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에 대한 객관적평가의 어려움
전문가이건, 아니건 디자인을 제대로 평가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디자인의 정성적인 미적 기준이 가지는 한계로 인하여 맞게 되는 어쩔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디자인 평가를 안 할 수 도 없다. 그렇다 보니 평가하는 것 자체는 디자인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라는 것보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진행했다는명목과 형식만을 갖출 뿐이지, 객관이고 공정한 평가를 통한 디자인의 발전을 꾀할 수 없다.
어떻게 해야 디자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까? 객관성과 공정성을 중요시 여기는 정책학에대한 도서 및 연구 등을 찾아보면 정책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권력에 관한 이론 중에 ‘체제이론[1]’이라는 것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체제는 다양한 구성요소의영향에 의한 과중한 부담을 회피하기 위하여 가장 중요한 문제가 아닌, 영향력 있는 소수의 중요한 문제가정책문제로 채택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체제를 지키는 권위자(gatekeeper[2])가있으며 이들이 선호하는 문제가 중요한 정책문제로 채택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무슨 이유로그 문제를 권위자가 선호하게 되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논리적으로 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우리나라 디자인의 정책 및 중요 결정과정을 보면 이 체제이론이 잘 들어 맞는다는 생각이든다. 국가정책적 차원의 디자인에 대한 객관적이고, 계량화된평가 프로세스가 없다. 그러나, 디자인 정책 담당자들은 과중한부담과 결정에 대한 위험을 회피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고, 소수의 권위자라는 분들의 선호하는 것을따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왜 이러한 결정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명분과 절차만 있지, 그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서 이해되는 것은 없다. 이러한 현상은 단지국가 정책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디자인에는 공정하고 논리적인 결정을 위해서 수 많은 방법론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다양한 결정과 평가를 위해 최적의 방법론을 사용한다. 각각의방법론들은 충분한 가치와 의미가 있는 내용들이다. 그러나, 이러한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시도들은 결국에는 권위자(gate keeper)의 한마디에 참고만 되고 만다.
디자인에 대한 결정과 평가의 현실이 이렇다 보니, 디자인프로젝트를 진행 시 아무리 실무 책임자간의 전략적인 판단과 논리적, 객관적 기준으로 접근되어도 권위자(gate keeper)의 한마디면 모든 것이 단번에 뒤집어지고 무너지고 만다.
디자인의 학문적 분야에도 비슷한 권위자(gatekeeper)의 주관적 판단기준이 기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연구에 대한 검증으로 소수의전문가 의견보다는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반화가 중요하다. 또한 연구 방법론적 측면에서도 현상을 개념화, 범주화, 계량화, 이론화하여바라보는 양적 기반 연구가 중요한 기반이 되고, 이러한 양적 연구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연구자 개인의 세계관과 연구에 대한 신념을 반영하여 양적 연구를 보완하기위한 수단으로 질적 연구가 진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디자인 학에서는 일부 권위자(gate keeper)의 질적 연구만을 의미 있는 성과로 판단하는 경향이 크다.
디자인에 대한 산업적평가의 어려움
위에서 일부 권위자의 판단으로 객관성과 공정성을 잃고 있는 디자인의결정과 평가에 대한 부분을 언급했다. 이러한 대안을 찾는 것은 쉽지는 않다. 그러나 디자인도 다양한 산업군중의하나로서 존재하는 것이기에 그에 관한 동일한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산업적 관점에서 디자인은 ‘지식서비스’의 한분야에 속한다. 때문에 디자인에 대한 산업적 성과를 측정하고, 전략적접근을 한다는 것을 ‘서비스’의 산업적 발전방향에서 유추해보는 것은 의미 있다고 판단한다.
지식서비스 같은 무형의 가치라는 것을 객관화하는 방식이 가격이다. 디자인에서의 가격을 설정한다는개념은 크게 3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제품이나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한 인건비, 재료비 등의 ‘제반 비용을기반으로 가치를 설정’하는 방식 있다. 둘째 그 제품이나서비스가 가지고 있는 ‘가치를 기반으로 설정’하는 방식 있고, 마지막으로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가 측정하거나 인정할 수 있는 기준을 중심으로 ‘차등적 가격 설정’으로 할 수 있다. 이 중 어떠한 기준이 디자인에 대한 가격을 제대로 설정하는 방식이겠는가?
디자인은 무형의 지식서비스 기반의 경제이다. 때문에 디자인을 생산하는 데 얼마의 비용이들었는지 하는 관점에서 가격을 설정하는 ‘비용 중심의 가격설정’은맞지가 않을 것이다. 디자인은 ‘가치를 기반’으로 하거나 여러 가지 상황 등을 고려하여 ‘차등적으로 가격을 설정’하는 방식을 사용하던지, 이 두 가지 방식을 혼합하여 사용하는 것이되어야 한다.
디자인에 대한 가격을 설정하고, 그 가치를 평가할 때 이야기할 때 이젠 더 이상 단순하게비용을 기준으로 책정하는 시대는 사라져야 한다. 이런 희망은 모든 디자이너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일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가치를기반으로 하는 차등적인 가격’즉, 제대로 된 디자인 가치를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디자이너의 가치에 따라서 차등적으로 디자인 비용을 받는 세상을 원한다면, 디자인의 부가가치를단순하게 제반 비용으로만 평가 받기를 원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디자인의 적정 가격을 받는 것, 즉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현재 우리나라 디자인산업과공공정책의 흐름에서 안 된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이 과학적인 접근이 안되고, 주로 주관적이고, 감(feel)으로한다.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이들이 디자이너들이 어렵고 힘들게 만들어낸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안타까울뿐이다.
더 이상 디자인은 감성적이고 주관적인 접근이니, 함부로 정량화 할 수 없고, 그 가치를 과학적인 측정에 의하여 시각화 할 수 없기에 소수의 권위자 의견이 중요하다는 인식은 버려져야 한다.디자이너들의 안정에 기반한 디자인산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서 디자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방식의도입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약 앞으로도 이에 대한 연구와 인식이 없다면, 우리나라의 디자인 활동 전반은 수출하는 제품의 포장수단으로서만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1] 조직을 전체 사회에 기능적으로 연관된 하나의 체제로 보며 체제의 유지변화에관심을 두는 이론이다. 체제는 복수의 구성요소가 관계를 가지고 상호의존성, 계층성, 안정과 평형의 유지, 질서, 통일성 등이 존재하면서 환경과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 전체를 말한다.
[2]조직에서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크를 조정하며, 중요한 정보식별 등의 활동을 한다. 어떤 선택과 거부행위는 gate keeper의 계급적 배경, 성장배경, 교육배경, 가치관, 세계관그리고 일하는 조직의 가치, 규범, 전통 등과 같은 요인에의해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