는 크리스마스이브겠지만 나에겐 그냥 목요일이었던 이날, 논산에 있는 육군훈련소엔 전북의 한 선수가 입소를 하고 있었다.

입소를 앞둔 선수의 곁에는 그 길을 함께 해주던 두 명의 동료가 있었으니 한 명은 전북현대의 상징이자 레전드로 불리는 최철순 선수,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당시 독일의 분데스리가 'TSG 1899 호펜하임'에서 뛰고 있던 김진수 선수였다.

지난 여름 국가대표팀에서 맺었던 인연으로 잠시 휴가와 맞물린 시기에 군대를 가는 형의 배웅까지 발 벗고 나선 김진수 선수는 당시 20대 초반의 나이로 유럽에서 뛰고 있기도 했지만, 손흥민 선수와 절친사이로도 알려져 입소 현장에 있던 많은 이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군대에 간 형은 경찰청 생활을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았고, 독일로 돌아간 김진수 선수도 걱정 없는 날들을 보냈으면 좋았겠지만, 팀 내 입지는 점점 더 설 자리를 잃어가던 2016-17 시즌 중간의 어느 날에 오피셜이 떴다. K리그에서는 한 번도 뛴 적이 없는 선수가 본인의 고향팀인 전북현대를 선택한 것이다.

논산의 육군훈련소 앞에서 봤던 선수를 우리 팀의 선수로 다시 만나게 되자 왠지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2017년 시즌부터 전북에 합류한 김진수 선수는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 '아우한'이라는 유행어를 남기며 본인의 소속팀만큼이나 모두에게 공공의 적이 되어 버린 상태로 시즌을 시작하게 됐다. (이건 좀 그랬어, 진수야..)


K리그가 처음이었던 김진수 선수는 따로 적응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금세 본인의 출중한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2017년 리그 개막전에서는 첫 골을 터뜨리며 팀의 승리에 일조했고, 시즌을 치르는 동안에는 수비수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공격력으로 4골 5도움을 만들어내며, 공격과 수비 모든 부분에서 뛰어난 실력으로 팀의 우승에 큰 기여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시즌이었던 2018년도엔 초반에 장기 부상을 얻으며 그토록 갈망하던 월드컵을 앞두고 또 한 번 아픈 시간들을 보낼 수밖에 없었고, 부상의 시간들이 얼마나 힘들었던지 시즌 막판 복귀전에서는 교체 출전을 하면서 눈물을 쏟기도 했다. 7개월 만에 그라운드를 밟으며 흘린 눈물에 지켜보던 팬들의 마음도 울컥해지는 순간이었다.

그라운드에 들어서기 전부터도 눈물을 흘리고 있던 우리 진수.. [사진출처-'스포탈코리아' 기사 사진]


이후 기적 같은 역전 우승을 이루었던 2019 시즌엔 우승의 불씨를 지폈던 울산 원정 경기의 득점 주인공도 바로 김진수 선수였으며, 그 결과를 통해 팀이 리그 3연패라는 성과를 이루는 데에도 그 역할이 매우 컸다.

이어진 2020 시즌엔 시즌 초 상주전에서 다이렉트 퇴장을 당하면서 다음 두 경기를 뛸 수가 없게 됐고, 그 두 경기에서 팀은 무승부를 거두면서 김진수 선수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렇게 K리그에서는 김진수라고 하면 이제 전북과 하나가 되어가던 시즌 중간, 여름 이적시장이 시작되면서 분위기가 뒤숭숭해지기 시작하더니 김진수 선수에 대한 여러 '썰'들이 돌기 시작했다. 팀은 13라운드부터 5연승을 기록 중이었고, 더욱이 17라운드 득점의 모든 도움을 김진수 선수가 만들어 내면서 본인의 존재감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있었는데..



그 경기를 마지막으로 2020년 8월 30일 목요일,


김진수 선수의 오피셜이 떴다.

사우디 리그 '알 나스르'로의 이적이었다. (맞다, 호날두가 간 그 팀이다)

진짜 고마워, 진수야, [사진출처-전북현대 공식 SNS]


'코로나가 이렇게 심각한데.. 더군다나 진수 없던 그 두 경기를 보고도 선수를 보낼 수 있다니..'

하는 아쉬운 마음이 당시엔 너무나도 컸다.

김진수 선수 때문은 물론 아니었겠지만 오피셜이 뜨고 치른 두 경기에서 팀은 연패를 기록하기도 했다. (물론 축구는 다 끝나봐야 아는 겁니다..)


우리 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의 모습이 낯설기도 했지만 늘 승승장구하는 김진수 선수의 모습이길 바랐다.

하지만 사우디에서의 선수 생활은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고, 그러던 2021년 여름, 우리의 김진수 선수가 다시 돌아왔다. 물론 임대 신분이긴 했지만 남은 시즌 동안에도 역시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활약을 보여줬고(제주전에서의 '신의 손'과 울산전에서 쿠니모토-일류첸코 득점의 시작이 됐던 장면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우리들의 해피엔딩(?)에서도 그 자리를 함께 했다.


그렇게도 1년의 시간이 또 지나 임대 기간 만료가 다가온 2022년 여름, 원 소속팀과 임대 기간 연장에 합의하면서 '전북의 김진수'로 시즌의 남은 시간들까지 더 뛸 수가 있게 됐고, 특히나 팀이 어려웠던 여러 가지 상황 속에서 (경기 안팎으로) 선수 생활 중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모두가 기억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그 빛을 발하게 된다.


우리들 마음속 MVP도 김진수야,




뭐랄까.. 그런 선수가 있다. 다른 팀에 있으면 정말 정이 안 갈 거 같은데 우리 팀에 있어서 더 예뻐 보이는..

나에겐 김진수 선수가 그런 선수다. 물론 우리에게도 언젠가는 이별의 순간이 또다시 다가오겠지만 서로에게 좋은 추억으로만 기억되는 그런 사이로 남길 바란다.


'전북의 김진수'는 아름답고 행복한 우리들의 동화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니까..








<배경사진 출처-'OSEN' 기사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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