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협업을 시작했을 때 나는 음악이란 결국 혼자 파고드는 과정이라고 믿었다. 연습실 한가운데 앉아 스스로와 싸우며 완성도를 높이고, 혼자만의 감정과 언어를 정제해 세상에 내놓는 일. 고독과 집중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여러 뮤지션과 작업을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누군가와 함께 만드는 음악은 혼자서는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지점을 열어주었다. 타인의 시선, 감각, 리듬이 내 안에 스며들며 내가 가보지 않은 세계가 열렸다. 협업은 나의 음악을 약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넓히고 깊게 만들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작업할 때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건 고집이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방식이 상대에게는 다르게 들릴 때, 처음엔 충돌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조금만 마음을 열고 듣다 보면 그 차이가 새로운 문이 되었다. 누군가의 멜로디가 내 화성을 예기치 않게 이끌어주고, 다른 프로듀서의 사운드 배치가 내 리듬감을 흔들며 새로운 길을 제안했다. 그 순간 느꼈다. 음악은 정말로 ‘혼자 만드는 진술’이 아니라 ‘함께 만드는 질문’일 수 있다는 것을. 그 질문들이 겹치며 나만의 세계는 더 풍부해졌다.
협업은 내 감정의 언어도 바꾸어놓았다. 예전에는 내 감정을 최우선으로 놓고 음악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타인의 감정이 내 감정 안에서 울리는 느낌을 소중하게 여긴다. 동료의 경험이 멜로디에 닿고, 보컬의 호흡이 가사를 바꾸며, 드러머의 리듬이 내 연주에 다른 질감을 만든다. 감정이 내 안에만 머물지 않고 서로의 세계를 오가며 흘러간다. 그러다 보면 어떤 소리들은 내 것이면서도 내 것이 아니게 된다. 그 경계 없는 감정의 움직임이 오히려 예술을 더 진실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협업은 나를 인간으로 만들었다. 혼자만의 완벽을 추구하면 모든 순간이 평가가 되지만, 함께 만들면 과정 자체가 관계가 된다. 누군가의 장점을 발견하고,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서로의 속도에 호흡을 맞추는 일. 그 안에는 예술가로서의 성장뿐 아니라 사람으로서의 성장이 있었다. 음악은 결국 관계에서 살아나는 예술이었고, 관계 속에서 더 단단해지는 감정이 소리를 풍부하게 했다. 함께 웃고, 논쟁하고, 침묵하는 순간들이 곡을 완성해갔다.
이제 나는 안다. 협업은 나의 세계를 희석시키는 것이 아니라 확장하는 일이라는 것을. 나 혼자 만들었다면 닿지 못했을 결을 만나고, 내 안의 고정관념이 부서질 때 새로운 감각이 태어난다. 협업을 통해 나의 음악은 더 넓은 호흡을 가지게 되었고, 내 안의 세계도 한층 더 유연해졌다. 앞으로도 나는 기꺼이 누군가의 세계 안으로 들어가고 싶다. 나의 언어가 다른 언어와 섞일 때, 그 사이에서 탄생하는 미세한 떨림이야말로 예술을 계속하게 만드는 힘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