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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피부치 Mar 25. 2019

디자인이 중요하기에 디자인산업은 망해간다

국가주도의 디자인산업 전략이 필요한 이유

영화 아이언맨 1편에서 주인공 ‘토니스타크’는 이 세계에서 무기를 없애겠다고 했으면서 역사상 최고의 무기인 아이언맨 슈트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원래 의미한 것과는 정 반대 상황이 발생하거나 예상 밖의 결과가 나타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아이러니(irony)’라고 한다.


저자는 지난 3개월 동안 30여 곳 이상의 글로벌 비즈니스를 진행하는 기업의 디자인 담당자와 그들의 파트너인 유명 디자인기업 책임자들과 인터뷰할 기회를 가졌었다. 그 안에서 디자인의 산업적 가치는 무엇이며, 앞으로 길은 어디인지를 찾고자 하였다. 이러한 과정에서 저자가 내린 결론은 디자인이 중요하기에 디자인산업은 망해가고 있다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발견한 것이다.


제품 및 서비스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매력적이라는 모습은 단지 아름답다는 외관만으로는 안되고, 표현되지 않는 그들의 마음도 헤아릴 수 있어야 한다. 이제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스타일에서 빅데이터, 인공지능의 지향점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서비스영역으로 확장된 것이다.


글로벌 비즈니스를 추구하는 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일찍이 간파하였다. 인지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디자이너, 디자인전략가, 서비스 및 경험디자이너 등 기존에 없었던 다양한 전문적 디자인 직군을 만들었고, 최고의 전문가들을 직접적으로 채용하였다. 삼성전자, 애플에는 천여 명 이상의 디자인 직종 인력이 있다. 이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대우와 지원을 받으며, 최고의 프로젝트를 경험하고 있다.


이처럼 대부분 글로벌 기업에는 최고의 디자인인력이 있기에 디자인 아웃소싱은 내부의 고급인력을 투입하기 아까운 단순 업무에만 국한된다. 결국 글로벌 기업의 디자인아웃소싱은 초급 수준의 디자이너가 할 수 있는 일들이고, 그 정도 수준의 낮은 대가(비용)만을 지불한다.


글로벌 디자인아웃소싱의 시장동향을 보면 더 극명하게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난다. 디자인강국이라 불리던 이탈리아의 디자인기업들은 중국기업에서 발주하는 디자인 아웃소싱 프로젝트에 우리나라 기업보다 저가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보다 디자인 수준이 높다는 일본 디자인기업들도 그들의 (아웃소싱) 프로젝트 대가는 우리나라 기업과 차이가 없다. 전 세계적에서 공통적으로 디자인기업들의 경쟁력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전처럼 글로벌 기업들에서 전략적 차원에서 고비용을 지불하는 디자인아웃소싱을 하지 않고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예외적으로 유럽의 유명디자이너 회사나 미국의 리서치나 컨설팅 역량을 가진 소수의 디자인기업을 제외하고 동일한 현상이다.


이것의 의미는 디자인을 잘하는 기업은 있어도, 앞으로 디자인을 잘하는 나라는 없다는 것이다. 디자인은 창의적인 영역이라 통제보다는 자율적인 차원에서 발전한다고 여겨진다. 대부분 회사의 디자인부서는 자유롭고 창의적 공간으로 꾸미며, 제약을 최소화한다. 그렇기 때문에 디자인은 국가에서 주도하는 것보다 민간 자율로 발전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말한다. 저자도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 등의 영향으로 최고 수준의 창의역량 보유가 국가 경쟁력과 직관되는 시점에서 산업적 자원으로써 디자인을 바라보니 결코 그렇지가 않았다. 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반드시 지원하고 키워야 하는 것이 디자인산업이다.


우리나라 디자인진흥원은 영국의 디자인카운실이라는 기관을 벤치마킹해서 만들어졌다. 한동안 창의적 디자인을 국가가 주도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가 싶었지만, 이제는 명확히 알 수 있게 됐다. 디자인이란 무형의 지식자산으로 그 가치를 정의하고, 평가하기 애매하다. 그래서 국가가 나서서 키우지 않으면 누구도 그 가치를 알 수 없고, 지킬 수 없다. 이대로 둔다면 머지않아서 대한민국의 산업경쟁력은 원인 모를 병에 걸린 것처럼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때문에 디자인산업은 단순히 시장의 논리에만 맡기면 안 된다. 이것이 국가의 정책적 차원에서 디자인산업을 지원해야 하는 이유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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